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미국 간 윤 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해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한미양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방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4.25 ⓒ민중의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각계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의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를 대변할 것이 아니라 해양생태계의 위협과 자국 국민을, 나아가 태평양 연안국 국민을 생각하며 당장 일본에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올해 여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본은 토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계획에 맞춰 30~40년간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여과기로 걸러낸 뒤,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은 더 많은 물을 섞어 희석한 후, 태평양 바다에 버리겠다는 입장이다. 알려진 그 규모만 130만 톤(t)에 달하는데,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선 “재난”이자 “핵테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바다 생태계와 인류의 건강을 모두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인접국이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현례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상임이사는 “우리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방류 사건을 잘 알고 있다. 두산전자는 페놀 폐수를 잘 폐기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낙동강에 무단 방류했다. 이 사건으로 대구 시민들의 식수가 오염되어 식수 공급 중단과 임산부 유산 등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것은 대구에서 끝나지 않고 페놀 폐수가 낙동강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그 영향이 부산에까지 미치게 됐다. 이처럼 잠깐 동안의 오염수 방류일지라도 그 결과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우리는 이미 패널 오염을 통해서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이와 비교도 되지 않는 전지구적 엄청난 재난이다. 방류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도 아니다. 30~4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서 하겠다는 것이며 전문가들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 파장이 어디까지 어떻게 미칠지 그 누구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산물 소비 2위 국가다. 바다는 우리의 제2의 텃밭이다. 우리 음식에서 바다에 나오는 것을 뺀다면 생명을 이어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소금, 젓갈, 김치, 미역, 다시마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며 “방사능 오염수가 배출되는 순간부터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두려움과 공포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생존권에 대한 문제이면서 우리 전통 음식과 전통 문화 파괴의 서막이기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광운 어업회사법인 해농수산 대표도 “바다는 무한정한 것처럼 넓어 보이고 해류가 있다고 하지만 수생생물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바다의 생태계는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며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수산물을 많이 먹고 있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국민의 안녕은 어디로 가는가”라고 성토했다.

최 대표는 “방사능 물질이 일단 몸에서 흡수되면 생명체 내에서는 절대 처리할 수 없이 그대로 축적된다”며 “인류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종 포식자인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방류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역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버리고 또 거기서 발생한 폐기물을 다른 장소로 옮겨간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방사능 물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염이 이동했을 뿐”이라며 “왜 멀쩡하게, 깨끗하게 보존해야 할 바다를 계속 더럽히는가”라고 성토했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한미양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방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4.25 ⓒ민중의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과 대책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로부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요청 받아 놓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명분으로 저자세 외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와 한 인터뷰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릎 꿇어라고 하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한 사실에 주목했다. 박 공동대표는 “저희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100년 전 일만이 아니다”라며 “바로 현재와 미래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사대국화로 나아가려는 문제는 현재의 동북아시아 평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수는 과거의 일이 아님이 명확하다. 현재의 일이고 미래의 일이기도 하다”라며 “그래서 ‘100년 전 일’이라고 하면서 퉁 치고 넘어갈 권한은 윤 대통령 개인에게 없다는 점을 명백히 경고한다. 속된 표현으로 ‘헛소리’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희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건 인류 보편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00여개 해양연구소가 소속돼 있는 전미해양연구소협회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 정부의 자료와 데이터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박 공동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이 안정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탱크에 있는 핵종의 안전성 검사를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만 할 것이 아니라 바다를 함께 가지고 있는 인접 국가인 한국과 그 외 인접 국가들, 전문가들과 함게 안전성 검증을 공동으로 하자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만일에 현재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안전성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방류를 하려고 한다면, 즉각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를 해야 한다”며 “바로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표자인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정부로서 해야 할 헌법적 책무이다. 이런 헌법적 책무를 방치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상임이사도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생존권을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러나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서 어떠한 제재도 해법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만약 국민의 건강과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로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방조, 묵인한다면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하루빨리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해 일본 정부의 해양 투기 계획을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일본이 수산물뿐만 아니고 농산물까지도 수입하라고 한국을 압박을 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가서 ‘검증이 안 되어서 아직은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이 CPTPP 가입의 선제조건으로 이를 요구하면 정부가 받아들일 것 같아서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된다면 모든 농민들과 어민들이 나서서 진짜 윤석열 정부를 갈아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한미양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방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4.2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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