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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피해자’라던 건설사들, ‘분신 건설노동자’ 처벌불원서 냈다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⑭] 건설사들 “겁 먹은 적 없어, 노조가 회사와 근로자 사이 다리 역할 해줬다”, 경찰의 무리한 건설노조 표적 수사 뒷받침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① [인터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비정상적 건설업계 놔두고 노조만 때려잡나”
② 타워크레인 월례비, 원인은 건설사에 있는데 노조만 때리는 정부
③ 건설현장 고용문제 외면한 정부, 대신 나선 노조에 이제 와서 “조폭”
④ [인터뷰] 조선소→건설사 관리직→건설노동자, 그가 말하는 ‘건설노조’
⑤ 외국인에 밀려난 내국인 건설노동자, 이면엔 건설사 ‘이윤 욕심’
⑥ [현장] “노조에 빌미 잡히지 말자” 불법에 이중 잣대 보인 원희룡의 ‘황당 연설’
⑦ 타워크레인 노동자에 ‘위험한 작업 거부하면 면허정지 시킨다’는 국토부
⑧ ‘건폭’ 핵심 한국노총 출신 건설산업노조, 1년 전 ‘윤석열 지지’ 선언했다
⑨ 건설노조 팀장들 “우리가 가짜 근로자? 업체서 할 일까지 대신 합니다”
⑩ 아파트 공사장에서 ‘인분 주머니’ 없애는 진짜 해법
⑪ ‘건설노조 전임비 비리’ 요란하더니, 민주노총이 아니었다
⑫ 건설노조가 바꾼 현장, 여성 목수가 늘어났다
⑬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 ‘건폭’ 아닌 동료 밥줄 챙긴 “바보 같은 형”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의 협박을 받았다며 '피해자'로 명시한 건설업체들이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등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냈던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들 업체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채용한 것은 정부와 수사기관의 주장처럼 협박이나 강요에 의한 게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에 따른 것이며, 경찰이 '갈취'라고 주장한 노조 전임비 등도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양 지대장의 구속영장청구서에 피해자로 지목된 4곳의 건설업체 중 A업체와 B업체 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3일 앞둔 지난달 28일 '양 지대장 등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이들의 탄원서는 법원에도 제출됐다.

이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소속 조합원을 고용했는데 이는 건설현장 관행상 일일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팀' 또는 '반'으로 고용해 온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위 현장에서 별다른 마찰 없이 교섭을 통해 인력 수급에 대해 논의했고, 현장 공사를 원만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인력 투입 협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집회를 한 사실은 있으나 그로 인해 겁을 먹거나 업무에 방해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이 '노조 간부가 갈취했다'고 한 노조 전임비나 팀장 임금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소속 팀장이나 노조 전임자라는 사람들이 조합원들의 근무를 관리해 주었고,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서의 다리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노동조합 활동으로 보아 노동조합 전임비나 팀장 수당도 큰 문제 없이 지급했다"며 "전임비 지급은 단체협약이라는 중앙 임금·단체협약과 노사 간의 약속과 현장 관계에 의한 지급이었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로 알고 있다"고 적었다.

이러한 건설업체의 입장은 경찰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내용과는 크게 배치된다. 경찰은 양 지대장 등이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겁을 주고,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들은 건설현장에 노조원 일부를 채용해, 노조 전임비 등이 담긴 단체협약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양 지대장 등이 건설업체를 압박하기 위해 집회를 열거나 건설현장의 불법 사항을 고발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수단으로 협박했다고 주장했지만, 건설업체들조차 이러한 과정들이 교섭을 위한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었음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업체가 지급한 '노조 전임비' 역시 노동조합법과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된 것이라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입장과 일치한다.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 건설업체 외에도 강원 지역에서 건설노조 조합원을 채용했거나 하고 있는 12곳의 건설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탄원서를 냈다. 한 건설업체는 "민주노총 소속 팀장이나 노조 전임자가 회사의 인력 공급에 크게 기여했고, 원만하게 현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며 "채용 강요나 전임비 요구, 집회 등에 불법적인 내용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어려운 건설 경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 빈소 앞에서 건설노조 동료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3.05.04 ⓒ민중의소리

건설업체의 처벌불원서는 건설노조를 표적 삼은 윤석열 정부와 수사 기관의 무리한 수사를 방증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건폭'이라는 딱지를 붙인 뒤, 경찰청은 50명이라는 대규모 특진 인원을 배정해 200일간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그러자 현장에서는 '건설노조 표적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끊이질 않았다. 검찰은 양 지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건설업체들이 진술하기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수사기관의 설득 끝에 익명으로나마 진술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법률가단체는 경찰이 건설업체 현장소장에 전임비나 채용 강요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작성된 고발 양식을 배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거의 고소, 고발 사주가 아니냐"고 꼬집을 정도였다. 국토교통부 역시 전국 건설사에 '건설노조의 불법·부당행위 집중관리 대상 추천' 공문을 배포했는데, 신고 예시에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실명을 다수 적어놓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김정배 지부장은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쉽게 말해 경찰이 건설업체를 돌면서 '사건을 인지했다'며 민주노총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 식이다. 원만히 공사가 끝났다고 얘기해도 소용없다고 한다"며 "미행을 하는 건지, 위치추적을 하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교섭이 끝나면 30분 이내로 경찰이 현장을 찾아가 '협박을 받았냐'고 물어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게 국가 기관이 할 일이냐"고 지적했다.

한편, 양 지대장은 노동절이자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지난 1일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라는 유서 형식의 글을 남긴 뒤 분신했다. 양 지대장은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하루 만인 지난 2일 끝내 숨졌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양 지대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정부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건설노조는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총파업 상경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오는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퇴진 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17일에는 '노조말살-민생파탄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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