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진보정당 “선거제도 개혁 첫걸음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 확대”

“비례대표 의석 확대 없이 권역별 비례제 도입? 최악의 안”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선거제 개혁 원칙 제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01. ⓒ뉴시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은 10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착수한 국회를 향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증진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원칙에서 출발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69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4개 진보정당은 이날 국회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논의에 핵심적인 원칙은 각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표의 등가성,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데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회의가 이날 오후 2시에 열렸다. 전원위원회가 개최된 건 20년 만이다. 전원위원회는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의 토론 기구다. 여야는 이날부터 나흘간 4차례의 집중토론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의원은 총 100명으로, 더불어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8명이다. 정당별 토론자 수는 의석 비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결의안을 중심으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결의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안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개혁공동행동과 4개 진보정당은 “공히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대원칙을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 법정화 및 확대는 선거제도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제출된 세 가지 안은 모두 지역구와 비례의석의 비율에 관해 어떠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는 반면 국회의원 의석수는 300명으로 동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국회의원 의석수 확대를 담은 다수의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3개 안에 의석수 확대가 모두 빠졌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전체 의석수 확대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비례의석 확대 없이 비례성과 대표성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은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1988년 이래 지속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여왔고, 이는 민의가 반영되지 못하는 국회 구성의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며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 있어서 불투명성의 문제는 정당의 책임일 뿐, 비례대표제 자체의 결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회는 향후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명문화하고,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대한 우려는 정당의 공천 민주성 강화와 준-개방형 명부제 도입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도농차별 없는 5인 이상 선거구여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소선거구제로 인한 다수의 사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면 제도설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현재 기초의회 선거에서 실시되는 2인 내지 5인 중대선거구제는 양당 독식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재생산할 뿐 비례성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회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해 비례성 개선을 도모한다면 최소 5인 이상의 선거구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나아가 이들은 “기존의 단순다수제에 기초한 중대선거구제가 아닌 정당명부식 대선거구제 또는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표시하는 아일랜드식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회 전원위원회에 제출된 정당명부식 대선거구제에 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의 어려움을 들어 반대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며, 원활한 선거를 주관해야할 기관의 책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도농복합이라는 이름으로 농산어촌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회가 진정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을 보장하려면 전체 의석수를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실천적인 위성정당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 가지 안 가운데 두 안은 병립형으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며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 등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형해화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실효적인 위성정당 방지 방안을 통해서 해결할 일이지 병립형으로의 복귀를 통해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제2의 미래한국당‧더불어시민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거대 양당의 결의이며 섬세하고 정교한 제도적 방지책 마련을 위한 입법부의 역량이지, 병립형으로의 퇴행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선거제 개혁 원칙 제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01. ⓒ뉴시스

이들은 비례의석 확대도 없이 권역별 비례제가 도입되는 것을 우려하기도했다.

이들은 “현재 국회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지역분권과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행 47석의 비례대표의석을 그대로 둔 상황이라면 오히려 불비례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1안에서 제시된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비례의석의 증가가 없다면 기존의 전국 봉쇄조항 3%를 훨씬 상회하는 실질장벽을 만든다는 점에서 최악의 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국회의 성별균형에 관한 개혁적 방안을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현재 21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원은 전체 47명 중 여성의원이 24명이나, 지역구 의원은 전체 253명 중 여성의원이 29명으로 1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5월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시 비례대표 의석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 대해서도 의무화하되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을 국회에 권고한 바가 있다.

이들은 “21대 국회에서 여성의원 숫자는 20%가 되지 않으며, 이는 국제적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우리는 현행 공직선거법상 존재하는 지역구 여성추천 노력규정과 선거보조금으로서는 성별 균형에 도달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제는 국회가 이에 응답하고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로 진일보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에 성별균형을 포함하는 제도개선방안을 반드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선거법 개혁 논의를 국회에서 독점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공론화 조사 절차를 포함하여 더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는 계획과 실천도 주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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