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한철의 교육단상] 대한민국 교사유감

요즘 거의 모든 학교가 아주 젊은 교사와 나이 많은 몇몇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위 50대 전후의 중간이 없다는 말이다. 그 나이대의 교사 수급 문제도 있지만 학교를 떠나는 중견 교사들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 교원 명예퇴직자 수는 2019년부터 매년 5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명예 퇴직자 수가 정년퇴직자 수를 앞선 것은 10년도 더 된 일이다. 대한민국의 어느 직종에 이만큼 많은 명퇴자가 있는가. 당연 압도적이다.

교직은 교육계 밖에서 보기에 상당히 괜찮은 직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괜찮은 직장이란 말에 무색하게 학교를 떠나는 교원들은 많고,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한다. 왜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가?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교사의 퇴직은 학생이 결정한다'라는 말이 유행한다. 어떤 아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교사의 운명이 결정된다고도 한다. 힘든 아이로 민원에 시달리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까 두려움에 퇴직을 결심한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퇴직만을 기다리는 교사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교육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 하는 교사들도 존재하지만 미미하다.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 교사들을 학교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들을 살펴보고 방향을 찾을 때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 결과발표 및 교원평가 폐지·여성교사 성희롱 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8 ⓒ뉴스1

욕설과 수업 방해가 일상인 학교

한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5번 이상 학생의 욕설이나 수업 방해를 겪는 교사가 61.3%에 달한다고 했다. 하루에 두 번꼴로 이 같은 문제 행동을 경험한다는 교사도 36.3%였다.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학생들의 욕설이다. 욕설한 학생에게 왜 했느냐고 물으면 선생님에게 하지 않았다고 잡아뗀다.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교사를 대변해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을 행사하듯 교사를 공격하기도 한다. 부산의 한 교사는 학생들의 공격적인 행동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로 지금 병가 중이다. 주눅든 교사는 수업 시간을 관리할 수 없고 학생들은 그런 교사의 수업 외면하고 있다.

2019년 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등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경우 강제 전학을 보내거나 고등학생의 경우 퇴학 처분까지 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교사 스스로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교권 침해가 학생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다. 그래서 수많은 교사들이 교권보호위원회의 보호 없이 자발적인 병가나 휴직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피해 교사가 가해 학생을 피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아동학대 공포 속에 살아가는 교사

지금 학교에서는 아동학대 공포가 50만 교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느 학부모는 아이를 ‘눈빛으로 차별했다’라고 한다. 큰소리로 지도하면 정서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폭력이 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의문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

교사의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모두가 학부모의 민원이 될 수 있고 형사 사건이 되어 교사는 지루한 소송에 지친다. 학부모들의 막무가내식 민원제기와 폭언, 젊은 교사에 대한 반말, 막말은 일상적이다. 소송에 가면 교사에게 무조건 불리하다. 몇 년씩 걸리는 소송에 교사들은 완전히 방전되고 거의 모두 패소한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잖아요?’ 아니다. 학교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사들의 공포는 교육활동을 왜곡시키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교 내 아동학대에 대한 범위가 너무 넓어서 교사들을 옥죄고 있다.

교원평가 공포

2010년부터 본격화한 교원평가도 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해 왔다. 특히 학생들로부터 받는 평가의 스트레스는 극심하다. 평가 시기인 11월이면 교사들은 극도로 긴장하고 학생들은 교사들을 놀리기도 한다. ‘선생님, 이번에 평가 잘해줄게요’ 아니면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해서 지적하면 ‘샘 제가 교원평가 잘해줄 테니 한번 봐주세요’라고 거래한다. 익명 평가라는 것을 빌미로 작년 세종에서는 교사를 성희롱하는 고교생도 있었다. 제도적으로 학생들이 교사들을 익명으로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더 많다. 교원평가 외의 2중 3중의 평가, 특히 성과급 평가는 교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나름 최고의 교사들이 최선을 다하지만 3등급으로 평가되는 현실에 낙담한다.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만큼 수업 외적인 일을 해야 하는 행정직원으로서의 교사상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위해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교원정원 확보 및 학급당 교원정원 기준 마련, 교원평가 폐지 아동학대 사안 처리 매뉴얼 개선, 초등 전일제 학교 추진 중단, 만 5세 의무교육 등을 제안했다. 2022.12.26 ⓒ뉴스1

새로운 사회계약을

왜 이런 모습을 보일까? 학생과 학부모는 왜 교사를 공격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의 학교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실패자 공장이다. 줄세우기 평가와 경쟁만능의 학교가 지금의 왜곡을 만들었다. 바야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상이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와 교육청을 공격하고 교사와 교육계는 더 큰 방어 기제를 만드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해결 불가능한가? 쉽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가진 극단적인 경쟁만능의 교육부터 걷어 내자. 고전적인 평가로 학생을 줄 세우는 것은 유네스코에서도 이미 경고했다. 공포와 공격으로 시들어가는 학교를 정의와 평등, 사랑이 있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구성원 간의 형식적인 약속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모든 구성원이 합의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연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가지는 새로운 계약을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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