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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법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④] ‘오염수’라 하면 “특정이념 매몰”이라는 여당, 일본 방사능 해양투기 우회 지원?

2023년 4월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3.04.06.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화면 갈무리

신원식 : 후쿠시마 ‘오염수’가 맞습니까? 아니면 ‘오염 처리수’가 맞습니까?
이종섭 : ‘오염 처리수’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원식 :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인증하고, 한국원자력에서도 인증하고, 오염수는 방류할 수 없습니다. 그렇죠?
이종섭 : 네.
신원식 : (일본이) 방류한다면 (그것은 오염수가 아니라) ‘오염 처리수’죠?
이종섭 : 네.
신원식 : 그런데 줄창 ‘오염수’ 운운합니다. (북한의) 용어혼란전술입니다. 왜 뽄을 봐도 절대 뽄을 안 봐야 할 북한의 뽄을 보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나눈 질의응답이다. 신 의원은 이날 일본이 바다에 방류하려는 오염수를 “오염수”라고 칭하면 “특정 이념에 매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만 좀 하라”라고 호통 쳤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려 반일 감정을 자극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지난 3월 23일 보도한 바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까지 북한과 연관시킨 것이다.

그리고 기어코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용어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기사가 나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중앙일보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의 말을 근거로 정부가 용어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2023년 4월 27일 전경련회관에서 해외전문가 초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티머시 무쏘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950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70만 건의 삼중수소 관련 논문 중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250건을 분석하여 발표했다. 2023.04.27.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누가 누구에게 용어혼란전술 펼치나


사실 ‘처리수’라는 용어 자체도 일종의 용어혼란전술이다.

일본은 ‘알프스’(ALPS)라는 여과설비로 처리하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알프스로 아무리 방사성물질을 제거해도 삼중수소와 탄소14 등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제거할 수 없다. 일본이 1068개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는 130만t에 이르는데, 알프스를 돌려도 삼중수소와 탄소14 등을 제거하지 못하자, 제거를 포기하고 바닷물로 희석해 버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정부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삼중수소는 12년 안에 50%가량이 핵붕괴 하는 물질이다. 엄연히 불안전한 핵물질인 것이다. 게다가 생태계 순환을 통해 인체로 흡수되어 인체를 이루는 구성성분이 된 ‘유기결합 삼중수소’(OBT)는 사람 몸 안에서 핵붕괴 및 핵종전환을 일으키며 DNA를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티머시 무쏘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지난 4월 27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에 관한 전 세계 논문을 분석하여 발표한 바 있다. 김익중 의학박사도 지난 2021년 1월 15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대담에서 유기결합 삼중수소의 핵종전환이 어떻게 인간의 DNA를 손상시키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 관련 민중의소리 기사 보기 : “삼중수소가 멸치, 바나나 수준? 아주 무식한 얘기...‘핵종전환’ 위험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개최한 해외전문가 초청 기자회견

또 일본이 알프스로 처리했다는 이 오염수 중 70%는 여과가 안 됐다. 이중 상당량은 기준치보다 2만 배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이다. 도쿄전력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수치를 보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중 13%는 기준치보다 10~100배 높았고 5%는 100~1만9909배 높았다. 여과했어도 위험한 방사성물질이 남아 있으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IAEA 보고서에도 담겼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이토록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 정부의 오염수 대응, 여러 여당 관계자들의 발언 등에 비추어 보면,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우회적으로 지원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대놓고 오염수 방류를 “지지한다”고만 안 했을 뿐, 사실상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7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일한 의원 연맹 및 일한친선협회중앙회를 접견하고 있다. 2023.03.17. ⓒ뉴시스

윤 대통령, 스가 전 총리 만나 한 말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덤덤했다. 지난해 7월 26일, 윤 대통령은 지금은 중단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한 기자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책’을 묻자 “대선 때부터 오염수 처리 문제는 주변국에 투명하게 설명하고 동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만 짧게 답하고 들어갔다.

오염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본심이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한일정상회담 이후부터다.

지난 3월 29일 일본의 최대 통신사인 교도통신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3월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과 만난 자리에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한일 관계 소식통이 밝힌 내용”이라며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합의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보도내용은 윤 대통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해명이 필요했다.

당연히 기자들은 ‘교도통신 보도내용이 사실인지’, ‘대통령실에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언론이 부화뇌동할 필요 있나”라며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또 굳이 “일부에서는 과학적 객관적 용어 ‘처리수’라고 부른다”라고 강조하며, “여기에는 안전성이 중요하다.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한국 정부가 포함돼서 좀 더 객관적으로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사권이 있는 객관적 조사기구가 투명하게 조사하는 게 아니면 반대한다는 것도 아니고, “한국 정부가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드러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05.07. ⓒ제공 : 뉴시스

오염수 해양투기 명분 쌓아주기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화답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달 7일 방한했다. 이날 한일 정상이 발표한 회담 결과는 또 다른 우려를 키웠다. 한일 정상은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시찰단에는 아무런 조사 권한이 없다.

며칠 시찰로는 1천개가 넘는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 130만t의 오염수에서 시료를 떠볼 수도 없고, ‘희석용 해수 취수로 - 해수 펌프 - 유량 조정 밸브 - 이송 펌프 – 측정·확인 설비 - 1·2차 처리 설비 – 방출관’으로 구성된 거대한 알프스의 작동을 검토해 볼 수도 없으며, 통제 불가능한 오염수가 얼마나 후쿠시마 앞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로봇조차 가까이 갈 수 없는 원전 내에 들어가 오염수가 얼마나 생성되고 고여 있는지 살펴볼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일종의 견학인 셈이다.

외교부는 이달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 자료에서 ‘시찰단 파견’에 대해 “독자적으로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을 중층적으로 검토·평가할 기회가 확보됐다”고 주장했으나, 일본의 얘기는 달랐다. 일본 경제산업상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시찰단이 오염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한국 정부도 시찰의 한계를 인정했다. 12일 박구연 국무조정실 차장은 “공식적인 검증과 평가는 당연히 IAEA가 주도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 신뢰성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산업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눈치 보지 않고,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현장을 평가할 수 있는 시민단체나 민간전문가의 참여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 등으로, 오히려 일본이 한국 시찰단을 이용해 오염수 해양투기 명분으로 사용할 것이라 우려가 크다. 심지어 시찰단이 추후 일본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 대통령이 언급한 오염수 방류 세 가지 조건


윤 대통령이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또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6일 페이스북에 “이미 윤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때 오염수에 관해서 1)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2)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3)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분명히 한 바 있다”라고 강조했다.

성 의원이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은 친원전 세력 입장에서 보면 이미 한참 전에 충족된 상태다.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는 일본이 지난 2021년 4월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하고 검토를 요청하자, 곧바로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어 IAEA는 한국을 포함한 친원전 국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꾸려 현재 일본의 계획을 검토하며 오염수 방류 계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서 함정은 IAEA가 원전산업의 부흥을 바라는 기구라는 점이다. IAEA는 일본인 (故)아마노 유키야마 씨가 사무총장이던 2015년에 이미 일본 정부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라고 권고한 국제기구가 객관적인 제3자인 것처럼 일본의 계획을 검토하고 있고, 일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 관련 민중의소리 기사 보기 : [단독]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알고 보니 IAEA가 2015년에 권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 원내대표, 성일종 TF 위원장. 2023.5.9. ⓒ뉴스1

오염수 비판은 다 괴담이다?


여당 정치인들이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변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달 2일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TF’(이하 검증TF)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은 성일종 의원이 맡았다. 성 위원장은 최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확하게 바깥으로 바다에 방류하는 물에 대해서는 일단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인 물은 엄연히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오염수인데도, 그는 일본의 입장을 100% 수용한 주장을 이같이 지속했다.

또 여당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특정 세력이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검증TF 첫 회의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걸로 괴담을 유포하고 불안감을 유포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괴담이 과학과 진실을 이기는 비정상 상황은 더 이상 용납하면 안 된다.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도 “최근 여당은 검증은 관심 없고 제2의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 국민을 속이려는 정치 퍼포먼스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게 “괴담”이고, 왜 “괴담”인지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2011년 3월 10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장면 ⓒ요미우리 온라인 캡처

“공범의식”


오염수 관련 비판 또는 우려를 “괴담”이라고 주장하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했을 때, 수백 척의 배를 바다에 띄워 항의 시위를 했던 어민들이 더 이상 비판적인 언론보도가 나오지 않길 바라게 되면서다.

최지민 ㈜해농수산 가공생산자 관리부장은 지난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말하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뭐랄까, 복합적이다”라며 “생산자는 일단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이슈가 부각되다 보면 아무래도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판장에서 만난 어민들의 한탄을 전했다. 그는 “매스컴에서 보도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분도 많다.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수산업계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 관리부장은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류가 당장 우리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전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라는 공유자원을 오염시키는 행위이고, 이는 곧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나라도 오염수를 버린다”는 일본의 주장은 이 같은 풍조가 담겨 있다.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종의 공범의식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에서 핵실험을 했던 미국이 가장 먼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같은 사업자 의식이다. IAEA 회원국들은 기본적으로 원자력으로 전 세계를 오염시키는 국가들의 기구이기에, 공범의식을 갖고 있다. 서로 그냥 넘어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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