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굴종·굴신으로 겨레에 수모··· 대통령 용퇴 촉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과 시민들이 1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다. ⓒ뉴시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0일 저녁 열릴 시국미사를 앞두고 공개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극우들의 망언·망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역사적 면죄에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아낌없이 보따리를 풀었지만 빈털터리로, 그것도 가해자의 훈계만 잔뜩 듣고 돌아왔다. 무례한 처신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통령이지만 굴종 굴신으로 겨레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나 무겁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윤석열 정부가 청사에 길이 빛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고(2022.8.29), 이태원 참사로 퇴진 목소리가 드높아졌을 때에도 먼저 우리 생활방식을 뜯어고치자며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2022.11.14),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제단은 윤 대통령이 일본과 관련해 “이 나라가 옛 어른들이 꿈꾼 아름다운 그 나라인지 돌아보는 삼일절 아침에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한 것이라며 조상을 탓했다. 그러므로 일본에 사죄나 배상을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면서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고, 민족정기를 더럽히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면서 구체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법이 거듭 타당하다고 판단한,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토록 확정했던 판결을 무효화하였다”면서 “헌법 수호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끌려가서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돌아와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지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서 평생 한을 품어야 했던 노인들의 팔을 꺾었다”면서 “대통령의 통치권에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우리 기업들이 부담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헌법은 대통령에게 마구잡이로 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지정할 권한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는 배임을 강요했고, 이는 있을 수 없는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윤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과 일본 정부가 장미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전임자들이 애써 이룩한 화해와 교류협력의 성과를 비웃는 대통령은 한사코 일본에 기대고, 미국에 업혀 지내려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미래, 미래’를 외치지만 친일과 반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둡고 슬픈 과거로 우리를 잡아끄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런 현실에 맞서기 위해 “하던 대로는 할 수 없이 된 세상, 살던 대로 살아서는 망할 수밖에 없으니 근본부터 바꾸고 새로 출발하자던 삼일정신으로 오늘의 재난에 맞서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헌법 준수, 국가 보위, 평화적 통일과 자유, 복리,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심각하게 어겼다”면서 “역사적 퇴장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단 기득권 세력의 기사회생, 재집권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낙심은 금물이다. 민주주의는 점진적인 성취로 이룩되며 심각한 중단이나 퇴보는 언제든 있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진영을 막론하고 힘을 합치자. 적폐인 보수가 아니요, 노폐인 진보가 아니라면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정의로운 떳떳한 나라를 만드는 데 성심을 모으자. 지킬 것을 지키고, 고칠 것을 고쳐서 이룰 것을 이루는 역사의 현장에서 모두 만나자”고 호소했다.

끝으로 “믿음을 가진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호소한다. 꼿꼿이 서서 몸을 태우는 제대 초의 듬직한 몸가짐처럼 병든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자가의 수고를 즐거이 감당하자.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 소중한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 은총의 때”라고 강조했다.

절체절명의 때에 읍소하오니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그리고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극우들의 망언·망동妄動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역사적 면죄에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아낌없이 보따리를 풀었지만 빈털터리로, 그것도 가해자의 훈계만 잔뜩 듣고 돌아왔다. 무례한 처신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통령이지만 굴종 굴신으로 겨레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가 너무나 무겁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윤석열 정부가 청사에 길이 빛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고(2022.8.29), 이태원 참사로 퇴진 목소리가 드높아졌을 때에도 먼저 우리 생활방식을 뜯어고치자며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2022.11.14), 오늘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

세 가지 팔을 꺾다

이 나라가 옛 어른들이 꿈꾼 아름다운 그 나라인지 돌아보는 삼일절 아침에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한 것이라며 조상을 탓했다. 그러므로 일본에 사죄나 배상을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면서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는 다음 세 가지로 헌법을 위반하고 민족정기를 더럽혔으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첫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팔을 비튼 죄. 그는 대법이 거듭 타당하다고 판단한,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배상토록 확정했던 판결을 무효화하였다. 삼권분립을 무참히 파괴하는 저 대담성에 말을 잊는다. 역대 어떤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의 판결 이행을 가로막았던가. 더군다나 그는 징용 배상판결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을 구속했던 검사였으면서 대통령이 돼서는 최고법원의 역사적 판결을 무위로 돌렸다. 명백한 사법권 침해요, 헌법 수호 책무를 망각하고 헌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근래 검찰의 방탕放蕩은 대통령의 탈선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끌려가서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돌아와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지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서 평생 한을 품어야 했던 노인들의 팔을 꺾었다. 대통령의 통치권에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무 돈이든 받으면 잠잠해지리라고 믿는 모양이나 백수白壽 고령의 피해자들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며 울부짖는다.

셋째. 아무 상관도 책임도 없는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물도록 하느라 팔을 비틀었다. 소송 제기를 준비 중인 20만 이상의 잠재적 원고들도 똑같이 떠맡길 모양인데 헌법은 대통령에게 마구잡이로 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지정할 권한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는 배임을 강요했고, 이는 있을 수 없는 직권남용이다.

대법 판결을 뒤집어서 피해자들을 울리고 기업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떠안김으로써 대한민국의 존엄을 짓밟는, 반면 반성할 줄 모르는 가해자를 향해서 “아무 걱정하지 마시라”며 거듭 머리를 조아리는 대통령을 따라가면 과연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속으면 안 된다

싱거운 완승 후 일본은 “한국, 징용배상 조치 착실히 실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어이없는 훈계와 함께 “강제동원은 없었다. 이미 끝난 문제”라고 못 박았다. 적반하장 일본다웠다.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간 협력의 획기적인 장이 열렸다”면서 반색했다. 일본과 순망치한의 관계인 제3자라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일본 굴종 굴신을 환호하는 자들이 있다. “미래 향한 진정한 극일의 시작”, “주권과 국익 차원에서 내린 용기 있는 결단”, “대통령 결단은 지고도 이기는 길,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 언론도 호들갑을 떨었다. “강제동원 배상안 확정, 한미일 안보협력 속도 붙나”, “방일에 이은 방미로 한미일 3각 협력체제가 한층 견고해 질 것”. 대한제국의 대신들로서 매국의 대명사가 된 을사오적도 국권을 넘기면서 비슷한 말을 하였다.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한미일 삼각협력체제”는 그 이름처럼 한국을 위한 미일의 협력일까? 한중일의 항구적 평화를 구상했던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한낱 잠꼬대였을까! ‘미국을 위한 일본 만들기’인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일본을 위한 한국 만들기’에 다름없는 한일협정이 만들어낸 ‘한미일 공조체제’에서 우리는 안보와 성장이라는 득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과 미일 의존체계를 영속화하는 실도 겪었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래야 하느냐 하는 것인데 전임자들이 애써 이룩한 화해와 교류협력의 성과를 비웃는 대통령은 한사코 일본에 기대고, 미국에 업혀 지내려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미래, 미래”를 외치지만 친일과 반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둡고 슬픈 과거로 우리를 잡아끄는 중이다.

그에게 실격을, 자신에게 삼일정신을

새 길이 두려워 뒤로 돌아가려 함은 만인공통의 관성이다. 더는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어서다. “국권 강탈 10년도 못되어 동서고금에 드문 대혁명”(쑨원)을 일으켰던 기미년의 통찰을 되새기자. 하던 대로는 할 수 없이 된 세상, 살던 대로 살아서는 망할 수밖에 없으니 근본부터 바꾸고 새로 출발하자던 삼일정신으로 오늘의 재난에 맞서자.

하나. 성경의 억강부약(루카 1,46-55) 대신 가혹한 ‘강자독식’을 더 나은 미래로 믿으며. 서민 생존권을 무시, 노동자들을 적으로 대하고 파업을 ‘북한 핵위협’처럼 여기며. 4.19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쟁취한 민주주의를 경시하며. 검찰의 권능을 악용해서 정적 제거에 몰두하고 편중인사로 일명 ‘검찰 공화국’을 수립하며. 이태원 참사에서 보았듯이 재난 대비-대응-구조-수습을 위한 공권력을 일신의 안위를 위해 오남용하며. 사죄도 사과도 하지 않고 사사건건 진실을 감추고 남을 탓하며. ‘자주·평화·민족대단결’(7.4 남북공동성명)이라는 원칙을 깨고 전쟁불사에다 핵무장까지 주장함으로써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며. 극소수의 특권 유지 확대를 위해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벼랑으로 내몰며. 탄소중립이라는 인류공동의 과제를 외면하고 한사코 원전강국으로 재도약하자는 시대착오적인 사람. 그는 “헌법 준수, 국가 보위, 평화적 통일과 자유, 복리,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심각하게 어겼다. 역사적 퇴장을 명령한다.

둘. 분단기득권 세력의 기사회생, 재집권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낙심은 금물이다. 민주주의는 점진적인 성취로 이룩되며 심각한 중단이나 퇴보는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6.15공동선언(2000), 10.4선언(2007)으로 전진하다가도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정체와 역진이 있었다. 그랬지만 촛불들의 뜨거운 참여와 수고로 판문점선언(2018.4.27), 9월 평양선언이 가능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우리는 숱한 재난과 위기 속에서 놀라운 반전의 기회를 발굴해냈다.

셋.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진영을 막론하고 힘을 합치자. 적폐인 보수가 아니요, 노폐인 진보가 아니라면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정의로운 떳떳한 나라를 만드는 데 성심을 모으자. 지킬 것을 지키고, 고칠 것을 고쳐서 이룰 것을 이루는 역사의 현장에서 모두 만나자.

넷. 믿음을 가진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호소한다. 꼿꼿이 서서 몸을 태우는 제대 초의 듬직한 몸가짐처럼 병든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자가의 수고를 즐거이 감당하자.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 소중한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 은총의 때다.

2023년 3월 20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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