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4.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불법 도청 관련 미국의 사과를 이끌어 내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도청 논란을 덮기에 급급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해 윤 대통령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굴한 저자세로는 주권도 국익도 지킬 수가 없다. 정부가 억지와 궤변으로 대통령실 도청 의혹을 덮으려는 모습”이라며 “오죽하면 미국 언론에서 ‘한국 대통령이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겠나. 최소한의 자존심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초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눈치만 살필 때가 아니”라며 “대등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하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미국에 공동 조사 요구도 검토해야 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주권 국가로서 미국에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그 정도도 못 하나”라며 “윤석열 정권의 아마추어 외교가 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방미 중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2일(현지 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제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한국과 논의해왔다고 공개한 점을 거론, “금번 도청 파문이 사실일 가능성을 더욱 높여줬다”며 “우리나라 대통령실만 ‘위조’, ‘터무니없는 거짓’, ‘악의가 없다’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국가 안보를 책임진다는 김태효 차장의 태도도 기가 막힌다”며 지난 11일 윤 대통령 방미 일정 협의차 미국을 찾은 김 차장이 공항에서 ‘불법 도청’과 관련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보인 고압적인 태도도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한 사람이다. 윤 대통령은 책임을 물어 경질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 또한 “제대로 된 정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대통령이라면 나라의 국격을 갈아먹고 국민의 자존심을 구기는 김 차장의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즉시 김 차장을 징계하라”고 목소리를 더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방미 전 마무리 지어야 할 “최소한의 4가지 조치”에 대해 계속해서 압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최고위 브리핑에서 “정보업 보안이 99% 성공해도 1% 실패하면 전체가 다 실패한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요구, 윤 대통령 직접 해명, 김 차장 문책, 대통령실 도·감청 방지시스템 보안 체계 전면 구축 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