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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가족일까?” 국가가 뺏어간 동성커플의 주거권

인스타툰 ‘호도푸딩’ 그리는 퀴어 작가 유지 씨

10년 전 좌절 겪은 ‘생활동반자법’, 기억하시나요?

지난 2014년 국회에서 제정이 좌초된 ‘생활동반자법’, 기억하시나요? 이성 혼인, 혈연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하는 좁은 법체계를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함께 사는 두 성인에게 법률적 보호망을 만들어 주는 제도입니다. 보수 진영의 강한 반대에 발의 단계에서 무산됐지만요. 한동안 진척 없던 이 법이 지난 2월 소성욱·김용민 부부가 이끈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판결로 새 논의 국면을 맞았습니다. 법원의 판결로 ‘다양한 가족’을 명시할 길이 열렸으니, 이제 입법부인 국회가 이들을 품을 법을 만들 차례입니다. 동료, 친구, 연인 누구든 ‘함께 살 한 명의 동반자’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즉, 생활동반자법은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민중의소리’는 앞으로 두 편에 걸쳐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당부하는 시민의 목소리와 이 법을 위해 싸워갈 한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① [인터뷰] “우리는 가족일까?” 국가가 뺏어간 동성커플의 주거권
② [인터뷰] “가족, 감당 아닌 행복의 관계” 장혜영이 말하는 능동적 생활동반자

인스타툰 ‘호도푸딩’, 19화 ‘두 분 친구시죠?’ 중 ⓒ인스타툰 ‘호도푸딩’, 작가 제공

“저희가 같이 살면 가족일까요?” 스스로 의문을 품다가, “가족이 되고 싶어요” 이내 간절한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동성커플 유지 씨에게는 가정을 꿈꾸게 한 여자친구가 있다. 3년 차 커플인 두 사람은 지난 2021년 동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둘은 3분 거리에 따로 산다.

유지 씨는 여자친구와 ‘가족 관계’를 맺고,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함께 살기를 꿈꾼다. 누군가는 생애주기에 큰 고민 없이 거칠 수 있는 일이 유지 씨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다. 당장 집을 마련하는 길부터 녹록하지 않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민법상 두 사람은 가족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법적 가족에게만 자격을 주는 공공임대주택은 꿈도 못 꾸고, 두 사람의 합산소득을 인정받을 방법이 없어 대출도 쉽지 않다. 법적으로 관계를 증명할 방도가 없는 둘의 주거권은 국가 보호망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함께 살아갈 권리”를 국가로부터 박탈당한 기분은 사회적 차별만큼 뼈아프다.

지난 2월, ‘동성배우자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인정’ 판결 소식이 나온 뒤 동성커플 유지 씨에게는 하루하루가 “정말 중요한 시기”로 다가온다. 생활동반자법, 동성혼 법제화 등 다양한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시도돼 고무적이다.

특히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은 당 차원에서 생활동반자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생활동반자법 입법에 관해 긍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드디어 우리나라 법도 ‘다양한 가족’을 품을까. 혼인한 이성 부부, 혈연관계 외에도 함께 사는 사람을 ‘남’이 아닌 가족으로 인정해 줄까. 당장에 제도가 마련되면 유지 씨의 삶에 다가올 변화가 많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유지 씨를 만나 “우리도 곧 법망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스타툰 ‘호도푸딩’, 특별편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판결과 동성혼 합법화의 필요성’ 중 ⓒ작가 제공

“와해되지 않을 가족”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사는 일이 유지 씨는 어렵다. 주변에 많은 동성커플이 “동거하다 쉽게 와해된다”고 유지 씨는 떠올렸다. 단지 두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기본권에 대한 차별이 너무나 분명하다. 우선 주거권이 그렇다. 유지 씨는 여자친구와 같이 살 집을 알아보다 이제야 이성부부와 달리 ‘보장되지 않는 권리’에 관한 간극이 제대로 체감된다고 밝혔다.

“집을 구하려면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동성커플인 우리는 경제공동체가 될 수 없다. 합산소득으로 대출을 못 받고, 신혼부부처럼 특별공급이나 청약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명의자를 한 명으로 대출받아야 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함께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주거지’이지 않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알아봤다. 아쉽지만 혜택은 평생 포기해야 할 거 같다.”

현행법은 이성애 결혼과 혈연 중심의 관계만 ‘가족’으로 호명한다. 가족의 다양성에 철저히 거리를 두는 중이다. 법 밖에 여러 ‘결속’ 형태의 생활공동체가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유지 씨는 현행법 체계를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지 씨는 “동성커플, 황혼 동거는 물론 친구끼리 살거나 결혼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이성·동성커플이 많다. 이들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같이 사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나 주거·세제 혜택은 아예 못 받지 않나”라며 “똑같은 세금을 내는 데 함께 살아갈 권리를 이성 혼인·혈연으로만 부여하는 건 굉장한 불평등, 차별이다.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친구의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도 두려움이다. 하루는 여자친구가 늦은 저녁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경찰이 받더니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유지 씨는 “나중에 우리가 같이 산다면, 내가 ‘어떤 자격’으로 여자친구의 신상을 물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마음이 안 좋았다. 보호자가 될 수 없다. 여자친구가 응급실에서 긴급한 수술을 받게 돼도 나는 사인할 수 없다”며 속상해했다.

지난 2013년 10월, 부산에서 60대 여성 ㄱ 씨가 아파트 20층에 올라 투신자살한 일이 있다. 40년을 함께 산 동거인이 암 투병을 하던 중 동거인의 조카가 찾아와 동거인의 재산권을 행사했고, ㄱ 씨의 간병도 막았다. ㄱ 씨는 법적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조카가 거절하면 면회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ㄱ 씨는 동거인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장례식장도 가지 못했다. ㄱ 씨는 자신을 짓누르는 절망감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유지 씨는 “되게 충격적이었다”고 떠올렸다. 한편으로는 ‘내 얘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유지 씨는 “40년을 같이 살아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함께 재산도 쌓지 못하니 문제가 되지 않았나. 기사를 보고 무서웠다”고 했다. 주거권, 피부양자 인정, 사회복지, 의료, 세제 혜택 등 차별이 너무나 많다. 유지 씨의 “안전한 삶”을 위해 생활동반자법은 더 절실하다.

지난 2019년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기득권의 닫힌 사고, “소수자가 취하는 이익 두렵나”

정의당은 장혜영 의원 주도로 생활동반자법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오는 5월 초 발의를 목표로 추진하는 생활동반자법은 “두 명의 성인이 합의 하에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생활 돌봄을 상호적으로 주고받는 관계”를 맺게 인정하고, 이들이 서로 법적 보호자가 됨은 물론 국가가 이들을 가족 정책의 대상자로 삼도록 한다. 지난 2014년 당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동일한 법의 제정을 추진했지만, 보수진영과 종교계에서 “동성혼 합법화”라며 거세게 반대한 탓에 발의조차 못 하고 좌초됐다.

유지 씨는 “2014년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 법도 제정되지 않은 게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법은 국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않나. 이 법이 필요한 사람이 되게 많은데 ‘가족의 의미 퇴색’이라든가, ‘국민 정서 저해’라든가 이런 이유로 변명하며 법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게 아쉽다”고 했다.

법 제정에 반발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하는데, 공부를 좀 하고 반대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지 씨는 “기득권자들이 자기들 편하기 위해, 그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사회적 소수자들이 취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 같다. 그 닫힌 사고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 같아 답답하고 화난다. 그들은 자기들의 반대가 혐오와 차별이라는 걸 모른다”고 꼬집었다.

유지 씨는 국가와 정책이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차별받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배제당하니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여건만 되면 생활동반자를 인정하고, 동성혼을 허용하는 해외로 나가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종차별의 문제를 겪더라도 시민권을 따면 그 나라에서 여자친구와 가족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이점이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면 “용기를 내는 동성커플이 많아지고, 차별적 시선 때문에 숨어 살던 이들이 사회로 나와 스며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본 유지 씨는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이 ‘같이 살아갈 권리’를 뺏기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께 동사무소에 가는 날, 파티를 할 거다”

유지 씨는 여자친구와의 일상을 소재로 만화를 그려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고 있다. 계정명은 두 사람의 애칭을 따 ‘호도푸딩’으로 지었다. 유지 씨의 만화는 솔직하다. 여자친구와 함께하며 겪은 기쁨과 갈등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둘의 잘못이 아닌 ‘사회의 차별과 핍박 탓’에 다툰 일화들은 독자에게 인기다. 동성커플이라면 겪어봤을 일상을 만화에 녹였다. “공감 간다”, “마음이 아프다” 등 댓글이 달린다.

동성커플의 일상을 그린 다른 인스타툰과 달리 등장인물을 여자친구와 자신의 얼굴과 ‘가장 닮게’ 그린 것도 유지 씨 만화의 특징이다. 동물 등 다른 상징적인 것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캐릭터화할 수 있지만, 타인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유지 씨의 성격이 반영됐다. 유지 씨는 “이 만화를 통해 동성애자들이 사회로 나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유지 씨는 동성커플이 겪는 여러 가지 고충을 나열하다 “이래서 자꾸 동성애자들이 슬픈 이야기로 비치는지 모르겠다”며 울적해하면서도, 이 이야기를 억지로 밝게 포장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현실은 현실 있는 그대로 써주는 게 좋다. 어두움이 보여 져야 고쳐진다. 고치기 이전에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동반자법과 함께 동성혼 법제화의 적극적인 논의도 소망했다. ‘생활동반자법 보호망에 들어온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유지 씨는 “동사무소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자신의 관계를 국가에 공식적으로 등록한 뒤, 축하하는 자리를 갖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생활동반자법은 물론 동성혼 법제화까지 나아가면 두 사람의 관계는 비로소 “완성된다”고 표현했다.

유지 씨는 “여자친구와 정말 법으로 엮인 가족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강조하며 불평등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얘기하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 논의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여러 차례 당부했다.

인스타툰 ‘호도푸딩’, 특별편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판결과 동성혼 합법화의 필요성’ 중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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