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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오염수 방류 말고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들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①] 일본 원전 설계기술자 “석유비축기지에서 사용하는 방법”, 한국 원자핵공학자 “귀환 곤란 구역에 얼마든지 가능”, 독일 전문가 “더 저장·보관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

2021년 2월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 = AP

일본은 올해 여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

일본이 방사성 물질을 여과기로 걸러낸 뒤,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은 더 많은 물을 섞어 희석한 후, 태평양 바다에 버리겠다고 한 오염수는 130만t이다. 이 오염수를 다 바다에 버린다고 해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핵물질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투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의도치 않은 지하수 유입으로 매일 140t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오염수 투기가 이어질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은 이 오염수를 버리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방류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일본 내 원전 전문가를 포함한 일본 시민단체, 국제 환경단체 그리고 국내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이 대안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주변국의 우려에도 일방적으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뒤, 기어코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원전 설계기술자, 대안 제시
석유기지에서 사용하는 10만t 탱크
미국 핵시설서 사용하는 고체화
국내외 전문가들 “보관하면 더 좋아”
일본 시민들 “버리지 말고 내 땅에”


지금까지 제시된 대안은 5~6가지가 존재한다. 그중 가장 현실 가능성이 높고 주목을 받은 대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석유비축기지에서 사용하는 10만t급의 대형 탱크를 지어 오염수를 버리지 않고 10~20년 더 보관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대안은 오염수를 시멘트·모레 등과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대안 모두 현실에서 이미 사용하는 보관방법이다. 10만t급 탱크는 이미 세계 각국 석유비축기지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시멘트 등과 섞어 고체로 만드는 작업 또한 미국의 핵시설에서 대규모로 시행되는 기술이다. 일본정부는 “보관할 땅이 없다”는 핑계를 내세우지만, 일본이 무리해서 방사선 피폭을 피해 이주한 주민들을 오염된 후쿠시마 땅으로 귀환시키지 않고 국유화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방안이다. 특히,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붕괴하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수록 환경에 덜 위협적이다.

고토 마사시 전 도시바 원전 설계기술자.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는 2023년 4월 21일 국회의원회관 5간담회실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막을 해법은 없는가?’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에는 고토 마사시 원전 설계기술자가 강연자로 나섰다. ⓒ민중의소리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이 같은 대안을 제시하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전 도시바 원전 설계기술자인 고토 마사시 원자력시민위원회 위원은 21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방류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이 같은 대안을 설명했다. 그는 “(세계 각국) 석유비축기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이것을 일본에서 만들 수 있고, 이미 사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 숀 버니도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

숀 버니는 2019년 1월 22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위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밝혀진 알프스(ALPS)를 비롯한 정화 처리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제 탱크를 이용해 오염수를 저장·보관하고 그동안 더 효과적인 처리 기술을 모색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015년 자료사진 ⓒ환경운동연합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루에 125t 오염수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 등을 고려해서 일주일에 1천t급 탱크를 하나씩만 지으면 된다. 일본이 그거 하나 못하겠나?”라며 “귀환 곤란 구역으로 굳이 주민들 부르지 말고 국유화하면 이런 탱크 1천개, 2천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면 18년은 버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일본이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은 저절로 절반 밑으로 떨어지고, 삼중수소는 4분의1 이상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핵종 붕괴로 방사성물질의 방사선 양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스트론튬과 세슘의 반감기는 약 28~30년이고 삼중수소는 12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에 발생했기 때문에, 2023년에서부터 18년을 더 보관하면 약 30년 정도 보관하게 되는 셈이다. 서 교수는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기술이 훨씬 발전해 있을 것”이라며 “여과기, 이온교환기, 지금 새로 만들고 있는 전기분해여과기 등으로 (방사성 물질을) 여과·분해할 수 있다. 그때 가서 버려도 늦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환경단체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상홍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오염수를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저장탱크를 더 건설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는 올바르지 않나? 꽤 규모 있는 탱크를 몇 개 더 건설하면 최소 10년 이상은 더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다”라며 “지금 일본의 제염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 기술을 개발할 시간도 벌 수 있다. 그리고 오염수를 십년 더 장기보관하면 그만큼 방사성 물질 양도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본 내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땅을 내어줄 테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고 육상에 보관해 달라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후쿠시마 제1원전 상흔 자료사진 ⓒ뉴시스

이 같은 대안이 있음에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는 이유는 2040~2050년까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계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전 내에서 녹아내린 핵폐기물을 꺼내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여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일본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안에 다른 구조물과 함께 녹아내려 덩어리가 된 핵폐기물 ‘데브리’의 양이 총 880t에 이를 뿐만 아니라, 제거하는 것이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전의 내부를 관찰하기 위해 수많은 로봇이 투입됐지만, 대부분 근처에 접근하기도 전에 엄청난 방사선을 못 견디고 작동을 멈췄다. 히타치에서 만든 뱀 형태의 로봇은 2015년 투입됐다가 3시간 만에 작동을 멈췄고, 2016년 도시바의 장비 또한 방사선에 굴복했으며, 2017년 투입된 또 다른 로봇 또한 충격적인 방사선을 마주하고 멈췄다. 2019년 투입된 로봇만이 비교적 방사선이 강하지 않은 곳에 들어가 표본을 겨우 추출했을 뿐이다. 엄청난 방사선을 내뿜는 이 데브리에 사람뿐만 아니라 특수 제작된 로봇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토 마사시 위원은 후쿠시마 원전 해체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1기당 핵연료 양이 약 300t 전후인데, (기존 정상 운전 원전의) 핵연료와 성질이 다르다. 이게 (폭발 후) 녹아내리면서 다른 금속, 콘크리트 등과 엉겨 붙었다. 고선량이기 때문에 이것을 일반적인 콘크리트 구조물 자르듯 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자르게 되면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뿜어져 나올 것이다. 그런 자극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데브리를 꺼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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