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치인들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는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연일 명확한 공개 반박을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31일 입장문을 내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간 중 일본 측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분명히 했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교도통신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취지로 보이지만, 보도에서 나온 윤 대통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명확한 반박이라고 보긴 어렵다.
교도통신은 지난 29일 “윤 대통령이 방일 이틀째인 17일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을 만나 후쿠시마 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윤 대통령의 3가지 조건은 내용적으로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해당 조건은 우리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다.
현 시점에서 본질적인 관심은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는 보도의 사실관계다. 윤 대통령이 분명히 했다는 3가지 조건과 교도통신이 보도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 “오보다” 등 명확하게 부인하면 논란이 일단락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통령실은 명확한 반박이 아닌, 변죽을 울리는 식의 모호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전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보도 내용은 윤 대통령이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었는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한 입장을 낸 것이다.
대통령실의 즉답 회피는 그날 오후에도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본에서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우리 언론이 꼭 부화뇌동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염수, 일부에서는 과학적·객관적 용어로 유출수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그래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려면 한국 전문가도 포함돼서 좀 더 객관적으로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이해하는 데는 대단히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그 말을 했냐 안 했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교도통신에 나온 대통령 발언은 오보인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이 관계자는 “그때 멍게 얘기 나왔을 때 말씀드렸다. 그 기사를 쓴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고, 저는 그 자리에 있었다. 제가 하나하나 다 받아적었다”고 답했다. 이 답변 역시 명확한 반박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관계자 말대로라면 ‘받아적지 못한 내용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반문도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