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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소변을 오래 참으면 생기는 병, 방광염

화장실을 제때에 갈 수 없는 노동자들이 흔히 걸리는 직업병 중 하나

이제 15년도 더 지난 일이 됐습니다. 지난 2007년 홈에버(과거 있었던 대형 할인점 브랜드) 상암점에서 비정규직 농성자들이 농성을 할 때의 일입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으로 진료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아직 학생이었는데 대부분의 노동자분들이 방광염에 걸려있어 몹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 오랜 시간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참고 일해 온데다, 농성 상황까지 더해지며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었습니다.

그때로부터 10년쯤 지난 2018년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이 방광염에 걸린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3.2배 높다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지난 올해 3월 7일엔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그때 콜센터 노동자들 대부분이 화장실에 가지 못해 방광염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화장실조차 제때 갈 수 없는 현실엔 큰 변화가 없는 모양입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백화점과 면세점의 매장 판매직 노동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막는 유통재벌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방광염이란 무엇일까요? 주요 증상은 무엇이고, 보통 어떤 경우에 걸리게 될까요? 그리고 예방하려면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게 좋을까요? 이 글에서는 이런 다양한 궁금증들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방광염이란 이름 그대로 방광에 감염이 발생한 것을 뜻합니다. 방광 내에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일어납니다. 주요 증상은 자주 소변을 보게 되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밤에 잠을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여러 번 깨는 증상, 피가 섞이거나 색이 진하고 혼탁하며 냄새가 심한 소변을 보는 증상, 갑작스럽게 소변을 보고 싶고 소변을 참기가 어려운 증상, 소변을 본 다음에도 소변을 덜 본 것 같은 증상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허리나 아랫배가 둔하게 느껴지거나 쑤시는 통증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증상이 있으시다면 신속하게 한의원,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걸릴까요? 방광염에 시달린다고 위에서 언급한 마트 노동자,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들 중에는 여성이 많습니다. 방광염도 환자의 90%가 여성이라고 할만큼, 여성들에게 많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10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 태평로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노조연대 노동자들이 가면을 쓰고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유는 해부학적으로 비교했을 때 여성이 남성 보다 요도의 길이가 짧고 항문과 요도가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장균과 같은 장내 세균이나 항문 주위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올라가 염증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또 여성은 임신, 출산, 생리, 폐경 등으로 호르몬 변화가 많고 이에 따라 방광염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소변을 오래 참게 되면 방광염에 걸립니다. 이는 소변의 기능과 연관이 있습니다. 소변이 우리 몸 안에서 밖으로 나가면서 방광 내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게 되는데, 이를 오래 참으면 방광 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증식하게 되고 결국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 근육이 늘어나 결국은 약해집니다. 옷이 한 번 늘어나면 원래 모양으로 잘 돌아가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난 후 못 입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근육이 충분히 수축해 방광을 짜주지 못하니깐, 소변이 다 나오지 않은 것 같은 잔뇨감을 느끼게 됩니다. 때론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픈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방광이 약해지면 방광 내 세균·바이러스 등이 증식하기 쉽고, 방광염 발생 위험도 높아집니다.

소변 참으면 방광염에 걸립니다(자료사진) ⓒpixabay


그러니 방광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가요? 가능하면 소변을 참지 않도록 하고, 자주 배출해 방광 내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편하게 화장실을 갈 수 있는 환경이라면, 수분 섭취량을 늘리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평소보다 수분섭취량이 많아져 소변을 자주 보면, 소변이 배출되며 방광을 씻어줘 세균이 없어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변을 본 후 처리법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여성분들의 경우 소변을 보고 난 후에는 앞에서 뒤로 닦아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항문 주위 세균이 요도로 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질 방취제, 거품 목욕용 향비누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요도에 염증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꽉 끼는 바지나 보정속옷도 좋지 않습니다. 헐렁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이 좋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는 세균이 잘 번식합니다. 헐렁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으로 건조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꽉 끼는 옷은 마찰에 의한 자극으로 염증이 생기기가 쉽습니다.

더불어 술이나 커피, 과일주스, 아주 매운 음식등 방광에 자극이 될 만한 음식은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일주스의 경우에는 당분이 많아 세균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또 감미료 자체가 방광에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차가운 음식은 멀리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게 좋습니다. 아랫배에 따뜻하게 찜질을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짚어드리자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피로가 많이 쌓였을 때, 면역력이 떨어질 때도 방광염이 잘 생깁니다. 그러니 평소에 건강관리를 꾸준하게 잘 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생활습관을 바로잡았는데도 방광염이 자꾸 재발하거나 증상이 심하시다면 주저말고 가까운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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