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이퍼 비호한 경찰, 일본 덴소그룹 경비업체인가”

한국와이퍼 사태 공권력 투입에 경찰 해명도 거짓 논란

1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에서 회사 청산을 위해 생산설비를 반출하려는 사측을 막아서던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기획청산’ 의혹을 받으면서 ‘집단해고’ 사태를 일으킨 한국와이퍼가 노동조합의 반발을 뚫고 공장 생산설비의 일부분을 반출할 당시 경찰이 대규모로 투입된 것을 두고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노사 갈등에 물리력을 동원해 개입한 경찰청에 책임을 묻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안산시민행동과 함께 한국와이퍼 경기도 안산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경찰 투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윤희근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15일 한국와이퍼 안산공장의 생산설비가 회사 용역에 의해 일부 반출됐다. 200명이 넘는 노조 조합원들이 ‘노사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생산설비 반출을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보다 더 훨씬 더 많은 700명 이상의 경찰이 투입돼 설비 반출을 도왔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합원 4명이 단원경찰서로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또한 조합원 3명이 부상을 당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다수가 다쳤다.

이를 두고 노사 분쟁 사건에서 경찰이 일방적으로 사측의 편을 들면서 물리적으로 노조를 탄압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자, 윤 청장은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사간 물리적 충돌로 인한 112 신고가 다수 있었다”며 경력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을지로위 등은 윤 청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와이퍼 노사는 경찰력 투입 전날까지도 고용노동부의 중재와 34차례의 노사대화가 진행되며 단 한번의 물리적 충돌도 없었던 사업장이었다”며 “심지어 경찰이 투입된 당일에도 노사간 충돌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또한 이들은 경찰청이 노동부로부터 노조의 불법행위 의견회신을 받았다고 행안위에 설명했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24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경찰에 노조활동의 위법성에 대한 의견을 준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경찰이 노조의 설비장비 반출 저지를 ‘업무방해’라고 판단한 자체에도 위법 요소가 있다고 봤다. 노사간 체결한 단체협약에 ‘노조 동의 없이 설비반출 등 매각 금지’ 조항이 있는데, 이를 어기고 설비를 반출하려는 사측의 도움 요청을 경찰이 그대로 수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체협약인 고용안정협약의 주요내용을 어기는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92조’를 위반하는 것으로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이 있는 범죄행위”라며 “결국 한국와이퍼 사측의 위법성 있는 생산설비 반출행위를 경찰이 공범처럼 도와준 꼴이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윤석열 정부 경찰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와이퍼 공권력 투입 관련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및 윤희근 경찰청장 사과 요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동주 의원 페이스북

박주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한국와이퍼 사측은 본인들 스스로 노조의 동의 없이 설비반출 등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체결하고도 경찰력 동원을 요청했고 경찰은 고의 혹은 과실로 공권력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경찰의 민사불개입이라는 대원칙이 무너지고, 위법적이고 편파적인 공권력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안의 책임의원인 국회 환노위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 출국전날 일본기업의 위법에 맞서는 한국노동자들을 대한민국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며 일본 덴소그룹의 사설경비업체처럼 행동한 기가 막힌 사건”이라며 “사측이 용역을 투입하는 날짜와 대규모 경찰병력 투입 시점이 사전에 협의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누구의 지시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 대리인인 장석우 변호사(민주노총 금속법률원)는 이날 오후 국가인원위원회 긴급구제신청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윤 청장과 우종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직권남용 고소 및 국가손해배상청구 등 경찰 책임자들에 대한 추가적 민형사조치도 예고했다.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장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하고 누구보다 시민들의 안전에 앞장서야 할 경찰이 일본덴소자본의 사설경비업체로 전락하여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는 비껴설 수 없다”며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해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책임자 처벌과 사과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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