지난달 28일 자정 무렵 그리스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향하던 여객열차가 라리사역 인근에서 화물열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7명의 승객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사순절을 맞아 아테네에서 축제를 즐기고 돌아오던 청년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사고로 여객열차의 기관부와 1, 2호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선로밖으로 튕겨 나갔고, 1호 열차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여 사망자의 신원파악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이번 사고가 라리사 역장의 잘못된 신호조작 때문인 것으로 보고 라리사 역장을 긴급 체포했다. 그리스 언론들은 이번 사고가 대표적인 인재 사고라고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철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는 2017년 EU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며, 강제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다. 철도 역시 민영화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철도구간을 운영중인 헬레닉 트레인은 이탈리아 기업에 인수되었고, 그 이후로 철도의 현대화가 더디게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철도노조와 지하철 노조는 이번 참사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비극으로 규정하고 2일 2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스 시민들도 끔찍한 참사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정부와 철도회사가 낙후한 철도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에 분노했다. 수도 아테네와 테살로니키, 사고가 난 라리사 등에서 연이은 시위가 벌어지는 이유다.
과거 영국은 철도 민영화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를 겪고 재국영화·공영화에 나선 바 있다. 민영화로 인한 인력감축과 유지보수 예산 삭감에 따른 선로와 설비의 노후화는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