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 현판식 당시 모습.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양지웅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50억 클럽’ 수사가 미진한 가운데 이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 추진이 국회에서 가시화되자, 검찰이 갑자기 해당 의혹의 핵심 인물로 언급되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양재식 변호사 수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특검법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물타기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그동안 50억 클럽 특검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줄곧 반대를 하다가 30일 특검법 상정에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박 전 특검 자택과 양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거액의 대가를 받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흘렸다.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컨소시엄 구성과 은행 대출을 도와주고 무려 200억 원에 달하는 지분을 약속받았다는 이야기도 검찰발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문은 왜 하필 이제야 검찰이 이런 식으로 나오냐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등을 통해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이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굵직한 각계 인사들의 이름을 ‘50억’이라는 단어와 함께 거론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초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받은 50억 원 관련 수사 외에는 박 전 특검, 김 전 총장 등 다른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장동 개발 사업 사이 연관성, 즉 민간업자들과 이 대표의 유착 관계를 입증하는 데에만 수사력을 집중했고, 결국 검찰은 1년 반 넘게 수사했음에도 이 대표의 직접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이 대표를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는 데 그쳤다. 배임의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배임에 당연히 따라붙는 게 상식적인 뇌물이나 수뢰죄는 적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지목하고 두드렸음에도 초창기 언론플레이를 했던 내용 중 상당 부분을 공소장에 담지 못하면서, 표적 수사라든지 정치 수사라는 비판이 어느 정도 현실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들의 특검 주장이 더욱 힘이 실리고 결국 국민의힘까지 특검법 상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
결국 검찰은 ‘차라리 우리가 직접 수사하자’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검찰은 대장동 관련 수사가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상황이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에서 이러한 입장이 확인된다.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50억 클럽 특검에 대해 “결과적으로 진실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특검이라는 것은 수사 능력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부족하거나, 인력이 부족하거나 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해야 하는 경우”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검찰은 과거 곽상도 전 의원을 수사하던 검찰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말씀드린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을 독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팀”이라며 “김만배 씨에 대한 이례적인 재구속, 끝까지 재산을 한 푼 한 푼 찾아가는 식의 수사, 오늘 압수수색 등 로비 의혹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특검법이 통과되고 특검도 대장동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면, 애초에 검찰이 설정한 이 사건의 성격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기존 수사 내용과 흐름과 어긋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법무부와 검찰로선 치명적인 위험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