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회식을 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4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회식을 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당시의 사진을 보고 가장 크게 지적된 것은 대통령 경호의 문제였다. 대통령이 회식 후에 일렬로 도열한 일행들과 악수를 하는 장면이 그대로 일반 시민들에게 찍혔기 때문이다.
그 사진을 보고 필자 역시 그런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이 회식장소는 도대체 누가 정했을까? 사전에 경호 등의 문제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정해진 것일까? 그리고 회식비용은 누가 결제했을까? 등등의 의문이 들었다.
대통령이 직접 회식장소를 지정?
그래서 필자는 4월 7일 횟집에서 지출된 회식비용에 대해 대통령실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일단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일부 언론이 취재한 결과를 보면, 우선 회식장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정했다는 것이다.
4월 10일 한겨레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회식장소를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애초에 부산시가 추천한 장소는 다른 횟집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횟집을 찍어서 예약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이 지방을 방문하면서 직접 회식장소를 찍어서 예약하게 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한겨레신문은 “대통령이 지방을 찾을 때는 식품안전·맛·교통·경호·보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자치단체가 식당을 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통령이 대규모 회식이 이뤄지는 식당을 직접 지정하는 것은 굉장히 낯선 풍경”이라는 부산시 전직 고위공무원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1년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모습. 2021.11.16. ⓒ뉴시스
이렇게 대통령이 직접 회식장소를 정하면, 경호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4월 6일 저녁에 일어난 낯선 풍경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서 비롯된 셈인 것이다.
회식비용은 누가 얼마를 결제했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과 장관, 시도지사, 국회의원들의 회식비용은 대통령실에서 결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 결제했다면, 대통령실의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등에서 결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지금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등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비공개해서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대통령실이 내세운 비공개 사유는 “국가기밀 등이 유출되어 악용되는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고,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정보가 알려져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집행 상대방의 정보가 유출되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4월 6일 회식 건에 대해서는 이런 비공개 사유가 성립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누구와 회식했는지도 이미 알려져 있고, 무슨 명목으로 회식을 했는지도 알려져 있다. 국가기밀과 관련된 사항도 아니다.
4월 6일 해운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지방협력회의 이후에 부산을 방문 중이던 엑스포 실사단을 방문한 후에 장관, 국회의원, 시도지사들과 회식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은 4월 6일 부산 횟집 회식에 사용한 회식비용을 비공개할 명분이 없다.
정보가 많거나 복잡해서 결정기한 연장?
그런데 필자가 부산 횟집 회식비용을 공개해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대통령실은 ‘많은 정보가 청구되거나 정보가 복잡하여 기한 내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정기한을 연장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청구한 날로부터 원칙적으로 10일 이내(주말과 공휴일 제외)에 공개하게 되어 있고 1회에 한해서 연장할 수 있는데, 연장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1회에 지출된 회식비용을 공개하라는데, 무슨 복잡한 것이 있어서 결정기한을 연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연장을 했어도 대통령실은 5월 4일까지는 부산 횟집 회식비용을 공개할 것인지 아닌지를 필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필자는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회식비용을 비공개할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실이 필자에게 보낸 연장 통보서 ⓒ하승수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세금을 썼으면 국민에게 보고하고 설명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검찰 총장 시절에 쓴 돈은 물론이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 사용한 국민세금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쓴 국민세금은 이렇게 비공개로 하면서 민간조직인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내비남공(내가 쓴 돈은 비공개, 남이 쓴 돈은 공개) 행태는 대통령을 떠나서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