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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진보] 성평등 강사에 욕설, ‘삼성맨’ 서대문구 의원의 최후

성폭력을 예방하자는 자리에서 수강생이 강사에게 욕을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대문구의회의 4대 폭력(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강의에서 말이죠. 욕설을 한 사람은 최원석 당시 구의원이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고 이 사건 이후 탈당해 무소속이되었습니다.

사건을 조금 더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강사는 삼성전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인 이은의 변호사였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진행됐던 성폭력 예방 강의에 삼성맨 출신이라며 최원석 구의원이 강의를 하지말라며 소란을 피운 것입니다. ‘너 삼성 몇 기야?’, ‘이 X이, 뭐 저런 X이 다 있어?’, ‘이X 강사로 섭외한 담당자 누구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등의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2020년 1월 31일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인 여성 변호사에게 폭언을 한 최원석 구의원에 대한 구의회 윤리특위 결과에 대해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삼성전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강의 중 욕설한 서대문구 의원

이 사건은 단순히 구의원이 강사에게 욕을 했다는 문제인 게 아닙니다. 욕을 했다는 사실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죠. 보다 중요한 것은 구의원이 성폭력이 뭔지도 모르고 전후 사정도 알지 못하면서 본인이 삼성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부정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주민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습니다. 90여명이 모여 형사고발도 진행하고 서대문구의회가 신속하게 징계 처리할 것을 촉구했죠. 이후에 이은의 강사가 고소를 진행해 매 재판마다 참여하고 모니터링하고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최 의원은 사건 발생 이후 거짓말로 면피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사가 먼저 반말을 했다’고 말하고 다니고 고소 접수 후 재판에서는 ‘욕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심지어는 오히려 자신의 학습권이 침해받은 사건이라고도 했습니다. 서대문구의회는 윤리특위를 구성해서 징계를 논의했지만 ‘언쟁 사건’ 정도로 규정하고 ‘구의원 품위 유지 위반’을 사유로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정도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징계 결과로 진행된 최 의원의 공개 회의에서 사과발언은 ‘언쟁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구민들게 죄송하다’는 첫 문장을 제외하고는 강사가 먼저 무례하게 했다, 자신은 욕설한 적이 없다, 강사를 추종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힘들다 등의 내용으로 점철됐습니다. 사과라고 할 수도 없는 거짓말로 일관한 변명에도 서대문구의회는 징계를 처리했다며 그대로 넘겼습니다. 최 의원은 사건 이후 자유한국당을 탈당했습니다.

구의회 책임 회피, 재판 시간끌기 뒤 4년 만에 벌금형 선고

재판 기간 내내 시간 끌기도 계속됐습니다. 애초에 업무방해죄와 모욕죄가 인정돼 2020년에 약식명령으로 판단이 나왔지만 최 의원 측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이 길어지게 됐습니다. 증인 요청을 하고, 증인 불참으로 또 재판이 미뤄지고 이후에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증인 다수가 출마를 해 출석이 어려우니 재판을 미뤄달라 하기도 했습니다. 재판 내용이 진행되는 것 없이 몇 달 미뤄지기만 한 것입니다. 심지어 1심 선고 결과가 정해지는 재판일에 최 의원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은 또 허무하게 한 달이 밀렸습니다. 그간 탄원서를 내고 재판 모니터링을 진행했던 주민들이 결과를 듣고자 재판장에 참석했는데 말그대로 허탕만 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2019년 9월에 발생한 사건이 4년 가까이 되어 2023년이 되어서야 1심 판결이 났습니다. 업무방해죄, 모욕죄 유죄, 벌금 200만원입니다.

거짓말에 피해자 탓하기, 꼬리자르기와 시간 끌기에도 재판 결과가 옳게 났습니다. 다만 최 의원의 임기 중에 제대로 된 사과, 징계가 없었다는 것이 속이 쓰립니다. 법적 기술을 동원해 결국 임기 중 재판 결과를 보지 못했고, 서대문구의회는 책임 회피에만 몰두해 허울뿐인 징계를 했으니 말입니다. 지난 서대문구의회 욕설 사건이 유죄 판결이 났다는 것을 기록하고 성폭력 예방 강의에서조차 피해를 부정하는 몰상식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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