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강제매수법’...윤 대통령에 재의 요구 건의”

29일 대국민담화 발표 “이런 법안은 농민·농업 발전에 전혀 도움 안 돼”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3.29.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문제점과 부작용이 많다며, 당정협의 결과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하겠다고 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해당 법안 관련 국무위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배석했다. 

담화문에서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며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 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해당 법안을 여당 뿐 아니라 농업 전문가와 한농연, 쌀전업농연합회 등 농업인 단체도 반대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을 저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라며, "문제가 많은 법률안에 대한 행정부의 재의 요구는 올바른 국정을 위해 헌법이 보장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총 4가지 지적했다. 그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 마비 △ 미래 농업에 투자할 재원 소모가 일어날 것이며, △ 식량안보 강화에 도움이 안 되고 △ 농산물 수급에 대한 국가 개입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정부에서도 그런 이유로 이미 반대하였던 법안"이라며,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으로 다시 추진하는 것은 혈세를 내는 국민들에게 도리가 아니다"라며 해당 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정부는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농업을 살리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식량 생산의 수급 균형을 맞춰 나가겠다"면서, 향후 추진할 몇가지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 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 △밀, 콩 등 재배 농민에게 직불금 지원 △수입 밀 대체 가루 쌀 산업 활성화 △ 미래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재차 "개정안은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며,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결정은 국익과 농민을 위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국회와 농업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3.28 ⓒ뉴시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당정 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 총리 담화 발표전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은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 결과라며, "법안의 폐단을 막고 국민들과 농민들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마지막 남아있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저희들이 간곡하게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이같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윤 대통령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된다. 또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로 7년만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된다. 

이 법안이 국회를 다시 통과하려면, 현행 국회법 상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석(115석)이 재적의원의 3분의 2를 넘으므로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재통과를 시도하기 보다는 유사한 취지의 새 법안을 마련해 국회 절차를 거친다는 입장이다. 

한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매입 비용 부담이 크고, 쌀이 계속 초과 생산돼 농업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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