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반출하려는 사측을 막아서던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위장 청산’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와이퍼가 15일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 반출을 강행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노동조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 사측의 요청으로 공권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 안으로 사측의 용역으로 추정되는 관계자 2~30명이 진입했다.
이들은 한국와이퍼가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사외로 반출하는 작업을 위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은 “오늘 설비반출을 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와이퍼 공장 주변에는 생산설비 반출에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트럭도 17대가량 대기하고 있다.
사측의 일방적인 회사 청산과 생산설비 반출에 반발하고 있는 노조 조합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공장 입구를 막으면서 사측과 대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찰력이 사측의 요청으로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경찰 기동버스 수십 대가 공장 주변에 배치됐으며, 경력 1천여 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용역 관계자들의 공장 진입을 도와줬을 뿐 아니라, 공장 안까지 진입해 생산설비 반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이를 막아서고 있는 조합원들을 잇따라 연행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 2명은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국와이퍼가 15일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사외로 반출하려고 하자 노동자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는 한국와이퍼의 회사 청산은 기획 청산, 위장 청산이라고 보고,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노조는 공권력이 대규모로 투입돼 조합원들의 공장 진입을 막을 뿐만 아니라 연행까지 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와이퍼는 노사분규 발생 사업장이고, 노사간 민사소송이 상호 진행중이어서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노조는 해고무효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조합원 지위뿐만 아니라 근로자 지위도 보전된 상황에서 경찰이 조합원들의 공장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회사 청산 과정에서 생산설비 등에 대해 채권자 지위를 주장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재산권마저 침해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노사간 단체협약에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사측이 노조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