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 패닉’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덮쳐

크레디트스위스 사옥 ⓒ제공 : 뉴시스, AP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휘청이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500억달러, 한화로 7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긴급 수혈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 불안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CS)은 16일 스위스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스위스프랑(540억달러, 70조8천억원)을 차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리히 코너 최고경영자는 “크레디트스위스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수년째 수익성이 악화했던 CS는 ‘실리콘밸리 다음타자’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예금 인출, 고객 이탈이 발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S에선 지난해 9월부터 약 1달 반여 동안 667억달러(90조2천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CS 전체 예금액 1조4,700억달러(1,987조4천억원)의 6%에 달하는 예금이 불과 한달여 만에 빠져나간 것이다. 당시 통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뱅크런”이라고 평했다.

이후 수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놨고, CS 지분 9%를 가진 최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추가 자금 수혈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아마르 알쿠다이리 사우디 국립은행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규제 때문에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됐다. 향후 추가 수요가 있어도 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방아쇠가 됐다.

앞서 발표된 연례 감사보고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으며, 고객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상태라고 발표한 데 이어 최대주주의 지원 중단 선언이 나오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금융 시스템 붕괴 공포가 폭발하자 스위스 금융당국이 저녁 늦게 서둘러 ‘자금 지원’을 선언한 것이다.

1856년 설립된 CS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자 유럽 최대 규모 투자 은행 중 하나다. 전 세계 약 50개국에 지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말 기준 임직원이 5만명에 달한다. 글로벌 충격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각국은 CS 위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미 재무부 등은 CS와 자국 은행 관련 자금 거래 규모를 검토중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BNP파리바는 CS와 파생상품 관련 거래를 중단했다.

CS 충격으로 유럽증시가 폭락했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주요국 지수가 3~4%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81포인트(0.08%) 내린 2,377.91로 마감했다. 오전 한때 2,340대로 급락했지만 CS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약보합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9.30원 폭등한 1,3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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