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사업자단체?... 노동권 침해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돼야”

6일 ‘공정위발 노동탄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건설노조·화물연대 파업에 공정거래법 위반 적용한 공정위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공정위발 노동탄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유튜브 캡쳐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향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노동탄압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핵심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게 되면 노동3권에 기초한 모든 활동이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만큼 충돌하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적용 제외하도록 하고, 대한민국 헌법과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건설노조·화물연대, 사업자 단체로 규정한 공정위

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공정위발 노동탄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공정위의 노동탄압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시 모순되는 부분은 근로기준법 영역이 아닌 노동조합법과 노동3권의 영역이다. 공정거래법 적용여부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인지 아닌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사업자에 조합원 고용을 요구해 다른 건설기계를 운행하는 차주의 고용을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건설노조에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노조가 주장은 달랐다. 사업자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에서 배제한 데 대해 차별 없이 고용해 달라는 요구였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사업자단체로서의 행동이 아닌 노조활동이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해당 계약의 경우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가 중단된 건 예정된 계약기간이 종료됐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몇 개월 뒤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당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데 대해 건설현장을 방치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공개한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 현장 구직 경로는 일명 ‘오야지’라 불리는 팀장 등의 인맥을 통한 사례가 74.9%에 달했다.

권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자기 팀원을 고용하게 하기 위해 뒷돈을 주는 것은 물론 팀장의 중간착취, 임금체불 등이 발생해 건설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이런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해왔기 때문에 노조가 나서 전문건설업체와 명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단체협약을 준수하고, 그로 인한 중간착취나 임금체불을 예방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조합원만 고용해달라는 요구도 아니었다”라며 “해당 지역의 노조 조직비율이 몇 퍼센트 정도니 그 정도 비율을 조합원들로 채용해 달라고 요구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정위는 화주들의 운임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확대, 지속하게 해달라며 총파업 투쟁에 나선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의 담합행위로 규정해 현장조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언론사를 대동해 화물연대 사무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총파업 중인 화물연대가 조사에 응하지 않자 조사 방해 혐의까지 적용했다

권 변호사는 “화물연대는 2002년 10월 27일 설립, 20년 이상 노동조합으로서 실체를 가지고 활동을 해왔다”며 “지난 20년 동안, 심지어 2022년 6월에도 같은 내용과 방법으로 파업했는데,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간주해 담합행위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화주들의 운임갑질을 막기 위한 법인 ‘안전운임제’를 확대해달라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거꾸로 공정위가 탄압하는 데 동원된 게 작금의 현실”이라며 “공정위원장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관련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라고 단정하고 브리핑했다. 그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음을 강하게 추정케 한다”고 꼬집었다.

또 과거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대법원판결을 인용해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하는 건 맞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등 개별노동관계법상 근로자보다 그 범위가 더 넓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는지, 특정사업자와의 법률관계가 지속적, 전속적인지는 반드시 요구되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며 “건설 산업에 종사하는 여러 노무 제공자처럼 그 업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사업자에 대한 소득의존성과 전속성이 없거나 약해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제재 자료사진 ⓒ뉴스1

유럽, 20년 전 지시받는 자영업자 경쟁법 적용서 배제
... 작년 ‘1인 자영업자 가이드라인’ 도입

이날 권 변호사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법-노동법 해외 충돌 사례와 입법례’를 주제로 발제한 내용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1인 자영업자는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대한 법 적용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유럽 회원국 27개국 대상으로 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일찍이 유럽사법재판소는 1999년 노동법과 경쟁법의 관할 충돌 혹은 경합 문제 대한 원칙을 세우면서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경쟁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는 노동자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동일하게 1인 자영업자 조직의 단체교섭·단체협약에는 경쟁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1인 자영업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1인 자영업자’는 고용계약 관계에 있지 않으며 관련 용역의 공급을 주로 자신의 개인적 노동에 의존하는 사람으로 정의됐다.

구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종속적인 1인 자영업자 ▲노동자들과 ‘나란히 함께’ 일하는 1인 자영업자 ▲디지털 노동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1인 자영업자 등을 말한다. ‘경제적으로 종속적인 1인 자영업자'는 특정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노동 관련 총소득의 50% 이상을 단일한 상대 당사자에게서 얻을 경우 해당된다.

박 교수는 “이 가이드라인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자영업자의 경우 그들의 노동 조건이 보호받아야 하고, 자신들의 협상을 통해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결국 고용계약 이런 것을 다 떠나서 경제력으로 차이 나는 경우 단체와 단체 간에 만들어낸 협상물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결론은 지금 우리가 유럽의 20~3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는 정책을 할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노종화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의 제재 결정이 얼마나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통해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입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이나 세법 등에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사업자의 성격이 일률적이지 않다”며 “외국 사례를 종합할 때 법집행기관과 사법부를 통해 개별적인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일률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정위나 사법부의 구체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갈등 조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귀란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국장은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하면 지도부가 조사를 받고 구속되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라면서도 “지도부에 대한 조사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작됐던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황당해했다.

박 국장은 “노조 활동 자체를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못 하게 하는 것은 결국 특수고용 노동자가 노동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이번 파업 때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장 이중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화물연대를 공격했다.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개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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