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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지나니 전세런?!

전세가 급락에 대출이자 부담 줄이려는 세입자들... 갭투자 집값 추가 하락 불씨 될까

서울 아파트 자료사진 ⓒ뉴스1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3단지’는 2018년 6월 준공돼 올해로 6년 차가 된 아파트다. 2019년 이 단지 내 전용면적 84㎡의 매매가는 2억5천만원~3억원대, 전세가는 1억3천만원~1억7천만원대에 형성됐다.

집값 상승이 정점이던 2021년 11월 매매가는 2억6천만원 올라 5억1천만원(16층)으로, 전세 보증금은 2억6천만원 오른 3억8천만원을 찍었다. 1억3천만원만 있으면 갭투자로 전세(3억8천만원)를 끼고 5억1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하락이 시작됐다. 2022년 매매가는 3억6천만원으로, 전셋값은 2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 매매가는 소폭 상승하며 4억원대를 회복했지만, 전세값은 1억8,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전세가는 고점 대비 2억원이 빠졌다. 앞으로 2년 뒤, 1억3천만원을 영끌해 갭투자에 나선사람은 전세값 하락 폭을 감내할 수 있을까?

이 단지 전세 매물은 모두 10여건, 대부분 이전 보증금보다 많게는 1억원, 적게는 수천만원 낮은 수준이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세입자가 요즘 눈에 띄게 많아졌다. 보증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은데 앞으로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전세보증금 부담 때문에 매물로 내놓고 싶어도 가격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전세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급매 행렬에 동참할 경우, 집값 하락세는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2021년 전국 아파트값은 각각 7.13%, 12.85% 오르며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중 2021년도 집값 상승률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전셋값도 6.8%, 8.4%씩 올랐다. 하지만 2022년 고금리 여파로 인한 대세 하락이 시작되자, 집값과 전셋값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2.8%, 전셋값은 14.0% 폭락했다.

전세가율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올해 3월 전세가율은 65.89다. 지난해 11월(67.78)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작년부터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만큼 전세가율 하락은 전셋값 낙폭이 집값 하락 폭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부동산업체 자료사진 ⓒ뉴시스

전세가 급락에 대출이자 부담 줄이려는 세입자들... '전세런' 오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가 급락이 지속되면 ‘전세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은행 고객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려는 ‘뱅크런’ 처럼, 낮은 전세가를 찾는 세입자들의 연쇄적 이동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 교수는 “요즘 같은 고금리 상황에선 이자 부담이 상상 이상이다. 전셋값 내려가면 당연히 더 싼 집을 찾아가려고 할 것”이라며 “계약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존 전세 계약을 해제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세보증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지난 6일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전문위원이 발간한 ‘광수네 복덕방 4호’ 리포트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전체 전세보증금 중 전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예컨대 5억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면 그중 1억9천만원은 전세대출을 통해 마련한 셈이다.

집값 상승기 영끌 갭투자자는 ‘전세런’ 상황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집을 사는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을 대출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대출을 일으킬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고금리, 이자 부담은 매도 선택 가능성을 높인다.

한문도 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 교수는 “하락한 보증금을 턱턱 내줄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춘 갭투자자가 많을지 의문”이라며 “집값 하락, 전셋값 하락이 지금처럼 장기간 지속되면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9월 이후 주택시장에는 급매물, 급급매물이 쏟아지며 가격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전세가 급락’ 못 버티고 쏟아지는 급매물들... 집값 추가 하락 불씨될까


지난 2021년엔 갭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서울 지역 전체 주택 거래량 중 갭투자 비율은 44.2%에 달했다. 그리고 집값 상승이 정점이었던 2021년 갭투자 비율은 51.3%까지 늘었다. 2021년 갭투자 당시 체결된 전세계약이 올해 만료된다는 의미다.

임재만 교수는 “집값 상승이 정점이던 2021년엔 그만큼 갭투자 수요도 많았다. 특히나 막차를 탄 영끌 갭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높은 전세를 끼고 집을 샀는데, 전셋값이 폭락했다.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을 찾기 어려워 집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질 거다. 이런 매물들이 부동산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다소 회복되는 모양새지만, 집값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4,81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거래량이 2,124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둘째 주(1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1%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작년 6월 이후부터 10개월 넘게 지속 중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하락이 시작된 이후에는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는 분위기가 지역별로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실물경제 침체라던가 금융시장의 불안 등이 매수심리 위축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급매물 위주의 거래 외에는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 수석연구원은 “전세금을 못 돌려주고 분쟁이 생긴다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는 만큼 임대인들이 싼값에라도 집을 팔려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뉴시스

‘똘똘한 한 채’ 갭투자에 서울도 안전지대 아니다 


서울도 전세런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 갭투자가 많았던 아파트 단지 상위 3곳은 서울 내에서도 집값이 높은 송파구에 위치한 단지들이었다. 1위 단지는 파크리오로 전체 거래 50건 중 20건(40%)이 갭투자였다. 이어 헬리오시티(48건 중 19건), ‘올림픽훼밀리’(24건 중 13건) 순이다.

그중 헬리오시티는 집값 상승이 한창이던 2020~2021년 전용 84㎡의 전세가가 11억~13억원에 거래됐다. 2019년 초 전용 84㎡의 전세가가 5억5천만원~7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집값 대세 하락이 시작된 2022년에는 전세가가 8억~12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리고 올해 전세 거래가는 6억~9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서울지역 갭투자의 경우 타지역에 비해 전세가율이 낮은 데다, 똘똘한 한 채를 위해 다른 곳을 정리하고 집중한 사례가 많은 만큼 자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

하지만 타지역에 비해 높은 집값으로 인해 전세가가 워낙 큰 데다, 집값도 급락해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집값 하락 전인 2021년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최고가는 23억원에 달했지만, 작년 말과 올해엔 16억원대 급매물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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