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발포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류업계에서는 발포주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발포주는 맥주의 원료인 맥아 함량이 10% 미만으로, 주세법상 맥주에 속하지 않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시중에 판매 중인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오비맥주의 필굿, OMG 등이 이에 속한다.
맥주는 지난 2021년, 2022년 2년 연속 가격인상이 단행되면서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는 500㎖ 한캔 가격이 2,800~3,000원까지 올랐다. 이에 반해 필라이트 등 발포주는 1,600~1,800원에 팔린다. 일반 맥주 대비 40%가량 저렴한 셈이다.
발포주가 저렴한 이유는 원가와 주세가 낮기 때문이다. 발포주 소비가 많은 일본에서 발포주가 발전하게 된 배경도 세금과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었다. 국내 주세법상 발포주는 기타주류로, '발효에 의해 제성한 주류로서 탁주, 약주, 청주, 맥주 외의 주류'에 속한다. 세율은 제조원가의 30%가 적용된다. 발포주가 첫 출시된 당시인 2017년 맥주의 주세는 제조원가의 72%가 적용됐던 것을 고려하면, 세금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맥주의 주세는 2020년부터 생산량에 연동되는 '종량세'로 바뀌었다. 현재 맥주 주세는 1ℓ당 885.7원이다.
여기에 원재료도 맥아를 10% 이하로 사용하고, 대신 비교적 값이 싼 전분, 물엿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도 줄일 수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발포주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라거 맥주 시장에서 발포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2% 수준이었으나, 2021년 7%로 3배 이상 급성장했다. 지난해는 경우 7~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는 3,500억~4,000억원 정도다.
이에 주류 업체들은 프리미엄 발포주를 내놓는 등 기존 발포주와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발포주 시장은 맥주 업계 경쟁자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각각 필라이트, 필굿으로 경쟁 중이다. 필라이트는 2017년 선보인 이후 후레쉬, 바이젠, 라들러, 자몽 등 다양한 맛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6억3,000만캔을 돌파했으며, 출시 이후 연평균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필라이트 체리를 출시한 데 이어 퓨린 함량을 낮춘 신제품 필라이트 '퓨린 컷'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은 특히 맥주 등 발효주에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비맥주는 2019년 필굿을 출시했다. 오리지널, 세븐, 엑스트라 등 3종으로 출시된 필굿은 출시 이후 평균 64%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묵 브랜드 '고래사어묵'과 협업한 '굿잡 어묵바 홈세트' 등을 출시하는 등 젊은 세대를 노린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오비맥주 ‘필굿’ ⓒ오비맥주
또 오비맥주는 지난해 프리미엄 발포주인 오엠쥐(OMG)를 출시하며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OMG는 맥아 함유는 적은 대신 현미, 보리, 호밀을 사용해 고소한 맛을 살렸다. 발포주의 가장 큰 약점인 맛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가격은 기존 발포주보다 비싼 2,000원이다.
신세계L&B도 지난해 1분기 프리미엄을 내세운 발포주 '레츠 프레시 투데이'를 출시하면서 발포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세계L&B 자체 브랜드를 달고 나온 첫 제품이다. 가격은 1,800원으로 기존 발포주보다 높지만, 스페인 현지 맥주 양조장과 협업하는 등 입맛을 살린 프리미엄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주류 업계에선 발포주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발포주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 발포주 판매율이 급등하며 기타주류 판매율이 전체 주류 시장에서 50%까지 성장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