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기계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17.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건설기계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제재하기 위한 심의에 나섰다.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만 21억 3천여만원. 건설노조는 "공정위가 새로운 노조 탄압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공정위는 이날 경기 과천시 공정거래위 과천심판정에서 제1소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울릉지회 사건과 부산건설기계지부의 사업자 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소회의는 법원의 1심에 해당한다.
울릉지회 사건은 굴착기, 덤프트럭, 크레인 기사 등 노조 소속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기계 임대료를 인상해줄 것을 건설사에 요구한 행위를 '담합'으로 본 것이다. 부산건설기계지부 사건은 노조의 조합원 고용 요구가 사업자단체의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안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데, 조합원 채용 요구는 건설사에 다른 단체 구성원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과거에도 공정위는 이와 유사한 사안을 문제 삼은 적이 있었지만 정식 심의에 회부하지 않고 심사관 전결 처분으로 그쳤다. 현행법의 한계로 건설기계 노동자는 사업자도,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처지라 공정위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시작한 뒤, 공정위는 건설기계노동자를 사업자로, 이들이 조직된 노동조합을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통해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의 조합원 채용 요구를 위법으로 보고,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고로 조직된 사업자단체를 공식적으로 제재한 것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공정위 심의가 열리는 공정위 서울사무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공정위를 향해 강하게 규탄했다.
건설노조는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사업자라는 굴레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가 있다. 이대로 살면 정말 죽을 것 같았기에, 노동조합이 아니면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었기에 건설노조로 뭉쳐 단결했다"며 "그런데 공정위가 붙이는 담합 규정에, 거래거절 규정에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공정위의 의도는 분명하다. 수십억원 과징금을 물리며 노동조합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자신의 소관도 아닌 노조 활동에 개입하며 노조 탄압을 일삼는 공정위의 행태가 부끄러울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정신 차려라"며 "제발 본연의 업무를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