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빌라가 위치한 주택가. 2023.05.11. ⓒ민중의소리
숨진 빌라왕 김모씨 주택 전세 세입자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사기와 관련한 네 번째 죽음이다.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30대 여성 A씨가 서울 양천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자 가족들이 집을 찾았다가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중이다.
경찰과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 설명에 따르면 숨진 A씨는 2021년 6월 보증금 3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집주인은 김모씨로 전세계약 1달 전, 3억원에 집을 매입했다. 전세보증금과 매매 금액이 같은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였다. 해당 빌라 당시 매매 시세는 2억원 중반대로 평가된다. 나중에야 알려졌지만, 집주인 김씨는 ‘빌라왕’이라 불렸다. 수도권 인근에 1천여채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빌라에 총 11세대가 살고 있는데, 이 중 4채가 김씨 소유다. A씨 이웃 이모씨는 “해당 층 세입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A씨는 대책위에도 피해 사실을 알렸다. 전세사기대책위 관계자는 “A씨가 카페 글,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의 전세사기 정황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대책위는 파악하고 있다. A씨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다. 해당 빌라는 숨진 집주인 김씨의 체납 세금으로 국세청과 구청에 압류가 걸려있다. 아직 경매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논의중인 특별법에 따르면 A씨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숨지기 전까지 거주해 대항력이 있었고, 보증금도 지원 대상 내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A씨 집주인 빌라왕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이다.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빌라왕 김씨 피해자긴 한데, 별도로 피해자 조사를 받거나 진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빌라는 또 다른 전세사기범 김모(51)씨가 3채를 소유하고 있다. 11채 중 7채 이상이 전세사기범 소유 주택이다. 해당 빌라 주민은 “이 집 사람들 마주칠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괜찮냐고, 집주인 연락 됐냐고 묻는 게 일상이었다”면서 “벌써 몇 번째냐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세사기 피해자 중 네 명이 숨졌다. 지난 2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 7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대출연장까지 거부된 막막한 상황에서 숨졌다. 그의 집주인은 건축왕이라 불리는 남모씨였다. 지난달 14일에는 남모씨의 또다른 20대 청년 세입자 한 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3일 뒤인 지난달 17일에도 30대 청년도 유서와 함께 숨진채 발견됐다.
정치권의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누구를 전세사기 가해자·피해자로 볼 것인지, 피해 지원 방법을 어떻게 설계 할 것인지 갑론을박 하는 사이 ‘죽음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대책위는 국회 앞 농성장을 꾸리고 ‘선 지원 후 회수’ 방안을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여야는 전세사기 희생자의 네번째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에야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합의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을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4번재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5.11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