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근대적 봉건 경영이 낳은 LG가 상속 소송

자칭 ‘인화의 LG’를 자랑하는 LG그룹의 창업주 일가 사이에서 상속 소송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씨와 딸 구연경, 구연서 씨는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지난달 28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송이 본격화하면 1947년 설립 이래 단 한 번의 경영권 분쟁도 없었던 LG그룹에 초유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구 회장이 가진 LG그룹 지주회사 ㈜LG의 지분은 총 15.95%다. 이는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LG 주식 11.28% 등 2조원 규모의 재산을 구광모 회장이 대부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가족들의 주장대로 고인의 지분을 다시 나눌 경우 구 회장의 지분율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재벌가의 분쟁은 흔한 일이지만 LG가문의 분쟁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LG가 그야말로 전근대적 방식으로 승계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자식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한 판에 LG는 장자승계라는 황당한 방식을 고수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게 무리수인 이유는 구광모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들이 없었던 구본무 회장은 장자가 그룹을 승계해야 한다는 이유로 조카였던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받아들였다. 성평등 시대에 남자만이 그룹을 승계해야 한다는 중세 봉건적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이런 식으로 가업을 승계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나라 기업이 승계할 아들이 없다고 양자를 들여서까지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준단 말인가?

LG그룹이 “LG그룹의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코미디에 가깝다. 그렇다면 LG그룹의 전통은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맏아들로만 태어나면 무조건 기업의 후계자로 선정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사우디 왕조의 자식들도 후계자가 되기 위해 형제들끼리 경쟁을 한다. 그런데 LG그룹은 그냥 태어난 순서와 성별만으로 그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수장을 정하는 걸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다. 실로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구본무 전 회장의 재산이 구광모 현 회장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구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 사태의 원인이 장자 승계라는 중세 봉건적 사고방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LG그룹 스스로에게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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