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등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소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출관리 운영 규정을 바꿔, 이들 품목에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이들 품목에 대해 개별허가를 적용해왔다.
한국은 WTO 제소를 취소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대해서도 원상회복하도록 긴밀히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4일부터 3일간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국장급)를 진행한 뒤 나온 내용들이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3개 품목 수출을 통제했다. 한 달 뒤인 8월에는 수출 규제를 완화해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은 같은 해 9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한국의 승소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소재로 만든 제품을 적국에 수출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일본 주장이었으나, 실제 사례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번 양국 간 수출 규제 관련 조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직전에 발표됐다. 양국 간 기류 변화가 나타난 건 지난 6일이다. 한국 정부가 ‘제삼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해법을 내놨다.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에도,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민간 기여로 재원을 마련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당시 산업부는 일본 수출 규제를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거라고 밝혔고, 일본은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한 협의에 합의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단기간 논의를 통해 규제 해제 조치에 이른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의 3월 1일 이후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 효과를 강조했다. 한국이 일본에서 3개 품목을 들여올 때 허가기간이 단축되는 등 절차적 부담이 완화돼,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의미 부여로 나아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단순히 수출규제 해제 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뢰 구축 공조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에 따른 한국 실익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은 지난 3년간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성과를 내왔다. 일본이 노린 한국의 공급망 차질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서버향 반도체 수요 증가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