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버린 미국의 자유주의 좌파, 어쩌다가 지배계급의 도구가 됐나

2019년 11월 모금행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바이든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미국 민주당은 근대 미국 정치사에서 노동자 계급의 권리를 보장하는 진보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로 월가와 기업 비즈니스의 기부금과 정치적 영향력이 커져서 이들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대중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 채택되고,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최근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의 선거 캠페인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바이든은 월가와 대기업의 지지를 받으며 선거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이는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미국 민주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파워 엘리트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동자 계급의 대표성을 잃어가게 된 배경을 살펴보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hings Fall Apart

미국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미국이 제3차 세계대전 위기에 놓여 있고, 미국 국민은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가 있는 국가의 국민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예방 가능한 질병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인종차별주의에 맞서겠다던 바이든 정권은 오히려 흑인 사회주의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잡아들이고 있고, 대형 은행이 다시 한 번 구제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이 선전과 검열로 비판자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정치권력을 장악할 예정인 정치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다.

‘좌파’와 ‘우파’ 뉴스를 각자의 청중에게 전달하는 미국 언론의 관행은 권력 투쟁에서 비롯된다. 제도권 언론이 도시 부르주아를 대상으로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우파는 제 기능을 못하는 정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본의 힘을 배제한다. 그 결과 미국 국민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공통 기반이 없어 논의가 불가능하고, 의견 차이를 해소할 방안이 없다.

그리하여 등장한 ‘미학’의 정치는 특정 집단의 부상과 다른 집단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감정에 기반하고 있으며, 사실적인,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사실인 정치적 차이를 주관적인 개인 취향의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좌파는 역사적으로 계급 정치를 기반으로 사회를 분석했지만, 지금은 자유주의 좌파가 영화 ‘두 번째 달’에 나오는 조나 힐의 캐릭터가 ‘쿨한 부자’들을 조롱했듯 부자들이 환경 문제 등 실제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태도를 비판한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도널프 트럼프 계열보다 제도권 좌파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우파의 기반이었던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와 군사산업복합체(MIC)가 이제는 신좌파의 제도적 기반이 됐다. 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 기관들이 이제 선의의 힘이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CIA가 마침내 오랜 꿈이던 ‘반공산주의적 좌파’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설명에 한 표를 주겠다.

미국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미국의 탈산업화 때문에 공화당 성향인 농촌과 지방 유권자의 권력이 약화됐고, 월가와 실리콘 밸리에 대한 정부의 지원 때문에 민주당 성향인 부르주아 유권자의 권력이 강화됐다.

인종차별주의와 계급주의에 기반한 탈산업화는 미국 지배계층이 얼마나 부패하고 통찰력이 없는지 보여준다. 이들은 조직화된 노동자의 기반을 파괴함으로써 일부 국민을 부유하게 하려고 했다. 미국 지배계층은 자신만이 자본주의적 생산을 관리할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없으니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오만함은 부분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종료 당시 미국의 고유한 위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세계에서 온전한 산업 인프라를 가진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었다. 그러나 독점 권력과 기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격을 올릴 수 있으니까 맘껏 올려서 발생하는 요즘의 ‘욕심 인플레이션’은 독점 권력이 악용되는 예이다. 하지만 이것은 늘 자본가들의 운영 방식이었다. 미국이 전후에 살기 좋은 곳이었던 이유는 뉴딜 정책 등으로 자본가의 약탈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40년이 지난 현재, 지배계층은 정부가 만들어낸 상황을 시장 원리에 따른 자유 경쟁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은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해 왔듯 시장 원리에 따르면 부도가 날 은행을 미국 정부가 또 다시 구제하기 시작했고, 정치지도층은 제3차 대전이라도 벌일 듯이 러시아와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장 원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대리전을 벌이는 건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산업생산에 통합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미국이 중국과의 냉전을 벌이는 건 중국이 후발주자로 자본주의 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그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새롭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미국의 전략은 솔직하게 설명되지도, 능력 있게 실행되지도 않는다. 도시 부르주아는 바이든 정권이 실패하고 있음을 알고 있어도 바이든이 정치 생활 50년 동안 증명한 적이 없는 ‘좋은 의도’를 인정해 주고 있다.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뉴스가 분리 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이 민주당 지지자에게, 공화당 정치인이 공화당 지지자에게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현대 미국의 언론 보도는 종교적인 선입견이라도 있는 듯 편파적이고 맹목적이며, 트위터 전사들은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것을 자랑 삼기까지 하는 오만함을 보인다.

뭔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정치는 더 광범위한 부정적인 정치의 일부이다. 예를 들어 철학자 제이슨 스탠리는 자기가 역사, 경제 및 사회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파시즘의 기원에 대해 강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런 식의 설명 때문에 스탠리는 파시즘의 부상을 해석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작동으로 대공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버냉키는 대공황에 관한 여러 이론을 알고 있고, 자본주의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주류 이론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작동에 대한 이론만으로 대공황을 설명하지 못하고, 그 주류 이론에 상충하는 다양한 요인을 끌어와야만 대공황을 설명할 수 있다. 버냉키가 경제학자로서 자기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면 자기 전공 분야의 외부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정치적 분열은 그 이전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미국 정부 때문에 더 심화됐다. 그리고 2008년 금융 위기라는 사회적 재앙 이후에도 금융계에 비해 미국의 제조업 고용이 계속 줄어들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권과 유착된 신좌파는 버냉키식으로 자유주의적인 기술관료주의를 적용해 역사와 경제적 관계가 좌파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이들이 좌파 정치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종이처럼 얄팍한 도덕주의다. 사람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좋은 사람들의 역할은 나쁜 사람들을 짓밟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사람은 대부분 오바마 시대부터 혜택을 받은 민주당 성향의 도시 부르주아이고, 나쁜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한 공화당 성향의 해고된 공장 노동자이다.

이 논리에서 빠진 것이 있다. 해고된 제조업 노동자와 금융, 혹은 기술 노동자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둘은 임금과 노동력을 교환한다. 그리고 제조업 사장과 지배계층 금융 혹은 기술업계의 지배계층은 함께 미국의 정치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산업 자본가와 월가의 요구로 구상되고 시행돼 제조업 노동자를 짓밟는 데 사용됐다.

2020년 트럼프의 재선 실패로 신좌파는 꿈에 그리던 것을 얻게 됐다. 자유주의 민주당 대통령이 백악관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바이든을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많은 허튼 소리를 했지만, 거기에 호도돼 현재 임박한 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0년대 초반 제조업 고용이 급감한 이후, 미국 국민은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를 가진 국가의 국민에 비해 현저히 많이 죽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 해였던 2021년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그보다 6.3년 낮았다.

이 공중보건 재앙은 계급적이다. 가난한 노동자가 도시 부르주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기대 수명이 6.3년 뒤처져 있지만 부자와 도시 부르주아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빈곤층과 노동자의 기대 수명은 6.3년보다 훨씬 크게 뒤처져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면 이것은 대량 학살이라 불릴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권 당시 정부는 이를 대량 학살이라 불렀다. 이런 면에서는 바이든 정권이 트럼프 정권보다 훨씬 못하다.

이 계급적인 측면은 매우 중요하다. 바이든 정권에서 죽어간 미국인의 대부분은 가난한 백인, 흑인, 히스패닉이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사망률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팬데믹은 전 세계적이었다. 즉 다른 국가보다 미국에서 훨씬 많은 사람이 죽은 건 팬데믹 자체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실패했기 했기 때문이다. 그릇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자들은 팬데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여전히 전 정권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바이든 정권이 트럼프 정권보다 코로나 사망자가 무려 50%나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이런 침묵에 대한 사장 신빙성 있는 설명은 바이든 지지자들이 그의 실제 정책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국민의 기대 수명이 추락했는데 정치권이나 지배계층이 경각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일까? 그것은 부자와 권력자들이 잘 돌봐지고 있고, 죽어가고 있는 계층이 그들에게 죽은 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위험성이 거의 없는 사회일 것이다. 미국의 현 위기, 즉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의료보건 시스템에 대한 의학적 증거는 충분히 많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오바마케어에도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현재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졌을 정도의 위기다.

위기는 곳곳에 있다. 사회정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니, 바이든 정부가 최근 아프리칸 피플스 사회당 및 우후루 운동 활동가들에 대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미국 좌파가 분개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이들은 미러관계가 우호적이었을 때 러시아 정부 요원으로부터 몇 천 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것은 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슈다. 2010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와 관계있는 은행으로부터 짧은 연설의 대가로 무려 50만 달러를 받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프리칸 피플스 사회당 및 우후루 운동 활동가들은 흑인 사회주의자들이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취약계층의 대량 살상과 인종차별주의적인 정책도 모자라 바이든 정권은 최저임금 인상의 약속을 철회하고 철도 노동자에게 강력하게 대처하는 등 노동계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사후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는 점 빼고는 노동문제에서 바이든 정권은 레이건 정권과 다를 바 없다. CIA는 설립 이래 반노동자적인 좌파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이 그 꿈을 이뤄준 셈이다. 신좌파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바이든이 거의 모든 문제에서 미국 좌파와 반대의 입장에 섰으니 말이다.

바이든 정권이 철도 노동자들을 탄압한 직후 일어난 오하이오 주 이스트팔레스타인 폭탄열차 사고는 예고된 바였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한 이유였던 인력 부족 때문에 지친 노동자들이 안전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적으로 일하는 일반 노동자보다 민주당에게 많은 정치자금을 주는 철도 간부들이 우선시된 것이다.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간부들이 말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을 보건대 지금대로라면 미국은 희망이 없다. 나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정치경제를 원하지만 사람들을 결집하지 않고서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다. CIA가 미국 좌파를 장악하게 된 것이 특히 놀랍고 낙담되는 대목이다. 사회주의적인 전투는 사회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노동자들과의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힘없는 자들이 아닌 권력과의 싸움이다. 계급적인 시각과 분석 없이는 좌파가 존재할 수 없다. 현재의 좌우 대립 프레임은 노동자와 관리자들을 혼동하고 있다. 지금의 정치적 구도대로라면 미국에서 해결되지 않는 위기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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