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반대에 전세사기 ‘사후정산’ 절충안 제시한 민주당

민주당, 16일 국토위 법안소위서 정부야당과 ‘사후정산’ 방식 담긴 절충안 논의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 특별법 발목잡는 정부여당을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4번재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5.11 ⓒ민중의소리

‘전세사기 특별법’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여당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야당이 절충안을 내놨다. 핵심은 그동안 여당과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선보상, 후회수’ 방식 대신 ‘사후정산’ 방식을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정부여당이 ‘선보상, 후회수’ 방안에 대해 “혈세낭비”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나온 타협안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발생 이후 피해구제 절차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희생자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야당의 절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야당은 지난 12일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세 보증금 사후 정산 법안을 두고, 오는 16일로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여당과 협의에 나선다.

“‘사후정산’ 방식, 자칫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도”


이 법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피해자로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자의 지위를 양도받아 피해자를 대신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고, 미반환시 경매·공매 등을 거쳐 전세 보증금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사후정산’ 내용이 담겼다.

기존의 야당안인 ‘선보상, 후회수’ 방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할인한 가격으로 매입해 먼저 보상을 해주고, 이후 경공매 등을 통해 매입비용을 회수하는 내용이다.

절충안으로 나온 ‘사후정산’ 방식은 피해자 개인이 하기 어려운 경·공매를 공공기관이 대행해 주고, 사후 정산해 주는 방식인 만큼 별도의 정부 재원 투입이 없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기존 ‘선보상, 후회수’ 방안에 비해 피해구제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입자114 사무처장인 김대진 변호사는 “정부와 여당이 ‘혈세낭비’라며 무조건 반대만 하다 보니 야당이 사후정산 절충안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 “피해 임차인이 개별적으로 경·공매를 신청하는 것보다 공공이 일괄해 집단적인 평가절차를 밟아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사후정산이라는 게 결국 경매까지 모두 종료돼야만 가능한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철빈 전세사기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선보상, 후회수’를 요청한 건, 그동안 피해구제를 진행하는 절차가 2~3년 이상 걸리면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이 너무 컸다. 벌써 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얼마나 피해자가 더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라면서 “‘사후정산’ 방식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다. 자칫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위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안 심사 ⓒ뉴스

피해지원위 구성 늘려 ‘피해자 인정 범위’ 확대?... “특별법 그대로면 무슨 소용”


야당은 피해 지원 대상을 심사하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위원회’ 인원을 기존 20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법률·세무 전문가 외에도 소비자단체 등을 포함하는 안도 제시하기로 했다. 심사 단계에서 최대한 폭넓게 피해자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위원회에 소비자단체 등의 위원이 포함되더라도 야당이 생각하는 것만큼 지원대상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특별법에서 정한 기준이 그대로라면, 심사 역시 기준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다양한 단체들이 들어오면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긴 하다”면서도 “특별법 적용 요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대책이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절충안에는 법이 정한 보증금 규모 이하로 전세계약을 맺은 소액임차인의 경우 일정액을 선순위 저당권에 앞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우선 변제금 제도를 조정하는 내용도 담긴다. 최우선 변제권 적용일을 첫 계약일로 소급하고 변제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최우선 변제금은 근저당 설정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첫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근저당 발생 시점의 기준 금액보다 높으면 최우선 변제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식이다.

실제 3번째 전세사기 희생자는 이 같은 이유로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해당 주택은 2017년 근저당이 설정됐다. 당시 최우선 변제금 기준 금액은 8천만원 이하다. 고인은 2019년 첫 임대차계약 당시 보증금이 7,200만원이어서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1년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9천만원으로 올렸고, 근저당 설정 당시 기준금액인 8천만원을 넘으면서 최우선 변제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변호사는 “최우선 변제금 제도를 조정하는 건 피해가 큰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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