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집회…2만여 시민 “대통령 자격 없다”

[현장] 서울 도심서 ‘3.25 행동의 날’ 개최…이어진 ‘굴욕외교 규탄 대회’선 한일정상회담 비판 목소리 터져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25 ⓒ민중의소리

25일 오후 노동자·농민·빈민·여성·청년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윤석열 정권 심판’을 외쳤다. 윤 대통령 취임 10개월 동안 사회 각 분야에서 누적된 시민들의 분노는 ‘경고’를 넘어 ‘심판’의 시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날 ‘윤석열 정권 심판! 3.25 행동의 날’ 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엔 각계 진보 시민사회단체가 총집결했다.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인파가 서울시청광장을 메웠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서울시국회의 등이 각각 서울 도심 일대에서 집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 실정과 민생 파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뒤, 이 자리에 모여 함께 마무리 대회를 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 40분경, 서울시국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먼저 자리 잡은 시청광장에 차차 각 분야 시민들이 대열을 갖춰 합류했다. 대학로에선 사전대회를 가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역 방면에선 진보당 당원들이 들어왔다. 먼저 자리 잡은 시민들은 연대 단체들이 마무리 집회 현장에 들어설 때마다 환호하며 반겼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단체 수는 총 869개. 이 숫자는 출범 10개월이 된 현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행사 무대 위엔 ‘이대로는 못 살겠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친일야합 규탄한다’, ‘日편단심, 윤석열 퇴진’, ‘공안탄압봉쇄, 윤석열 정권심판’,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농민생존권 쟁취!’ 등 문구를 들고 있었다. 호루라기를 불며 레드카드를 높이 치켜드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현 정부 실정을 경고하고 향후 보다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본격적인 대회 시작 전, 대오를 정리하는 동안 윤 대통령 발언과 각종 뉴스를 모은 대회 영상이 상영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발표, 검찰 출신 인사의 요직 임명, 주 120시간 노동, 바이든 날리면 등 발언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시민들이 ‘내려와라’라고 소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회사에 나선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우리는 오늘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 친재벌 정책의 끝을 달리는 윤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치솟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정부가 법인세와 종부세 등 부자 세금은 감면하고 사회복지 예산은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고를 털고 서민을 희생시켜 부자 곳간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박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은 기존 남북합의를 쓰레기통에 처박고, 한미일 군사 협력을 추진하고 전쟁 불사 선제공격을 한다고 한다”며 “한반도 전쟁 위기는 어느 때보다 심화됐다”고 짚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고 일제 식민지배 역사를 지웠다.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 책임을 면책하는 굴욕적 친일매국 외교를 폈다”며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굴욕외교를 일삼는 윤은 한국의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지탄했다.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윤 정부 어디에서도 노점상, 철거민 등 빈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찾을 수 없다”고 외쳤다. 이어 “곽상도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관련 무죄 선고를 받은 다음 날, 불법강제 철거를 막았다는 이유로 빈민해방실천연대 대표와 간부, 노점상들에 대해 실형 2년이 선고됐다”며 “노점상 생존권 투쟁을 어찌 범죄로 매도하는가”라고 통탄했다. 그는 “윤 정부가 빈민을 외면하면 그에 앞서 빈민이 나서 윤 정부를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민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짚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쌀값은 15개월째 하락하는데 정부는 여전히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그나마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누더기가 된 채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정부는 이마저도 거부권 행사를 운운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정부는 최근 노동계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노조를 노동자 착취 집단으로, 경제 위기 원인으로 규정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권한을 강화하고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공안 탄압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분노한 민심을 탄압으로 막아보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 위원장은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 시간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하루 11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주휴 수당을 없애고, 성과급제를 도입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지갑이 텅텅 비워져 가는데 최저임금조차 사실상 삭감됐다”라며  “임금 빼고 다 오른 한국 경제, 노동자 민중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무능한 정부를 향한 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도 현 정부 실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하남시에서 1시간 반 걸려 현장에 참석한 김 씨(60대, 주부)는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외교가 심각하다”며 “나라를 팔아먹는 걸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시행령 정치 독재도 문제다”, “민생도 문제다”라며 말을 더해나갔다. 그의 손에는 ‘퇴진이 평화’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박 씨(54세, 직장인)는 “대통령 자체가 문제”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도 외교 문제를 콕 집었다. 그는 “일본, 미국 눈치만 본다. 너무 노골적”이라며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수원에서 온 그는 “말이 안 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라고 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25 ⓒ민중의소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3.25행동의 날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권 심판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2023.03.25 ⓒ민중의소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대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 시민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25 ⓒ민중의소리

벌써 4차 맞은 굴욕외교 규탄 대회
“한일정상회담 논의 내용 공개하라”

이날 ‘행동의 날’ 집회 이후 같은 자리에서 ‘굴욕외교 규탄 4차 범국민대회’가 이어졌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이 주최한 행사에는 앞선 집회 참석자들도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 공개, 윤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이후 날로 시민들 분노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한일정상회담 논의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한일 두 정상이 논의한 내용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반하고, 한국 뿐 아니라 태평양 연안 국가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오염수 방류를 묵과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민 부산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친일 텃밭에서 뿌리 내린 자들이 미래세대에 친일을 권하고 있다”며 “그런 취급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 발표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지난 16일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치우면 일본이 호응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윤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를 걸림돌로 여기면 우리는 정부가 한 발도 내딛을 수 없도록 하는 철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정당 대표들도 참석해, 정부 비판 목소리에 가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가 간 외교에서 최소한 균형은 지켜야 한다”며 “지금보다 나빠져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에서 퍼주기는 잔뜩 했지만, 받은 게 없다”며 “일본에게 유익하기만 한 강제동원 해법을 내놓은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줬나.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이 나라를 못 지키면 우리가 나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 대통령은 굴욕외교에 반대하는 국민을 싸잡아 ‘배타적 민족주의, 반일감정에 사로잡혀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집단’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국민들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일본을 대하며 활발하게 교류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한민국 외교의 기준과 원칙은 분명하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다자 간 외교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서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가 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일 동맹체제에 이리도 목을 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반성도 듣지 못하는 굴욕외교를 이어 나가며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외교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도 “왜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 입장을 헤아리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느냐”며 “우리 정부가 일본 입장을 대변하면 우리 국민의 입장은 누가 대변한단 말이냐"고 통탄했다. 이어 “한일정상회담은 헌법 위반이므로 원천 무효”라며 “행정부 수장이 자기 마음대로, 사법부 판결을 무너뜨리고, 피해자 권리를 박탈한다면 어떻게 삼권분립이 이루어질 것이며, 누가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3자 변제안은 받을 수 없다는 피해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문제는 윤석열이다. 민생파탄! 검찰독재! 윤석열 심판!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를 마친 뒤 시청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3.03.2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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