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 및 기본계획안(2023~2042)’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목표 이행을 위한 전략과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및 녹색성장 추진 의지와 정책 방향을 담은 청사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딴판이다. 내용이 부실한데다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허술한 계획안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한마디로 ‘다음 정부로 책임 떠넘기기’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는 약 5000만톤, 다음 정부 3년 동안은 약 1억5000만톤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연평균 감축률로 보면 현 정부 임기 동안은 2%지만, 다음 정부 3년 동안은 9.3%다.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 20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향후 10년 이내에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류에게 남은 탄소배출량인 ‘탄소예산’이 빠르게 감소해 감축 목표를 상향하지 않으면 평균 온도 상승폭은 2010년에 2.8도에 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제 사회의 이런 움직임 달리 노골적으로 책임을 다음 정부로 떠넘겨버렸다.
구체적인 감축 내용도 문제다. 정부는 2030년 달성해야 하는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는 유지했지만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존 14.5%에서 11.4%로 3.1% 포인트 낮췄다. 산업부문 배출량은 2018년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분야의 목표치를 낮췄으니 실제로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졌다. 정부는 산업계 감축 목표 하향에 따른 부족분은 국제 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으로 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서 얼마나 감축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감축 실적의 해외 이전을 규제하는 추세에서 국제 감축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은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았다. 완성되지도 않은 기술로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혹세무민에 가깝다. “기후 위기 대응이 아니라 기업 민원 해결”이라는 환경단체의 비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안은 탄소중립기본법이 정한 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에는 20년 뒤인 2042년의 감축 목표는 없다. 기본계획 수립시 경제적 효과 분석을 포함해야 하는데 그것도 빠져 있다. 계획을 수립할 때 해야 하는 공청회는 기본계획 법정 기한인 오는 25일을 3일 앞둔 22일에야 연다. 법이 정한 공청회를 한낱 요식 행위로 만들어버렸다.
갈수록 빨라지는 기후위기 시계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국제 사회의 합의다. IPCC는 이번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단기적 대응의 시급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안이할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 추세에 윤석열 정부 홀로 역행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