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철창 속에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03.17 ⓒ민중의소리
경찰이 장애인 이동권 확보,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에서 반복해 시위를 해 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17일 체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46분 경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박경석 대표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한 후 이를 집행했다. 박 대표의 혐의는 업무방해, 기차교통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지난 15일 남대문서는 박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서울 중앙지법은 16일 밤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경찰은 그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총 18차례 요구했다. 이에 박 대표는 '서울 소재 31개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약속하면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박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1월까지 경복궁역·삼각지역 등에서 지하철에 탑승하거나 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경찰이 그의 영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은 38건에 달한다.
박 대표는 체포 전 11시 경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상징하는 이동형 철창 안에 들어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는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다. 단지 불법적 사회, 장애인을 지속적으로 차별해온 사회, 장애인 등에 대한 편의시설 마련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저항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오이도역 추락 참사 22주기'였던 지난 1월 20일을 끝으로 지하철 출·퇴근길 시위를 중단한 채 지하철 역에서 선전전만 하고 있다며, 여당과 기획재정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저희를 불법 분자로만 몰지 마시고, 22년을 외쳐도 바뀌지 않은 현실을 봐달라. 한국이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지독한 차별을 가해왔는지 봐 달라"고 호소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12.20. ⓒ뉴시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전장연을 겨냥해 "불법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 사법처리하겠다"고 한 김광호 서울청장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저희는 지구 끝까지 도망갈 수 없다. 도망 갈 수단도 없다. 국가가 지켜야 할 편의시설 (설치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데 도망을 생각할 수 있겠냐. 도망 갈 생각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경찰에게 "한 달 전에 남대문서에 출두하라고 했다"라며, "지체 없이 이 기자회견 끝나면 체포영장을 보여주시고, 집행해달라"고 말했다.
실제 남대문서 수사과장은 기자회견 종료 후 박 대표에게 체포영장을 보여주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후 체포했다. 박 대표는 호송차에 태워져 남대문서로 이송됐다. 현장의 나온 100여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박 대표에게 "조사 잘 받고 나와라", "박경석은 무죄다"라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