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위기가 등록금 동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

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다. 사립대로는 동아대가 등록금을 인상했고, 진주교대, 부산교대 등 교대들 역시 줄줄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그동안 대학들이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신 대학원생과 유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하는 등의 편법을 써오긴 했지만, 올해처럼 학부 등록금 인상을 본격화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대학들이 주장하는 등록금 인상의 핵심 근거는 재정난이다. 학령인구도 감소하는데 등록금까지 동결 상태라 재정규모가 심각하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환경도 낙후되고 연구의 질도 떨어졌으며, 심지어 교수들의 사기가 저하된 것도 모두 ‘등록금이 동결된 탓’이라고 주장한다.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한 고등교육법(제11조제10항)은 ‘악법’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지금의 대학위기가 등록금 동결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등록금을 동결하면 더 이상 대학이 버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학의 이 같은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이건 등록금 인상에 가장 적극적인 사립대의 재정상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등록금이 동결돼 돈이 없다고 했지만, 작년만 하더라도 사립대 2곳 중 1곳은 오히려 적립금이 불어났고, 1년 새 불어난 적립금만 2천억에 달한다. 등록금 동결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면,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기 전에 수천억대 적립금부터 교육비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지방대학의 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적립금 규모도 얼마 되지 않을 뿐 더러 등록금을 인상한다 해도 재정난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등록금 의존율이 과도하게 높은 대학의 재정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원을 확대하기 보다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이다. 본래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법정 상한선은 직전 3년간의 평균 물가 상승률의 1.5배에 맞춰 책정된다. 다만,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가 국가장학금 2유형 사업에서 제외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등록금 인상을 규제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법정 한도가 물가상승률에 맞춰 4~5%까지 상승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웃도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정부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더 유리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고, 이에 대해 정부도 보조금을 증액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등록금 인상에 손을 들어주었다. 

대학의 위기는 대학자율화를 핑계로 그동안 고등교육을 방치해 왔던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따라서 대학들도 등록금 동결 탓하며 억지 주장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위한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하는 게 옳다. 대학의 위기 극복에도 도움되지 않고, 가계부담만 키우는 등록금 인상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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