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윤석열에서 대통령 윤석열까지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법치’다. 평생을 법을 다룬 전문가이기도 하고, ‘공정이 무너졌다’는 정치참여 명분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메시지와 닿는다. 윤 대통령의 ‘오른팔’ 한동훈 장관(맡은 부처도 법무부다) 역시 법치를 내세우며 정치적 상대를 수시로 ‘범법자’ ‘도둑’으로 규정한다. 법치는 윤석열 정부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이자 명분이며 무기다.
국회가 입법을 담당하고 정부도 법에 근거해 기능하지만, 법치의 주된 영역은 사법이다. 사법 영역의 기관을 넓게 보면,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물론 각종 수사기관(검찰, 경찰, 국정원까지), 감사나 단속기관(감사원, 금감원 등), 나아가 근로감독관 같은 특별사법경찰 등도 포함된다.
현실에서 법치는 헌법재판소와 법원 판결로 종결된다. 신념,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당사자들이 최종적으로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약속한 것이다. 법원이 재심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이유도 갈등이 종결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면도 있다. 판결이 누적되면 입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제도나 문화의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법치도 법원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03.27 ⓒ뉴시스
그러나 윤석열과 한동훈의 법치는 국민 상식과는 다른 듯 하다. 국민의힘과 검찰, 법무부 등이 제기한 수사권 조정 입법 권한쟁의 심판에서 헌재의 판결은 예상된 내용이다. 상임위 토론, 의결 과정에서 일부 절차적 흠결이 있더라도 입법 전체를 무효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은 자주 보는 법 논리다. 입법이나 행정의 모든 절차가 100% 완벽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술은 먹었는데 음주운전이 아니란 말이냐’고 엉뚱한 말을 한다. 이준석을 당대표에서 몰아내기 위해 꼼수와 편법을 동원한 것이 몇 개월이나 됐나.
법무부 장관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제소 자격이 없고, 수사권이 검사의 헌법적 권한이 아니기에 침해된 권한이 없다는 헌재 판단도 적절하다. 간단히 하면, 권한쟁의를 다툴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검사집단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헌법 조문을 수십 년 간 과대포장해 수사는 검사의 헌법적, 배타적 권한이라고 강변해왔다. 헌재가 ‘그건 틀렸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권한쟁의 심판을 다뤄주지 않았다는 억지를 부린다.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이니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을 하는 중이다.
그래서 윤석열과 한동훈의 법치는 법치가 아니라 검사의 통치, 검치다. 검사의 판단이면 범법자가 되고, 법원은 검사의 기소를 받아들여야 맞다. 헌재 결정 뒤에도 검사의 판단에 어긋난 입법을 했다고 야당에 법 개정과 사과를 요구한다. 이러니 범정부 요직을 검사가 장악해 검사당을 형성한 것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헌법정신이니 헌정사 초유라느니 하는 말을 즐기지 않는다. 사회변화를 위해 때로 법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이들도 있고, 현존 체제 너머를 상상하며 급격한 변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게 진보라 믿는다. 이와 반대로 윤석열과 한동훈의 검치는 법치만도 못한 기득권 수호의 정치신념이다. 그것도 지극히 독선적인. 진보세력에게는 가장 반동적, 수구적 상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