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장수상회’는 헐리우드 영화 ‘러블리 스틸’을 리메이크한 강제규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2016년 초연 이후 미국 LA 공연을 비롯하여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제주 등 70여 개 도시에서 약 30만 관객을 만나오며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낸 명품 연극이기도 하다. 올해 7년을 맞은 ‘장수상회’는 이번 시즌엔 ‘라스트 댄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작품은 이순재, 신구, 백일섭, 손숙, 박정수 등 한국의 대표적 원로 배우들의 힘으로 국민 연극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 함께 하는 배우 이순재, 신구, 박정자, 김성녀 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라스트 댄스’는 이번 시즌이 ‘장수상회’의 아름다운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마지막 이야기
콜롬비아 대학 신경학 및 정신의학 교수 스콧A. 스몰은 저서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를 통해 ‘기억과 망각의 균형’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젊은 시절 너무나 많은 생각과 기억으로 괴롭기 일쑤며, 노년에는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절망한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을 망각하게 되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연극 ‘장수상회’는 기억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연극은 노년의 사랑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한다. 무대 위 시골 마을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장수상회’가 문을 열고, 그 옆에 예쁜 꽃집 ‘들꽃’이 개업한다. 이곳은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발바닥에 땀 나도록 재건축을 추진하는 동네이다. 있던 가게도 비워야 할 판인데, 새 꽃집이 문을 연 것이다.
연극 ‘장수상회, 라스트 댄스’ ⓒ극단장수상회
융통성 하나 없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은 옆집에 문을 연 꽃가게가 마뜩찮다. 하지만 꽃가게 주인 ‘금님’은 퉁명스러운 성칠에게 마냥 상냥하고 늘 웃으며 대한다. 성칠은 소녀같은 금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금님과 성칠은 우연히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암환자로 치료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금님을 지켜보는 주변 가족들의 걱정은 커져 간다. 성칠 역시 조금씩 기억이 흐려지고 금님과 약속마저 잊곤 한다. 배려심 없는 까칠한 성칠과 늘 다정하기만한 금님의 만남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날까?
삶이 다할지라도······
금님과 성칠은 사실 부부다. 성칠은 치매로 가족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혼자 사는 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금님은 기억을 잃은 남편 성칠을 처음 만나 사랑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성칠을 점장이라 부르는 장수상회 사장와 꽃가게 금님의 딸은 이들 부부의 아들과 딸이다.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빠 곁에서 사장과 꽃가게집 딸로 연기를 한 것이다.
연극 ‘장수상회’는 화려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암 투병 중인 엄마에 대한 슬픈 노년 이야기도 아니다. 주인공 성칠과 금님은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용감한 사람들이다. 나이에 매몰되지 않고 조건에 쫄지 않고 죽음 앞에 주눅들지 않는다.
연극 ‘장수상회, 라스트 댄스’ ⓒ극단장수상회
극 중간중간 금님과 성칠의 첫 만남 이야기가 황혼의 부부가 돼 삶의 끝자락에 선 금님과 성칠의 이야기와 만난다.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성칠과 그런 성칠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소개하는 금님의 모습은 눈물을 터뜨리게 한다. 기억은 망각을 전제로 한다. 잊힌 자리에는 새로운 기억이 자리 잡게 마련이고 그 기억들은 다시 추억이 된다.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두 배우, 아니 두 주인공의 당당함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장수상회’ 마지막 시즌을 이끄는 배우 이순재와 신구는 김성칠 역으로 관객을 울고 웃긴다. 도무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두 배우의 열정적인 행보는 연기 이상의 감동을 준다. 사랑스러운 금님을 연기하는 배우 박정자와 김성녀는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압도한다. ‘장수상회’ 사장 김장수 역에 배우 강성진, 금님의 딸 김민정 역에 배우 안유진과 이희진 등도 극에 감칠맛과 재미를 더한다.
연극 ‘장수상회’는 인터파크, 두산아트센터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2~4인까지 가족 수에 따라 할인 받을 수 있는 “효도 패키지”도 마련되어 있다.
연극 ‘장수상회’
공연날짜 : 2023년 4월 21일(금)~5월 21일(일) 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시간 : 화, 목, 금 19시 30분/수요일 15시/토요일 14시, 17시 30분/일요일 14시/월요일 공연 없음(5월 4일 금요일 14시, 17시 30분) 러닝타임 : 100분 관람연령 : 8세 이상 출연진 : 이순재, 신구, 박정자, 김성녀, 강성진, 김보현, 안유진, 이희진 외 공연예매 : 인터파크 티켓,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