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시대’ 현재와 미래 보여주는 서울모빌리티쇼

기아·KG 출시 임박 모델 ‘눈길’…존재감 드러낸 테슬라의 ‘버튼 리스’

기아 EV9 GT 라인 ⓒ기아

서울모빌리티쇼는 전기차 대중화의 속도감을 실물로 보여준다. 기존에는 (준)중형급이 주를 이루던 것에서, 이젠 소형과 대형 차급 모델도 다양해졌다. 소비자 선택지가 대폭 늘었다. 지난 행사에서는 콘셉트카로 공개된 모델이 올해는 양산차로 전시되기도 했다.

서울모빌리티쇼가 3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식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 30일 언론사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 행사를 통해 전기차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기아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EV9을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취재진이 가장 몰리는 모델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동화 모델이다. 지난 2021년 출시한 준중형 EV6 시리즈는 제로백 3.5초(GT 모델 기준) 등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한 것과 비교해, EV9는 패밀리카로서 실용성에 방점을 찍었다. E-GMP 기반의 평평한 바닥은 3열 구조의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2열에는 ‘스위블(Swivel) 시트’가 적용돼 의자를 상황에 맞게 돌릴 수 있다. 뒷좌석 방향 또는 옆문 쪽으로 회전할 수 있다. 2열과 3열 모두 평평하게 접을 수 있다. 트렁크를 열어 오른쪽 벽에 붙은 버튼을 통해 2·3열, 좌·우 총 4개의 좌석을 전동식으로 접거나 펼 수 있다.

전장 5m 이상, 전고 1.7m 이상의 육중한 차체에도 상당한 주행거리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EV9은 1회 충전 주행거리로 국내 인증 기준 500km 이상을 목표로 한다. 용량이 약 100kWh에 육박하는 배터리가 탑재된다. 올해 2분기 중 인증 절차를 마치고 사건 계약에 돌입할 방침이다.

기아는 이번 전시회에서 EV9과 EV6를 비롯해 소형 SUV 모델인 니로 EV까지 SUV 전기차로만 부스를 꾸렸다.

쌍용자동차에서 사명을 바꾼 KG모빌리티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총 17대를 펼쳐 보이며 저력을 보였다. 전시 차량의 후면부 우측 하단에는 ‘SSANYOUNG’이라는 로고 대신 ‘KGMOBILITY’라고 박혀있었다.

토레스 전기차 모델인 토레스 EVX가 센터를 차지했다. 토레스 내연기관차 모델이 출시 7개월 만에 3만대 이상 팔리면서, 이미 디자인은 증명이 됐다. 전기차 상품성 바로미터인 주행거리가 관건인데, 자체 측정 결과 420km 이상을 달성했다. 전반적인 소비자 기준치는 넘은 셈이다. 지난해 2월, 회생 절차로 혼란스럽던 시기 출시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의 주행거리가 300km 수준이었던 것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비야디)의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비야디 배터리 품질이 뛰어나고, 화재로부터 안전성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성비도 발군이다. 출고가 기준 5천만원 안팎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지역별 전기차 보조금에 따라 3천만원대로 구입 가능한 가성비 있는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출시는 올해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디자인 콘셉트 모델들은 KG모빌리티의 전기차 전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을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명은 O100다. 부스에는 오렌지 빛깔의 차량이 전시됐다. 대형 SUV F100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면부 그릴 자리를 대신한 디지털 패널은 미래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취재진 사이에서 ‘쌍용에서 이런 걸 내놓다니 놀랍다’, ‘이대로만 나오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등 호평이 쏟아졌다. 코란도 디자인을 계승한 KR10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용원 KG모빌리티 사장은 “3가지 콘셉트 모델은 이미 모델링을 완료했고, 현재 개발 중이거나 곧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미래 전략 차종이라고 해서 10년 뒤가 아니라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자사 첫 소형 전기차 뉴 iX1을 소개했다. 다양한 차급으로 확대되는 전기차 전환 양상을 보여준다. 해당 모델 주행거리는 310km, 배터리 용량은 66.5kWh다. 가격은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적용 시 6천만원 초반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과 SUV 전기차를 선보였다. 준대형 차급인 더 뉴 EQE SUV와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E가 한국 최초로 공개됐다. 토마스 클라인 벤츠코리아 사장은 “지난 2021년 행사에서 전기구동 부문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그간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신속하고 완전하게 구축해, 모든 세그먼트에서 EQE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 F100 ⓒ민중의소리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SUV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그리는 콘셉트카…충전 인프라도 주요 테마로 부상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가 처음으로 서울모빌리티쇼에 부스를 차렸다. 이날 출시된 모델S와 모델X에 더해 모델3와 모델Y 등 총 4종을 선보였다. 내부 디자인을 보면 간결함을 극대화했다. 모델S·X에는 변속기가 없다. 변속은 17인치 터치스크린에서 이뤄진다. 센터패시아에 달린 버튼도 비상깜빡이 버튼 하나뿐이다. 공조와 오디오, 미디어 등 각종 기능은 모두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한다. 모델Y에는 계기판 역할을 하는 클러스터마저 없다. 운전석에 앉으면 휑한 느낌까지 든다. 마치 다른 완성차 기업이 내놓은 콘셉트카를 탄 듯하다.

다양한 콘셉트카는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을 준다. BMW그룹 미니 브랜드는 비전 어바너트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자율주행을 전제로 하는 이 차량의 내부는 라운지를 연상시킨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있다. 뒷 좌석은 누워서 쉴 수 있는 소파 형태다. 앞 유리를 위로 개방할 수도 있다.

테슬라 모델S ⓒ민중의소리
테슬라 모델Y ⓒ민중의소리
BMW 뉴 iX1 ⓒBMW

현대모비스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엠비전 TO와 HI를 선보였다. 엠비전 TO는 좌우 바퀴가 90도로 회전해서 게걸음 주행을 하거나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할 수 있다. 엠비전 HI는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전면과 좌측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의자를 돌려 극장처럼 사용할 수 있다.

충전 인프라도 핵심 테마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이 대표적이다. 전기차를 주차하면 외팔 로봇이 충전구 쪽으로 팔을 뻗어 충전기를 꽂는다. 로봇과 전기차 간 무선 통신을 통해 충전구 뚜껑이 자동으로 열린다. 충전이 끝나면 자동으로 충전기를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충전기는 로봇과 별도로 설치된 배터리에 연결돼 있다. 로봇 주위로는 세이프티 콜 센서 2개가 서 있다. 주변에 물체가 인식되면 경고를 울린다. 자동 충전 시연에는 아이오닉6가 나섰다. 지난 행사에서는 콘셉트카로 전시됐던 모델이 올해는 양산차로 등장한 것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 윤병호 팀장은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고전류를 사용하다 보니 충전 케이블이 두껍고 무거워졌다”며 “충전 로봇은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충전 로봇은 자율주차, 차량과의 데이터 통신, 앱과의 연동을 통해 더욱더 고객 편의를 향상시키는 서비스로 발전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BMW는 충전 인프라 구축 노력을 홍보했다. 주양예 BMW 브랜드 총괄은 “BMW코리아는 수입차 최대 규모인 877기의 충전기 인프라를 갖췄다”며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 중 유일하게 충전 인프라 보조금 인센티브를 적용받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12개 국가의 163개 기업·기관이 참가한다. 지난 행사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BMW그룹 미니 브랜드의 비전 어바너트 ⓒ민중의소리
현대모비스 엠비전 HI ⓒ민중의소리
현대자동차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민중의소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