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호구를 한 번 제대로 잡혀줬더니 이것들이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을 수입하라지 않나,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명시하라지 않나, 아주 일본X들이 신이 났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 전략은 ‘호구 잡히기’였는데, 아주 소원성취 하셨다. 역대 대통령 중에 윤 대통령처럼 일본에 제대로 호구를 잡힌 대통령이 또 있었던가?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여러 해석의 소지가 가능하겠지만 나는 이 칼럼에서 이번 사태를 게임이론의 입장으로 풀어보려 한다. 게임이론은 “이 놈은 나쁜 놈, 저 분은 착한 분”이라는 전제를 아예 깔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상황에 따라 협력적인 착한 분이 될 수 있고, 배신만 일삼는 나쁜 놈일 수도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이때 게임이론의 목표는 하나다. 어떻게 하면 상대로부터 선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 바로 이 지점을 연구한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호구 잡히기 전략이 안 그래도 사악한 일본을 얼마나 비협력적이고 뒤통수만 치는 국가로 만들었는지 쉽게 해석이 가능하다.
보복 전략의 우수성
게임 이론 역사상 최고의 전략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팃포탯(Tit For Tat)이라는 녀석이다. 영어로 tit은 ‘가볍게 툭 친다’는 뜻, 그리고 tat 역시 그와 비슷한 ‘가볍게 때린다’는 뜻이다. 즉 팃포탯은 ‘상대가 먼저 툭 치면 나도 맞받아서 툭 친다’라고 해석이 된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팃포탯에 가장 가깝다.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전략은 실로 상대방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놀라울 정도의 효력을 발휘한다.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과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교수가 ‘컴퓨터로 진행되는 죄수의 딜레마 대회(Computer Prisoner’s Dilemma Tournament)’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참가자들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를 확인코자 한 것이다.
이 대회에는 경제학자를 비롯해 심리학자, 수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등 각 분야의 게임이론 전문가들이 만든 14개의 전략이 참여했다. 이때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 바로 팃포탯(제출자는 토론토 대학교 수학과 아나톨 라포포트 교수)이었다.
액설로드 교수는 대회 결과를 널리 알린 뒤 팃포탯을 꺾을 새로운 도전자를 찾기 위해 2회 대회를 개최했다. 이번에는 진화생물학, 물리학, 컴퓨터과학 분야의 교수들도 참전했다. 심지어 1회 대회 우승전략인 팃포탯을 변형한 전략도 등장했다. 이처럼 2회 대회에는 무려 62개의 전략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이번에도 우승은 팃포탯에게 돌아갔다.
이후에도 숱한 대회가 열렸지만 왕좌는 대부분 팃포탯의 차지(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기는 했는데 이는 뒤에서 다시 서술할 예정이다)였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팃포탯이란 무엇일까? 이 전략의 핵심은 다음의 네 가지다.
① 나의 출발은 언제나 협동으로부터 시작한다. ② 상대가 이전 판에서 나를 배신했다면, 나는 다음 판에서 반드시 배신으로 보복한다. ③ 상대가 이전 판에 협동을 선택했다면, 나는 반드시 다음 판에서 협동으로 보상한다. ④ 내가 팃포탯 전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한다.
이렇게 하면 어떤 효과가 발휘될까? 상대는 ‘내가 배신하면 반드시 보복을 당하는구나. 반면 내가 협력을 하면 상대는 반드시 나를 용서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반복된 게임 결과 상대는 결국 배신보다 협력이 자기에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선한 협력자의 자세를 취한다.
윤석열의 호구 잡히기 전략이 뻘짓인 이유
팃포탯의 매력은 강력한 보복을 통해 악당을 개과천선시킨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항상 선하게 협력만 반복하는 것은 결코 우수한 전략이 아니다. 이렇게 호구를 잡히면 상대는 언제나 배신을 선택해 자기의 이익을 챙긴다.
일본의 최근 행태가 바로 이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의 미래가 어쩌고 이러면서 간도 쓸개도 다 빼주는 호구 잡히기 전략을 펼쳤다. 일명 선한 협력자의 자세를 무조건 취했다는 건데, 그 결과는 반드시 상대의 배신으로 돌아온다. 상대의 잘못(일제의 강제 침탈이나 무역 규제 등등)은 강력한 보복으로 응징을 해야 상대의 악행을 멈출 수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 기초적인 사실을 묵과했다는 이야기다.
한발만 더 나아가보자. 액설로드 교수의 실험 이후 팃포탯은 지상 최고의 게임 전략으로 떠올랐다.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공학자들이 팃포탯을 꺾을 전략을 연구했다. 팃포탯을 포함해 여러 전략들이 경합하는 다양한 대회도 연속적으로 개최됐다.
그런데 프랑스의 릴 과학기술 대학교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마침내 새 챔피언이 탄생했다. 이 대회에는 부동의 챔피언 팃포탯을 비롯해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담은 12개 대표적 전략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들 중 가중처벌(Gradual)이라는 이름의 전략이 팃포탯을 2위로 밀어내고 마침내 새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그렇다면 무적으로 불렸던 팃포탯을 물리친 가중처벌 전략이란 무엇인가? 이들은 일단 팃포탯과 마찬가지로 첫 판에서 협동을 선택한다. 그리고 상대가 한 번 배신하면 나도 다음 판에서 똑같이 배신으로 응징한다. 이까지는 팃포탯과 완벽하게 똑같다.
그런데 상대가 두 번째로 배신의 버튼을 누르면 나의 응징이 두 배로 강해진다. 상대의 두 번째 배신에 대해 이 전략은 두 판 연속으로 배신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상대를 더 강하게 압박한다.
이래도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세 번째 배신을 선택하면, 나는 다음 판부터 내리 세 판을 연달아 배신해서 보복의 강도를 더 높인다. 즉 이 전략은 상대의 배신에 대해 팃포탯보다 더 강하게 응징하는 것을 전략의 원칙으로 삼는다.
이 전략이 팃포탯을 꺾었지만, 이는 사실 팃포탯의 보복 전략을 더 강화한 것이다. 팃포탯의 후예가 팃포탯을 꺾은 격이었다.
이 전략의 승리가 의미하는 바는, 상대가 잘못을 했을 때 보복을 하려면 더 강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제의 침략 만행 이후 일본의 싸가지 없음은 날로 더해가는데, 이때 우리가 취해야 하는 전략은 두 배, 세 배 더 강한 보복으로 응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참고할만한 점이 있다. 이 시합에서 협동(Cooperate)이라는 이름의 전략도 참가를 했다. 이 전략은 상대가 어떤 행동을 보이건 “저는 원래 착하니까 무조건 협력할게요”라고 굽실거리는 전략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보여주는 호구 잡히기 전략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전략의 성적은 어땠냐고? 12개 참가 전략 중 고작 8위에 그쳤다. 하고 많은 전략 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8등짜리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외교가 아니라 삽질을 하고 자빠졌다는 이야기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일본은 앞으로도 ‘윤석열의 한국’을 호구로 보고 계속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 것이다. 윤석열은 일본의 눈치나 보다가 퍼줄 것만 잔뜩 퍼주겠지. 그런데 그 퍼준다는 게 윤석열 개인 재산이 아니라 이 조국의 운명이니 문제인 거다. 윤석열 대통령을 더 이상 이대로만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