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금소희’들의 싸움을 응원한다

16일 이른 아침 콜센터 노동자들이 영등포역과 강남역 등 서울 시내 여섯 곳에서 ‘지금소희’들의 권리 보장을 외치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콜센터 사업장이 집중된 이곳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며 ‘2023 콜센터 입사부터 퇴사까지’라는 노동자 권리 찾기 소책자를 배포했다. 소책자에는 근로계약서 작성부터 직장 갑질과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는 법 등 노동법에 보장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권리가 상세하게 담겼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전부터 지속해서 보도되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사회에 크게 알려지게 되었다. 닭장 같은 근무지에서 마스크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하다가 요양원 등 집단 시설과 더불어 집단 감염의 주요 발생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뿐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관계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 대부분 다단계 하청업체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하다 보니 극심한 실적 압박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2017년 1월 전주에서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를 남긴 채 목숨을 끊은 사건은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고,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소희’가 극장에서 상영됐다. 저예산영화로는 1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화제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가 크게 달라질 조짐은 없다.

2022년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노동자들의 48%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고민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여전히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콜 수를 받아야 하는 실적 압박에 화장실조차 허락받고 가야 하고,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도 이들에겐 언감생심일 뿐이다.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평균임금에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77%가 비정규직인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다음소희’는 지금의 소희가 될 수밖에 없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환경 개선 요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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