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글로벌 기업 삼성, 산재의 세계화를 멈춰라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협력업체서 노동자 37명 메탄올 중독

 최근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2차 하청업체 공장에서 휴대전화 부품을 만들던 37명의 노동자가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고, 이 중 한 명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메탄올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중독의 결과는 끔찍하게도 사망하거나 시력을 잃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 낯설지가 않았다. 이미 국내에 유사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월 삼성전자의 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6명이 실명했고 그 원인 역시 메탄올이었다. 같은 해 4월 고용노동부는 메탄올 취급업체 중 관리 취약으로 우려되는 사업장 3,100여 곳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했고 추가 피해자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점검 대상 사업체들이 영세하고 노동자들이 대부분 불법파견 신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이미 아파 사직한 사례들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추가 피해자가 없었을 리 없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북부지역 공장들을 조사한 결과, 오염물을 빨아들여 내보내는 국소배기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정에 이를 실제 설치한 비율은 0.6%에 불과했던 점도 의혹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였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2.05.20(자료사진) ⓒ민중의소리


그렇다면 업체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메탄올을 사용했을까? 돈 때문이다. 에탄올도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두 배가량 가격이 높다. 결국 노동자의 눈을 희생해 돈으로 바꾼 셈이다. 이 사안의 핵심은 삼성 하청업체들이 메탄올의 위험성을 인지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다. 모르고 있었다면, 글로벌 대기업 삼성이 하청 기업들에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삼성은 201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전 사업장과 하청업체에서 메탄올을 세척, 탈지, 냉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제규범을 하청업체에도 준수토록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또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삼성은 말만 했을 뿐, 스스로 한 약속을 성실히 지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아시아, 유럽, 남미 등에 수십 개의 생산법인을 가지고 있다. 이 법인들은 다단계 하청 구조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베트남 법인 하청업체들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한국인이 사장인 업체의 사례다. 당장 이들 기업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이 사태 이후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수언론·경제지를 동원해,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삼성은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수없이 끼쳐왔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 유사한 이유로 177명이 산업 재해 신청을 했다. 이들 중 124명이 삼성전자 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또 2013년엔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화성 공장에서 불산 누출로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하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전부터 지속적인 누출이 있었지만 이를 은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7년엔 ‘삼성 1호-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로 태안반도에 엄청난 양의 기름을 유출한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고, 오랜 기간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계를 위협했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해변가에 앉아 맨손으로 기름을 닦아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삼성이 이 사고와 관련해 책임진 것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이런 과거사가 있으니 ‘자랑스런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이 아니라 ‘국민 건강 위협 1위 기업, 삼성’으로 부르는 게 더 개연성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한동안 국내에서 잠잠하더니 이제 베트남에서 사고를 냈다. 세계적 민폐 기업이 됐다. 

29일 오전 한국과 국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협력업체 메탄올 중독 사망 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03.29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아마 생산법인을 세계화하기 시작하면서, 민폐도 세계화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AMRC(아시아노동정보센터)에서 2013년 발간한 보고서 ‘하이테크 전자 산업에서의 노동자 권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삼성전자 공장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0~12년 사이 세 명의 노동자가 폐질환으로 사망했고, 추가로 사고성 재해 사망자도 있다는 것이다. 또 베트남 공장의 여성노동자들 5,000여 명이 유산 문제로 퇴직했다고 이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경기도 평택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그 모습이 가히 현란하다. 축구장 400개 규모라니, ‘삼성전자 신도시’라 할 수 있겠다. 반도체는 한국의 주요 산업이다. 여전히 제조업 강국임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투자의 0.001%만이라도 노동자 생명에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일까.

‘글로벌 대기업’ 삼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베트남 상황에 대한 공식 사과와 피해자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삼성 공장 및 하청업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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