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트집 잡아 채용 강요? 지금 현장은 부실시공 지적했다 ‘대량 해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는 해고된 조합원들과 함께 29일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최근 경기도 의정부 고산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8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한꺼번에 해고를 당했다. 이들은 모두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공사 과정에서 부실시공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문제를 제기했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 퇴근길에 노동자들에게 배포된 해고통지서


금요일 저녁이던 지난 17일 건설노동자들은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사측 관계자에게 느닷없이 해고통지서를 건네 받았다. 영문 모를 해고 통보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측이 해고통지서를 현장에서 배포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힌 해고통지서를 받은 조합원도 있었고, 해고통지서를 받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 조합원도 있었다.

해고통지서를 받지 못한 30명가량의 조합원들은 월요일인 19일 그대로 출근했다가 강제로 끌려나왔다. 다름 아닌 경찰에 의해서다. 현장엔 이미 경찰 버스 수십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경찰은 공사장 안까지 들어와 출근한 이들을 끌어냈다. 건설사의 요청과 허가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8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됐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사측의 부실시공 문제를 제기했다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는 해고된 조합원들과 함께 29일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영건설은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죽이기에 편승해 자신들의 불법시공을 숨기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자행했다”며 부실시공 정황을 폭로했다. 부적합한 합판으로 거푸집 작업을 한 점, 일부 구간에 내진 철근을 사용하지 않은 점, 흙막이 가설재가 파손된 점을 대표적인 부실시공 정황으로 꼽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달 초 하청업체인 우영건설뿐만 아니라 시공사인 우미건설에도 알려 부실시공 현장을 함께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우영건설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을 고용했지만, 부실시공은 우리의 일자리 보존만을 위해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며 “지난해 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처럼 붕괴가 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구성된 노사협의회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설명했다. 우미건설 소장과 우영건설 소장, 그리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이 각각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을 대표해 노사협의회에 들어갔다. 노사협의회는 교섭창구의 하나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노사협의회에서는 현장에서 불법하도급 근절, 불법고용 근절, 안전한 타워크레인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 활동 등을 의결했으며, 이를 위한 캠페인을 우미건설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실시공을 확인한 우미건설과 우영건설은 보수 공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전했다. 하지만 이후 보수 공사가 실제 진행됐는지 확인을 하기 어려워졌다. 문제가 제기된 지 약 보름이 지날 무렵,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공사 현장에서 모두 쫓겨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안전한 건설현장 확립과 부실시공 방지로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우영건설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전원 해고통보로 돌아왔다”며 “해고통지서를 받고 현장에서 쫓겨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은 보수 공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되자 사측은 부실시공의 책임을 오히려 노조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우영건설 관계자는 “자기들이 오시공을 해놓고 그걸 사진 찍어서 부실공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일을 시켰다가 계속 부실공사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 서로 신뢰가 깨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 공사된 부분은 다시 보수 공사를 해놨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런 사측의 태도에 황당해했다.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자 측 대표를 맡았던 김제곤 형틀팀장은 “우리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노동자다. 회사가 자재를 구입해서 현장에 뿌려 놓고 이렇게 저렇게 작업하라고 하면 우리는 그대로 작업을 할 뿐이다”라며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에 가서 앉아있지 왜 밖에서 이렇게 우리가 노동을 하고 있겠나. 너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어느새 ‘건폭’으로 둔갑돼 있었다


그런데 해고통지서에 적혀 있는 해고 이유는 ‘현장 내 불법 집단활동, 태업, 업무방해’였다. 우영건설 관계자는 “근로계약서에 따라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른바 ‘건폭(건설폭력)’ 단속에 주력하는 가운데 우영건설 역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일부를 채용 강요와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업무시간에 저희가 집단행동이나 태업을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은 ‘눈엣가시’인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공사현장에 내쫓기 위한 건설사의 술수라고 보는 것이다.

유병권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의정부지대 지대장은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를 하듯 채용을 위해서 사측을 협박하는 건설현장이 아니었다. 80여 명의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서 노동을 하고 대가를 받고 있던 현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영건설이 우리를 해고한 이유는 부실시공을 은폐하기 위함이고, 노사협의회에서 약속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불법 고용 근절을 지키지 않으려고 해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가 이곳에 모두 있다”며 “불법 다단계 하도급, 불법 고용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불법 자재 사용, 무자격 근로자의 고용 등으로 부실시공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정부의 ‘건폭’ 단속에 우영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이 “칼춤”을 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우리가 개인 노동자로 일할 때엔 불합리한 걸 사측에 말하면 ‘어이 김 씨,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했는데, 노동조합으로 있다 보니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데 요즘엔 입을 막기 위해서 해고를 해버리고 경찰에 신고해서 공사장 출입도 못하게 하고 있는 추세”라고 탄식했다.

또한 김 팀장은 “해고되기 전까지 일한 만큼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3분의 2만 주고 3분의 1은 압류한 상태”라며 “조합원 한 명당 400~800만원대 손해배상이 다 청구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햇볕에 얼굴이 검게 그을린 해고된 조합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간부가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 면담을 하러 들어가 있는 동안, 조합원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모두 의정부에 사는 주민이자 노동자였다. 하지만 이들이 부실시공도, 위험한 작업도, 부당해고도 문제가 있다며 아무리 호소를 해도 노조 말고는 아무도 들어주지도, 나서주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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