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지난 1월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을 응시하는 한 국정원 직원의 모습. 2023.01.18. ⓒ뉴스1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이례적으로 혐의 내용을 직접 공개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원지방법원이 국정원과 경찰이 수원지방검찰청을 통해 청구한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 등 4명에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월 18일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와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전 금속노조 조직부장 등 4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서 A씨 한 명의 자리만 압수수색을 하는데 수백 명의 경력을 동원해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이들 4명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약 100여건이 넘는 대북 통신문건을 찾아냈고, 문건 해독·분석과정에서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과 자진지원, 특수 잠입·탈출 및 회합, 편의제공 등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개되는 범죄사실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전제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연루된 중요사건에 대해 일각에서 ‘간첩단 조작’, ‘종북몰이’로 폄훼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고, 이들의 범죄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을 관련법 절차에 따라 구속수사하여 범죄 사실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개인과 일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가지고 자주적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 사업, 집행에 덧씌우는 의도적 공세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은 구성원의 자주적 단결과 민주적 운영에 기초한 자주적 대중조직이다. 민주노총 역시 120만 조합원의 자주적 요구에 기초해 조직의 지향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의견수렴, 토론, 회의 등의 절차를 거친다. 민주노총은 누구의 지령이나 일방적 입장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며 “이미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 대회부터 중앙집행위원회, 상임집행위원회 및 각종 회의 기구를 통해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민주노총의 운영이 마치 외부의 지령을 받은 일부에 의해 장악되고 관철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혹 그런 주장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이렇게 운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한 “영장에 적시된 내용은 말 그대로 구속의 필요성을 대변할 뿐, 시행 등의 여부는 지금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특히 국정원이 발표한 국가기밀 탐지, 수집과 국가 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은 영장의 일방적인 적시일 뿐 그 시행에 대해선 입증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이런 발표는 앞으로의 수사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속노조도 입장문을 내고 “언론 보도 어디에도 현재 국가보안법 혐의를 받는 노동자, 시민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자유를 해한다는 증거가 없다. 현재까지 나온 국가정보원 논리대로라면 한국 사회의 모든 권력 비판 구호가 북한 지령이다. 노동자와 시민이 민주적으로 뜻을 모아 펼치는 광장의 정치가 부정된다.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는 모든 민주노조와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며 “윤 대통령의 목적은 낡은 유물에 그쳐야 할 국보법을 무기로 모든 권력 비판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 사상의 자유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어느 민주주의 국가가 ‘사상 범죄’를 덧씌워 탄압하고 구속하는가”라며 “한국의 국보법은 독재 시절부터 정부 수반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만 했다. 국보법이라는 낡은 유물,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사라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