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_셰익스피어의 아주 특별한 문건들_김수용(사무엘), 주민진(H), 황순종(헨리) ⓒ(주)연극열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냐 아니냐, 이것이 문제로다!
18세기 말, 영국 런던을 뒤흔든 셰익스피어 유물 사기극이 있었다. 1796년 4월, 런던의 한 극장(Drury Lane Theatre)에서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이라고 주장된 ‘보르티게른(Vortigern and Rowena)’이 상연됐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와 그의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가 공개한 이 작품은 관객들의 비난 속에 첫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연극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된 작품이다.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동반사업 ‘데뷔를 데뷔하라’의 쇼케이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2021년 전막 낭독공연을 거쳐 ‘2022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을 통해 마침내 정식 무대를 선보이게 됐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와 관객의 귀를 사로잡은 뮤지컬 넘버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200여 년 전 희대의 스캔들이 어떤 재미와 즐거움을 줄지 궁금해진다.
셰익스피어 유물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재판
극은 한 명의 이야기꾼과 두 명의 배우가 각자의 역할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해설자이자, 상상 속 인물 ‘H’가 등장한다. 그 시점 아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역을 맡게 될 배우와 그의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가 될 배우가 무대 양 끝에 서 있다. 이들은 런던 최대 스캔들이 된 셰익스피어 유물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재판에 서게 된다.
2023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_10장 中_원종환(사무엘), 김지철(H) ⓒ(주)연극열전
‘유물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쪽과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윌리엄 부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극의 해설자를 통해 원점으로 돌아간다.
헨리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셰익스피어의 친필 사본으로 쓰인 책을 발견하고 셰익스피어의 친필을 흉내 내며 소네트(14행의 짧은 시로 이루어진 서양 시가)를 베끼게 된다. 이 종이를 우연히 보게 된 사무엘은 셰익스피어의 친필이라 확신하고 만다. 사무엘은 아들 헨리에게 이 친필본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묻게 되고, 헨리는 뛸 듯 기뻐하는 아버지를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그래서 헨리는 어느 날 학교로 찾아와 자신에게 셰익스피어의 유물을 건네준 ‘H’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낸다. 평생을 무명작가로 살아온 아버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헨리는 점점 더 거짓 속으로 빠져든다. 급기야 셰익스피어의 미발표작이라 주장하며 ‘보르티게른’을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두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한가운데 서게 되지만, 이들의 거짓은 오래가지 못한다.
진실이 되어야 하는 거짓
이 작품은 ‘윌리엄 헨리는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떻게 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세기의 사기극이 될 수 있었는가’란 고민은 작가의 상상력을 입고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사무엘은 이 이야기가 사실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굳혀간다. 아들을 믿어서도 믿고 싶어서도 아니다.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채워 줄 이 스캔들을 사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눈과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2023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윌리엄들_어떤 재판(Rep.)_이경수(사무엘), 황휘(H), 김지웅(헨리) ⓒ(주)연극열전
실제 역사에서 헨리는 1796년과 1805년 두 차례의 고백서를 통해 자신의 위조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거짓말로 희대의 사기극을 펼친 것도 놀랍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진실은 무게를 잃고 소멸된다는 사실이 더 마음을 무겁게 한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이렇게 사기극의 원인과 과정과 더불어 스캔들에 열광하고 진실에 무관심한 현실을 건드린다.
실화에 ‘보르티게른’을 비롯해 ‘셰익스피어 유물들의 진위를 가리는 재판’ 등의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이 작품은 김연미 작가와 남궁유진 작곡가, 김은영 연출 등 신인 창작진들의 힘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거짓을 진실로 믿고자 하는 사무엘,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파고 등장하는 미지의 신사 ‘H’,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는 헨리란 세 인물을 통해 구조를 선명하고 단순하게 만들어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였다.
세련되고 귀에 익숙한 넘버들도 좋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안정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2023년 5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윈 시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
공연날짜 : 2023년 3월 8일(수) ~ 5월 28일(일) 공연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시간 : 화,목,금 20시/수 16시, 20시/토,일 15시, 18시 30분/월 공연 없음 러닝타임 : 약 100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 만 11세 이상 연출 : 김은영 음악감독 : 박윤솔 대본, 가사 : 김연미 음악 : 남궁유진 출연진 : 김수용, 원종환, 이경수, 주민진, 김지철, 황 휘, 임규형, 황순종, 김지웅 티켓예매 : 인터파크 티켓, 예스24 공연문의 :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