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초록나무, 고 임보라 목사 추모제’가 지난 11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 1층에서 유족, 교인, 인권·시민사회 및 여러 개인 참가자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김형준 사진작가
지난 2월 4일 세상을 떠난 고 임보라 목사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은 혐오, 차별, 배제, 낙인 없는 세상을 기원했다.
‘우리 곁의 초록나무, 고 임보라 목사 추모제(이하 추모문화제)’가 지난 11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 1층에서 유족, 교인, 인권·시민사회 및 여러 개인 참가자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당초 추모문화제는 임 목사의 모교인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학교측이 성소수자들의 발언과 공연 순서 등을 문제 삼으며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임 목사가 그간 이어온 여러 활동을 바탕으로 그의 삶과 뜻, 일상을 기억하고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였다. 문화제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세상을 꿈꿨던 고인의 뜻을 따라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진행되었고, 모두의 화장실, 비건 간식 등이 준비됐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과 성공회 용산 나눔의 집과 길찾는교회에서 사역하는 자캐오 신부의 사회로 열린 추모문화제에선 고 임보라 목사의 신앙과 연대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아울러 목회 현장과 여러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고인을 만나 연을 맺은 각계 참여자들이 이날 추모문화제 순서에 함께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안수경 목사와 기장내내성폭력성희롱근절대책위 이정규, 이성철 씨가 여는 기도를,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장 최대욱 목사가 여는 발언에 나섰다.
‘우리 곁의 초록나무, 고 임보라 목사 추모제’가 지난 11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 1층에서 유족, 교인, 인권·시민사회 및 여러 개인 참가자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최우영 사진작가
영광제일교회와 기독교단체 큐앤에이를 맡고 있는 이동환 목사, 대한성공회 광명교회 민숙희 사제, 한국예수교회연대 오현선 씨와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 강정개신교대책위 임왕성 목사가 추모발언으로 고인을 기렸다.
해외에서도 추모 메세지가 이어졌다. 일본, 독일, 캐나다 등에서 추모의 메세지가 도착한 가운데 추모문화제에서는 캐나다연합교회 글로벌파트너십 담당국장의 추모 메세지 영상이 소개됐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반려견과 함께 참여했던 강동구 반려견 순찰대에서도 이웃들이 참여하여 고인과 함께했던 영상과 발언으로 추모의 마음을 나눴다.
추모문화제에서는 유가족의 발언도 있었다. 유가족은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직접 영상으로 만들었고 직접 따뜻한 애도의 마음이 담긴 편지글을 낭독했다.
추모공연에는 고인이 활동했던 노래모임 새하늘새땅, 퀴어아이돌 그룹 QI.X의 공연이 이어졌고,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합창단 지보이스와 퀴어페미니스트 단체 언니네트워크의 합창단 아는언니들은 합창 공연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유가족의 발언 이후에는 고인이 생전 애정하던 곡을 섬돌향린교회 교인들과 ‘초록나무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모인 공연팀이 함께 노래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미리 마련된 엽서에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적었다. 이날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엽서는 총 2종으로 엽서에는 고인이 무지개 깃발을 든 여러 사람들 사이에 함께 선 모습을 담은 이우성 작가의 그림과, 고인의 유가족이 고인의 메세지를 담아 그린 그림이 담겼다.
한편, 추모문화제가 진행된 국제회의장 밖 로비에서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100여장의 사진이 전시되었고 참가자들은 다양한 메시지를 전시장에 함께 남겼다. 연대하는 채식인 모임은 비건 간식 400인분을 마련하여 참가자들과 나누었다.
섬돌향린교회는 “교회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이후 온라인 추모를 이어가겠다”면서 “고 임보라 목사의 뜻을 따라 앞으로도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계속되는 연대와 희망의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