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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족, 감당 아닌 행복의 관계” 장혜영이 말하는 능동적 생활동반자

동성혼 법제화, 비혼 출산 지원법 등 ‘가족구성권 3법’ 발의 예고...“모든 시민 행복 증진할 보편적 권리, 국회 책임감 가져야”

10년 전 좌절 겪은 ‘생활동반자법’, 기억하시나요?

지난 2014년 국회에서 제정이 좌초된 ‘생활동반자법’, 기억하시나요? 이성 혼인, 혈연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하는 좁은 법체계를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함께 사는 두 성인에게 법률적 보호망을 만들어 주는 제도입니다. 보수 진영의 강한 반대에 발의 단계에서 무산됐지만요. 한동안 진척 없던 이 법이 지난 2월 소성욱·김용민 부부가 이끈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판결로 새 논의 국면을 맞았습니다. 법원의 판결로 ‘다양한 가족’을 명시할 길이 열렸으니, 이제 입법부인 국회가 이들을 품을 법을 만들 차례입니다. 동료, 친구, 연인 누구든 ‘함께 살 한 명의 동반자’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즉, 생활동반자법은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민중의소리’는 두 편에 걸쳐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당부하는 시민의 목소리와 이 법을 위해 싸워갈 한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① [인터뷰] “우리는 가족일까?” 국가가 뺏어간 동성커플의 주거권
② [인터뷰] “가족, 감당 아닌 행복의 관계” 장혜영이 말하는 능동적 생활동반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당신은 누구와 함께 살 때 가장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국가가 단정한 모범 답안은 ①이성 간 혼인 ②혈연 ③입양 가족 단 세 개뿐이다. 저마다 돌봄을 주고받고, 안정·존중·친밀을 느끼며 살아가는 가족 형태는 무궁무진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세 가지 분류에 들어맞지 않으면 국가는 ‘비정상’ 낙인을 찍었다.

때문에 9년 만에 다시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을 향한 관심은 더 빛난다.

국가가 가족 범주 확대를 주저하는 사이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이성·동성·황혼의 연인, 마음 맞는 친구와 경제적 부담과 생활공간을 나누는 룸메이트 등 비친족 가구원은 지난 2021년(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기준) 100만 명을 돌파했다. 비친족 가구수가 20만대로 집계된 5년 전과 비교해 2배(47만 가구)나 늘었다. 모두 가족의 모습을 실천하며 살고 있지만, 국가가 “가족”으로 호명하지 않아 정책 지원에서 배제된 이들이다.

‘가족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권리’를 보편화하고, 이를 입법으로 가시화하기 위해 진력해 온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며 ‘가족을 함께 구성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건 “너무나 평범하고, 인간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나의 행복을 기준에 두고, 나의 가족과 내 세계를 능동적으로 구성해 나갈 수 있는 기본권”이 보장된다면 사람들은 덜 우울하고, 덜 외로워질 거라고 확신했다.

혼인과 혈연이라는 제한된 선택지에 얽매이지 않고, ‘신뢰’를 기반으로 성인 두 사람이 맺는 생활동반자 관계는 혼인·혈연·입양을 이을 “네 번째 가족 카테고리”의 형성이다.

장 의원은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 3법 중 하나가 생활동반자법이다. 장 의원은 “공동체의 기본단위인 가족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가지 권리,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가족들이 많다. 생활동반자 관계 규정을 통해 가족 사각지대를 메우고 싶다”고 다짐을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자유롭게 맺고 끊을 수 있는” 생활동반자...중심은 ‘나의 행복’

장 의원은 우리 사회가 지닌 가족 경직성의 이유는 “다양한 가족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이고, 문제적인 시각 때문”이라고 짚었다. 마치 “대한민국 사회에 현존하는 수많은 성차별이 있는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얘기하는 맥락과 같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장 의원은 ‘1인 가구 폭증’ 통계에 잡힌 허수를 예측했다. 장 의원은 “1인 가구 중 ‘실제로 정말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많지 않을 거 같다. 분명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법적 가족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1인 가구로 집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으로는 가족으로 묶일 수 없으니, 법적 테두리에 들어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회로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 또는 연인을 입양하는 경우다. 장 의원은 “생활동반자 관계가 있다면 그런 억지스러운 방식을 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면 민법, 국민건강보험법, 소득세법, 의료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안의 순차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주택, 의료, 노동, 돌봄 등 여러 가지 가족 단위 정책에 생활동반자를 추가하는 작업이다. 장 의원은 필요한 항목의 일부를 자신이 발의할 생활동반자법 제정안 부칙에 적시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함께 가족으로 살아왔지만 법적 가족의 테두리 안에 속해있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무연고 장례 치러야 했던 안타까운 사례, 가족이 위급하게 수술받아야하는데 동거인은 수술 동의를 할 수 없어 거의 연락이 끊긴 가족을 수소문해 수술 동의를 받아야 했던 사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나 주택담보대출 등에 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족은 많아질 것”이라며 장 의원은 생활동반자법의 잠재력을 기대했다.

생활동반자법에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적시돼 있다. “두 사람이 합의만 한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맺고 또 끊을 수 있다. 생애 여러 시기에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과 법적인 보호를 공유하기 위해 맺고, 필요한 시기에 끊고, 이후 다른 사람과 다시 맺는 방식으로 사실상 모든 국민이 생활동반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장 의원은 생활동반자 관계의 ‘끊음’을 특이하게 받아들일 것 없다고 강조했다. “그 생각 자체가 우리가 가져온 가족관을 반영하고 있다. 가족은 ‘천륜’이니 감당하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돼 왔는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행복과 안녕을 중심에 두고, 자신이 누구와 함께 살아가는 게 가장 기쁘고 행복한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만약 그 관계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한다면 정리 또한 가능하게 하는 것. 개인에게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준다는 측면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장 의원은 ‘비친족 가구’ 증가 배경을 “기존의 법적 가족 관계로는 돌봄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커뮤니티를 꾸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살고 있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제도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과정의 “첫걸음”이 생활동반자법 제정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생활동반자법 분위기 무르익은 21대 국회

역대 국회를 통틀어 21대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 관련 논의는 가장 무르익는 중이다. 정의당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발언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달 26일 야당 의원 11명과 함께 개원 이래 첫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장 의원도 해당 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시도했지만 보수진영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좌초된 바 있다. 이후 멈췄던 논의가 최근 다시 정진 중이다.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가족에 관한 논의를 “소모적 논쟁”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장 의원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과거 생활동반자법 추진 경험이 있고, 문재인 정부 시절 가족 다양성 확대를 위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에 나섰던 과정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생활동반자법을 둘러싼 일각의 편견을 의원들이 함께 돌파해 주길 요청했다. 지난 2020년 장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첫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조장’ 비난에 시달렸는데, 생활동반자법을 둘러싼 혐오의 형태도 비슷하다. 생활동반자법의 핵심 가치는 가족구성권이지만, 이 법을 ‘동성애 반대’로 엮는 이들은 줄곧 그 한 가지 시각으로만 법을 바라본다.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는 여권 인사들도 있다. 장 의원은 “국민의 공공복리를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타당한 태도인지 모르겠다”며 “국회가 ‘전광훈 당’이 될 거냐,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될 거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원들 만나 법안 필요성 설득, 5월 발의 목표

“생활동반자법은 소수자 이슈가 아닌, 보편적으로 모든 시민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법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갖는 가족의 위기를 부정하는 의원은 없을 거라고 본다.”

5월, 장 의원은 새로운 가족 관계를 만드는 생활동반자법과 가족 간 차별을 시정하는 ‘동성혼 법제화’, ‘비혼 출산 지원법’을 묶어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열심히 의원회관을 돌며 만난 의원들에게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일부 야당 의원은 공동 발의 의사를 밝혔다. 장 의원은 더 많은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겠다는 각오다.

국민이 더 이상의 차별과 불평등을 감당하도록 정치권이 방치해선 안 된다며 입법부가 지닐 “최소한의 책임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장 의원은 “국회가 ‘법안의 무덤’이라는 비판으로부터 거대양당 어느 쪽도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의제를 진영화해 다룬 지난 3년이었다”며 “우리 사회의 변화한 모습과 이를 규정하는 제도 사이의 괴리는 불평등, 차별, 낮은 출생률, 높은 자살률의 총체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국민은 더 이상 이런 정치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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