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총파업 코 앞인데, ‘교섭 책임’ 교육감은 손하트로 조롱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학교는 ‘저임금·고강도 노동’의 일터, 비정규직 노동자 절박함에 응답해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참석자들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3.31 학교비정규직 신학기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3.27 ⓒ민중의소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유례 없는 새 학기 총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섭 책임자인 강은희 대구교육감도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 파업 예고일 하루 전인 30일에도 노사 교섭이 예정돼 있으나 사측인 시·도 교육청의 무책임한 태도에 교섭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구성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전국 시도교육청 앞에서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1일 신학기 총파업 돌입을 선포했다.

이윤희 교육공무직본부장은 "민간 기업도 아니고 정부 당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차별을 호소하며 임금체계 개편 협의를 요청하고, 물가 대비 실질 임금 삭감에 막고자 파업에 나서는데 정부는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라며 "31일 총파업 이후에도 결단하지 않으면 17개 시도 교육청의 쟁의는 초장기 국면으로 들어서고 3차 파업, 4차 파업이라는 누구도 원치 않는 사태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학기 총파업은 2017년 연대회의가 집단교섭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교섭이 해를 넘기고, 새 학기가 시작된 이날까지 7개월이 넘도록 타결에 이르지 못한 탓이다. 연대회의는 지난해 11월 25일 조합원 2만5천여명이 참여한 1차 파업에 나서며 교육당국을 압박했지만, 이후 교섭 과정에서도 큰 진전이 없었다. 

연대회의가 요구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저임금에 명확한 기준도 없는 임금체계의 개편 요구와 폐 질환이 속출하는 급식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제대로 된 인력 충원 없이 땜질식으로 운영되는 늘봄학교 정책 개선 등이다.

특히 연대회의는 교섭 과정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 협의체'라도 구성하자고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내놨지만, 사측은 한사코 협의체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대신, '임금 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 정도는 합의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기본급과 각종 복리후생비 인상 요구 역시 사측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의 인상을 제시하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집단교섭 책임지라'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에 손하트 만들어 조롱한 강은희 대구교육감.

연대회의는 사태가 장기화된 책임이 시도교육청 교섭 대표를 맡고 있는 강은희 대구교육감에 있다고 지목했다. 일부 교육감은 연대회의와의 면담 과정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교섭 대표 교육감인 강 교육감의 반대로 교섭이 답보 상태인 것이 답답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연대회의는 전했다. 강 교육감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보수 성향 교육감으로 꼽힌다.

연대회의는 지난 23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찾아가 직접 항의하는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총회 대표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서는 "집단교섭을 대구교육감에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며 "교육감들의 구체적인 주문이 (사측의) 교섭단에 전달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총회 시간에 집단교섭과 관련해 전체 교육감들이 심층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강 교육감은 '집단교섭을 책임지라'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 섞인 외침에 환하게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황당한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대회의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조희연 교육감마저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강 교육감을 저지하려 했지만 강 교육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하트'를 날렸다.

연대회의는 이러한 강 교육감의 행동을 '조롱'으로 받아들였다. 학비노조 박미향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저희들은 심각한 상황인데, 하트만 날리고 총회의 장소로 들어갔다"며 "교섭 주관 교육청의 교육감으로서 현재의 교착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책임감은 전혀 보이지 않고 개념 없이 그런 행위를 했다. 교육감으로서 자격, 자질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학교 현장은 저임금 고착화, 고강도 노동으로 곳곳에서 대규모 결원이 발생하고 부족한 인력으로 일은 더 고되고 힘겨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급식노동자들이 죽음의 급식실이 아닌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고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에 답해달라"고 호소했다.

학부모단체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참교육학부모회 이윤경 대표는 "연봉 협상도 안 된 채 일단 근무하라고 하고, 매일 폐가 안 좋아지는데 환기시설을 교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하고, 옆 사람과 같은 업무를 해도 임금에 상여금 비율까지 차별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학생과 학부모에 불편을 주고 총파업을 몰고 간 책임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인 교육 당국에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