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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알고 보니 IAEA가 2015년에 권고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②] IAEA, 애초 오염수 방류 객관적 검토 불가능 “UNEP가 접근토록 해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주변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원통형의 탱크 자료사진 ⓒ뉴시스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① 일본이 오염수 방류 말고 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들
② [단독]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알고 보니 IAEA가 2015년에 권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미 8년 전 일본에 오염수 방류를 권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중의소리가 27일 확인한 IAEA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IAEA는 지난 2015년 8월에 낸 후쿠시마 사고 보고서(6권으로 구성)에서 일본에 대량의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으면 누출 사고 등의 위험이 있다면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바다로의 통제된 방류를 재개하는 옵션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라고 밝혔다. 2021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IAEA에 검토를 요구하기 전, 2015년에 이미 IAEA가 일본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IAEA가 권고한 오염수 방류 계획을 IAEA가 ‘셀프 검증’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그때부터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AEA가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었다”라며 “IAEA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공개된 IAEA 보고서 6권 중 하나. 후쿠시마 다이이치 사고 보고서 – 기술 자료 5 ⓒIAEA 홈페이지

IAEA, 2015년 일본에 이미 방류 권고
일본 방류 계획 검토 중인 IAEA
객관적인 척 ‘셀프 검증’ 중?


일본은 올해 7월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 130만t을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한다. 여과시설로 방사성물질을 걸러내고, 걸러내기 힘든 방사성물질은 더 많은 물과 섞어 희석한 후 바다에 버리겠다는 계획이다. 핵폐기물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투입과 지하수 유입으로 지금도 매일 140t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기에, 바다에 방류될 오염수의 양은 130만t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시기는 2021년이다. 2021년 4월 13일 각료회의에서 이를 결정했다.

일본은 방류 결정 직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검토를 의뢰했다. 제3자 전문가 국제기구의 검토를 거친 후 방류 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겠다는 의미였다. IAEA는 곧바로 수용 의사를 밝혔고, 그해 8월 일본과 합의를 거쳐 검토를 시작했다. 현재 IAEA는 회원국 전문가들과 IAEA 직원 등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IAEA는 관련해서 지난해 4월 첫 보고서를 낸 뒤 올해 4월 5일까지 네 차례의 보고서를 발행하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월 방일 중 일본 정치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IAEA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중시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런데, IAEA는 일본이 방류를 결정하기 전에 이미 일본에 방류를 권고하고 있었다.

IAEA는 일본인 아마노 유키야가 사무총장으로 있던 2015년 8월 ‘후쿠시마 다이이치 사고 보고서 – 기술 자료 5/5 사고 후 복구’(THE FUKUSHIMA DAIICHI ACCIDENT TECHNICAL VOLUME 5/5 POST-ACCIDENT RECOVERY)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방류를 권고했다. IAEA는 이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정리한 사무총장 보고서와 5권의 보고서 등 총 6권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고 후 복구에 관한 보고서 125~130쪽 ‘물 및 2차 폐기물’(Water and secondary waste) 부분을 보면, 오염수 처리에 관한 권고가 등장한다.

보고서에서 IAEA는 먼저 알프스(ALPS, 다핵종 제거 설비) 등 여러 여과시스템의 규모 및 효과를 긍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런 뒤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와 파이프 등에서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 누출이 관찰됐다”라고 지적했다. 오염수 누출이 확인됐다면 또 누출이 없도록 철저한 점검 및 개선을 권고해야 하지만, IAEA는 다른 대책을 제시했다.

IAEA가 2015년에 낸 '후쿠시마 다이이치 사고 보고서 – 기술 자료 5 ⓒIAEA 보고서


IAEA가 2015년에 낸 '후쿠시마 다이이치 사고 보고서 – 기술 자료 5 ⓒIAEA 보고서

IAEA는 “누출을 막거나 줄이기 위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해양으로의 통제된 방류 재개 가능성을 포함한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 동료 검토 사절단(IAEA 회원국 원전산업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팀)은 오염 수준이 낮은 매우 많은 양의 물을 계속 저장하는 것과 관련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바다로의 통제된 방류를 재개하는 옵션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라고 보다 분명한 문장으로 IAEA의 권고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라는 권고는, 같은 날 함께 발행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한 사무총장의 보고서’(THE FUKUSHIMA DAIICHI ACCIDENT REPORT BY THE DIRECTOR GENERAL)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에서 “오염된 물은 800개 이상의 탱크에 저장돼 있다”라며 “바다로의 통제된 방류 재개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여 보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아마노 유키야는 IAEA의 5번째 사무총장으로, 2019년 7월 사무총장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별세했다.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해, 일본 외무성에서 핵과학과장·원자력과장 등을 역임하고, G7 원자력안전그룹 회장을 맡았던 그는 2009년 7월 IAEA 사무총장이 됐다. “전 세계 평화, 건강, 번영에 대한 원자력의 기여를 가속화하고 확대하는 데 나를 헌신할 것”이라는 그의 선출 소감은 원전산업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고토 마사시 전 도시바 원전 설계기술자.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는 2023년 4월 21일 국회의원회관 5간담회실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막을 해법은 없는가?’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에는 고토 마사시 원전 설계기술자가 강연자로 나섰다. ⓒ민중의소리

“일본과 IAEA, 사전작업”
“IAEA, 후쿠시마가 걸림돌...치우려는 것”
“IAEA, 원전진흥기구나 마찬가지”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고려하면, 2015년쯤 이미 일본과 IAEA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쌓여가는 오염수를 방류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IAEA가 TF를 꾸려 객관적인 검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미 오래전에 방류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끝내고 여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만난 고토 마사시 전 도시바 원전 설계기술자는 “일본이 IAEA에 그렇게 (오염수 방류를 할 수 있도록) 요청했을 것”이라며 “2021년 방류 결정 전에 (일본과 IAEA가) 사전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왜냐면 그때 IAEA 사무총장이 일본사람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IAEA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고토 마사시 전 기술자는 “IAEA는 원자력을 규제하는 입장이 아니다.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라며 “그런 점에서 (원전에 대한) 비판적인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러니 일본이 IAEA의 특성을 잘 알고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부터 IAEA 사무총장은 아마노 유키야 씨였다. 그때부터 해양방류를 위해 간을 맞추었던 것”이라며 “IAEA는 들러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IAEA에서 홍보하는 소형 원자로가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가 큰 걸림돌이다. 이거를 덮어버려야 하는 것”이라며, IAEA가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방향을 설명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기본적으로 IAEA는 미국 주도인데, 미국이 핵실험으로 갖다 버린 방사성 물질의 양은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더 방대하다”라며, IAEA와 미국이 오염수 방류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책임은 자기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가 마음에 안 들어도, 우리보다는 덜 하니까 묻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AEA는 원전산업 진흥 기구에 가깝기에 객관적인 검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애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검토는 IAEA에 맡길 게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한 국제기구에 맡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및 수산물 수입 재개 논란의 숨은 쟁점과 민중건강’ 토론회에서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IAEA는 생태계 보존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 IAEA가 주도하는 이 틀을 UN 해양법 틀로 바꿔야 한다. UN 해양법에서의 국제기구는 IAEA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환경 분야에 대한 국제협력을 촉진하는 국제연합총회 산하 조정기관 ‘유엔환경계획’(UNEP)이 접근하도록 하는 게 올바른 대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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