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03.27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의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 여러 결정 취지를 구분해서 일부에 한해 “존중한다”고 말하며,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공직자니 헌재의 각하 및 기각 결정을 인정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질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다툴 방법이 없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 맞느냐”고 재차 묻자, 한 장관은 “존중하고, 거기에 기반해서 법률을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이번 결정에 나왔는데, 그 부분을 존중하니 ‘그렇다’고 했다”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말에 “청구인 적격을 부인한 부분이니, 그 결론에 대해서는 당연히 존중하고, 그 취지에 맞게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검사 6명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다수 의견으로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 법률 규정과 국회 입법에 의해 조정·배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대해 물은 것이다.
그러나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수사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청구인 자격이 없다’는 헌재 결정에만 국한해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장관은 헌재 재판관 9명 중 4명의 소수의견을 근거로 최종 결정 취지를 흐리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그는 김승원 의원이 결과적으로 각하 결정이 나왔으니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재판관 9명 중 4명이 검사의 청구인 적격도 인정했다. 그분들의 의견도 중요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한 장관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과 같은 위헌·위법이 명확히 지적된 상황에서 사과는 제가 할 것이 아니라, 이 법을 밀어붙인 민주당 의원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과 요구’에 대한 즉답을 피해갔다.
정작 본질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교묘하게 ‘불복’ 의지 드러내
헌재는 한 장관과 검사 6명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는 각하 결정을 내려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이 같은 취지로 청구한 사건에서는 다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 결정 취지를 요약하면 ‘상임위 과정에서 토론의 기회를 배제하는 등 일부 위법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나, 상임위 및 본회의 의결 자체를 무효로 보긴 어렵다’, 즉 법안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장관은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각하’ 결정한 부분에 한해서만 존중한다고 하면서, 법안 효력을 인정한 결정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헌재가 유효하다고 인정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의 취지에 불복해 이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시행령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식이다.
이러한 교묘한 태도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질답 과정에서 확인됐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유효로 확정된 것 아니냐. 그렇다면 입법 취지를 존중해서 (모법과 달리 검찰 수사권을 확대한) 시행령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장관은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진 시행령이다. 오히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시행령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며 “도대체 왜 깡패와 마약, 무고, 위증 수사를 못하게 되돌려야 한다는 것인지 오히려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응수했다.
또한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헌재 결정에 대해 ‘결정 취지대로 행정을 하겠다’고 하셨다. 그 행정엔 당연히 시행령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묻자, 한 장관은 “그 헌재 결정이 시행령과 서로 양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과의 질답 과정에서도 한 장관은 “(헌재 결정을)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만 존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리해서 답했다. 이어 “동의하지 않고 공감하지 않는데 그 내용에 공감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