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팔아 먹은 한일정상회담 치욕스럽다” 분노한 시민들 서울광장에 운집

야당도 “싸워서 막아야 한다” 대국민 호소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8.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안에 분노한 여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후 더 커지고 있다. 양국 간 가장 첨예한 현안은 과거사 문제인데, 이와 관련해 한국은 모든 것을 양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윤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부담을 오히려 덜어주고 왔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의 공동 주최로 18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한일정상회담 규탄!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해법 폐기!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3차 범국민대회’가 대규모 인파가 몰린 가운데 열렸다.

범국민대회는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안을 내놓은 이후 매주 열리고 있는데, 이날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나아가 참가자들은 “굴욕적인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한다”며 윤 대통령을 ‘친일매국자 이완용’에 비유하는 등 이전 보다 더욱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사회를 맡은 김영환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역사를 팔아 넘기고 오므라이스를 먹겠다고 일본으로 달려간 윤 대통령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왼쪽에서 두번째부터)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이해찬 상임고문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18. ⓒ뉴시스

대학 교수, 대학생, 학교 교사까지 거리로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규탄 한 목소리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은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3개 품목 수출을 통제하고, 한달 뒤인 8월에는 수출 규제를 완화해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한국은 같은 해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또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로 활로를 찾아왔고,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은 성과를 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국은 WTO 제소를 취소하고, 일본은 수출 규제를 해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강제징용 문제로 촉발된 대표적인 비우호조치로서, 한일관계의 본격적 개선과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토대가 확립됐다”고 자평했는데, 최 교수는 오히려 경제 발전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일본의 수출 금지 조치는 경제논리적으로 볼 때 아주 멍청하고 자기 발등을 찍는 조치였다”며 “대한민국의 완승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을 한참 앞서며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 모든 것을 후퇴시키고 무너뜨리고 있다”며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한국 제외 정책 폐기도 얻어내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WTO 제소를 취하하면서 일본의 무역보복에 면죄부를 주고 일본에 대한 의존을 줄여온 우리나라를 다시 의존 심화하게 만들며, 이를 ‘한일협력’이라고 이걸 포장하는 게 바로 윤석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함께 연구실을 박차고 나온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 교수도 “현 정권은 이 회담의 결과가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간도 쓸개도 다 빼주고 있다”며 “국가와 민족 위해서 실익을 중시하려면 친일도, 친중도, 친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말하는 친일파는 친일매국자, 반민족행위자다. 아직도 한국을 현대판 식민지로 취급하는 기시다 정부와 일본 극우를 만족시킨 윤석열은 도대체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얻었는가”라고 꼬집었다.

전희영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치욕적인 역사를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 위원장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우리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에 강제로 동원돼 꽃다운 청춘을 보내야 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분노의 가슴을 쳤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학생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동원을 한 적이 없다고 억지로 우기는 일본 앞에서 구상권 청구는 없다고 말하는 자가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대법원 판결도 잘못됐다고 말하는 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식민지배에 대해 제대로 된 사죄 한 번 없이 군국주의 부활을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에게 우리 군사정보를 마음껏 쓰라고 내주겠다는 협정을 맺은 것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도는 일본의 영토이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일본의 교과서,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한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동원했다는 일본의 교과서, 성노예 문제, ‘위안부’ 문제는 일본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냥 기술된 일본의 교과서가 과연 옳다는 말이냐. 그럼 우리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전 위원장은 “우리 국민들, 학생들은 윤석열 당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일본 총리인지 묻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변할 대통령이 아니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이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가장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대신해 한일 양국의 기업들이 청년세대를 위해 ‘미래청년기금’이라는 걸 조성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 발표에선 이 부분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미래 파트너십 기금’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윤 대통령 일본 방문 기간에 발표된 것이었다.

김 대표는 “‘강제동원’이 들어간 어떤 곳에도 돈을 내고 싶지 않다는 일본 전범기업에 면죄부를 주려고 만든 기금, 윤석열이 일본 정부에 잘 보이려고 청년팔이한 기금, 강제동원 피해자를 짓밟고 만든 기금”이라며 “‘미래청년기금’의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의 미래, 청년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청년들이 그런 쓰레기 같은 돈 주면 좋아할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국민을 팔아 먹는 친일매국자에게 우리가 역사의 심판을 꼭 내리자”고 호소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3.18. ⓒ뉴시스

야당도 “싸워서 막아야 한다” 대국민 호소


야당 대표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당원들도 범국민대회에 대거 참여해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한반도에 항구적 위협이 될 일본의 군사대국화, 평화헌법 무력화에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 강제동원 배상안, 그리고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원상복귀를 통해서 한일군사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반도가 전쟁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두렵다. 이런 굴욕과 이 안타까움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 싸워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직 국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상처를 헤집고 한반도를 진영대결의 중심으로 몰어넣는 굴욕적인 야합을 주권자의 힘으로 반드시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한일정상회담 직전에 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물컵의 반을 채웠으니 일본 정부가 그 반을 채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물컵에 반도 아니고 주전자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그 나머지 물컵을 가득 채워서 일본 정부에게 고스란히 가져다 바치고 빈손으로 달랑 돌아왔다”며 “이게 무슨 성공적인 한일외교라고 자화자찬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강제징용뿐만 아니라 남아있냐 다케시마의 날, 역사왜곡, 일본 재무장 문제도 남아 있다. 이럴 때 계속 일본에 머리 숙이고 굴욕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윤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며 “우리 국민들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국익도 팔아 먹고 시민들의 존엄도 팔아 먹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도 팔아 먹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됐다. 우리 모두 힘내서 함께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치욕스럽다”고 말문을 연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나라를 팔아먹는 자들이 어찌 보수란 말이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보수도, 자유도, 민주주의도 아닌, 친일매국세력이다. 이런 자들이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촛불로 심판 받았음에도 반성과 성찰 없이, 다시 정권 잡자마자 나라를 팔아먹는 이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규탄했다.

또한 “올바른 미래는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 정의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일본의 침략 범죄를 정당화 하는데 들러리 서고, 일본이 내민 청구서까지 들고 온 사람을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저 무도한 친일매국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자. 광장의 분노를 하나로 모아 한국정치의 거악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범국민대회는 참가자들이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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