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불법 하도급이 있으면 불법 하도급 신고센터가 있으니 거기에 신고하시면 됩니다.”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교섭을 거부한다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구제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황효정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
최근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과 전국건설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3차례에 걸쳐 공동 주최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에서 정부 측 토론자들이 한 말이다. 정부가 건설사의 불법에는 눈을 감고 노조만 때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균형”을 가지고 불법을 단속하고 있다고 답하면서다.
그러자 토론회 청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신고해도 안 옵니다”, “오늘 아침에도 신고했습니다”, “신고해도 건설업체는 벌금만 내고 말 겁니다”, “우리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라며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의 원망은 정부가 건설사 편만 들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몰아가며 대대적인 불법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50명 특진’까지 내걸어 건설노조에 대한 표적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은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아 생긴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우철 국토부 건설정책과장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일 수도 있고, 불법 외국인 채용이 문제일 수도 있고,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임금 하락이 문제일 수 있다”며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없어지지 않고 현장에 남아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펜스 안에서 감독 역할을 해야 하는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정부가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많은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며 “그런데 그런 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법과 제도가 있는데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과연 그럴까? 건설산업과 노사관계를 오래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건설산업의 왜곡된 구조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처벌이 능사’라고만 외치는 형국이다.
토론회 사회를 보던 하주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마저 이런 정부 측 답변 태도에 “답답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문제는 형사처벌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고, 함께 살기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등이 지난 3월 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고발 증언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3.8 ⓒ뉴스1
이름만 건설업체인 ‘페이퍼 컴퍼니’가 많은 이유
정부의 주장처럼 건설현장에 대한 법과 제도는 꾸준히 개선돼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시공참여자제도 폐지’였다. 시공참여자제도는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를 계기로 ‘오야지’로 불리던 불법 시공팀장을 양성화해 부실공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된 제도였다. 이것이 법 개정으로 2008년 1월 전면 폐지된 것이다. 그 결과 건설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은 ‘불법’이 됐다. 이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투쟁의 결과였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의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68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실제 건설현장에선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실공사, 임금체불, 불법 외국인 노동자 채용 등 각종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도, 건설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영전략본부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경제학박사)는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남아있다”며 “이는 하도급의 재하도급을 금지한다는 규정만 가지고선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가낙찰제’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저가낙찰제는 발주자의 입장에선 예산절감 등의 장점이 있겠으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덤핑입찰이 만연해지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신영철 건설정책연구소 소장은 “하청은 최저가로 낙찰을 받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남겨야 한다”며 “그러다보니 부실공사를 스스로 하거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하거나 불법 외국인 고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다단계 하도급 건설현장에서 가장 하층부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1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3.3㎡당 28만원으로 책정된 해체공사비가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며 4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던 것이다. 신영철 소장은 “그런데 그 4만원을 두고 사람들은 뭐라 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이미 28만원을 부담했기 때문에 공사비가 부족했다고 보질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최저가낙찰제가 생산 능력이 없는 부실 업체들도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름만 건설업체인 ‘페이퍼 컴퍼니’가 많은 이유다. 그는 “생산물을 만들어 시장에 들어가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생산물도 없이 먼저 판매를 하는 수주 생산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생산 능력이 없어도 약속만 가지고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며 “수주에 성공한 업체가 약속대로 직접 공사를 해야 하는데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그 약속을 저버린다. 심지어 누군지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부실업체가 수주해서 브로커 역할을 자처해 재하도급을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태에서 공사비가 부족해도 관리만 잘하면 된다, 감리만 잘하면 된다는 게 말이 되나? 불가능하다”며 불법 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05.12. ⓒ뉴시스
적정임금제를 도입하자
위험천만하고 무법천지인 건설현장을 바로잡을 방법은 분명히 있다. 공사에 필요한 적정한 비용을 책정하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면 되는 것이다.
심규범 전문위원이 제시한 방법은 ‘적정임금제’다. 위에서 가격이 결정돼 아래로 내려보내는 하향식이 아니라 아래에서 가격이 결정돼 위로 올려보내는 상향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저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보통 최저가낙찰제를 원흉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단가 삭감을 막아낼 수 있는 억제 장치가 없다는 게 핵심”이라며 “(낙찰가에) 하한선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하한선이란 모든 규정을 준수하면서 품질과 안전, 그리고 원·하도급자의 적정이윤, 노동자의 적정임금이 모두 보장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란 ‘모두의 제값 확보’를 통한 정상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제도가 꼽힌다. 공공발주자가 적정임금을 공사원가에 반영하고, 입찰자는 공범개선을 통해 투입인력 수를 줄일 수는 있으나 개인별 임금을 삭감할 수 없으며,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적정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미국의 최저임금과는 다른데, 건설노동자가 받는 적정임금이 전체 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만약 사업주가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3년간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신영철 소장은 “1930년 대공황 초기에 미국 뉴욕주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니까 더 임금이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안정장치인 적정임금제를 도입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지나면서 노동자 임금이 하락하니까 원청에 돈을 더 줘서 낙수효과를 나타나게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설계 단가를 높인다고 해서 그것이 밑바닥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실”이라며 “우리나라는 같은 문제에 미국과 다른 처방을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미 국회에도 ‘적정임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를 도급받는 건설사업자는 해당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등에게 적정 수준의 직종별·기능별 단위 임금수준 이상의 노무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에는 고용노동부가 건설노동자 직종별·기능별 노무단가를 조사·연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처럼 적정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 노동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미국의 ‘Prevailing wage’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는 ‘적정임금’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내용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는 노사 협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협상에 따라 임금이 더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정임금’이라는 게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교섭의 기준은 숙련도와 시중노임단가”라며 “특히 시중노임단가를 정하는 과정에 노조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초기업 교섭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설노동자들도 노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분명히 보장받고,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입찰가격에 대한 질적 기술 심사를 통해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심규범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근거도 없이 입찰가가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적정임금과 적정공사비 확보가 이뤄질 경우 “단가(임금)를 깎지 못하기 때문에 내국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게 될 것이고, 재하도급을 스스로 자제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능력이 없으면 수주할 수 없기 때문에 부실업체가 저절로 퇴출될 것이고, 페이퍼 컴퍼니는 얼씬도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래야 건설산업 전체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건설노동자들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숙련 건설기능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
아울러 건설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도 “건설현장의 미래는 고숙련의 노동자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데 달려 있다. 그 역할을 해야 디는 건 당연히 정부와 사업주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 이제야 시범사업을 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골조 직종에는 아직도 (고숙련 건설노동자가)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역할이 부재한 사이,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청년들이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익혀 현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돕고 있던 것이다.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는 기능인등급제가 꼽힌다. 건설기능인등급제는 건설노동자의 경력, 자격 등의 기준에 따라 기능별로 등급을 산정한다. 그에 따라 건설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기능인등급제는 시공 경험을 획기적으로 활용해보자는 것”이라며 “품질, 안전, 생산성의 원천이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기능인등급제도는 미국 등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주현 정책실장은 “기능인등급제가 있지만 건설노동자의 이력서에는 이걸 쓸 수가 없다”며 “왜냐하면 어디에서도 등급을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실효성을 제고해야 하는 문제다. 건설업 등록기준, 시공능력평가, 낙찰자 선정 등 여러 제도에 기능등급 보유자를 반영하자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안이다. 건설현장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는 전자카드제(전자적 근무관리시스템)를 확대 적용해 경력관리 기반을 구축하고 각종 부조리도 예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오래 전부터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지난 정부 때에도 이런 제도들의 도입을 시도했으나 흐지부지되거나 완전히 정착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고숙련 노동자가 왔으면 그만큼 줄 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줄 돈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적정임금제가 필요한 것이다. 정적임금제와 기능등급제가 맞물려 돌아가면 충분히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며 “건설노조와 건설사, 노동부와 국토부, 그리고 국회가 하나가 된다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및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염원실현,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친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있는 용산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3.05.17 ⓒ민중의소리
‘사회적 대화’로 해법 찾자는 제안에 답변 없는 정부
‘우리도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며 그동안 책임을 회피해오던 건설사들도 이런 제도 개선을 대놓고 거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적정임금제도 도입과 관련해 종합건설사(원청) 측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은 “현재 건설산업의 형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발주자로 인해 결정된 금액을 놓고 누가 더 가지고 가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며 “적정공사비가 제대로 확보돼야 한다. 발주 시 공사비가 제대로 내려오지 않으면 이런 토론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건설업체(하청) 측 김영현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본부장도 “하도급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수주를 하게 된다”며 “적정임금을 지급하고 싶어도 정부 정책 구조상 그렇게 하기 어렵다. 100이라는 공사 예정 금액이 산출되어도 13~20% 삭감하고도 도급계약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 입찰 결과를 공개하거나 저가 하도급 심사 규정을 도입하는 등 현실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련 건설기능인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특히 이견을 보이기 힘들어 보인다. 김환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노사 간 합의를 통해 건설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에서도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해 숙련노동자 양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설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숙련기능을 보유하고 있거나 업무 성과가 높다면 해당 프로젝트(건설현장)이 종료되더라도 해당 건설사의 지속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정상의 건설산업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답은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건설노조의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단속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경우 현재까지 경찰로부터 15차례의 압수수색, 16명의 구속, 1000명 이상 소환조사를 당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공갈범’으로 매도된 강원 지역의 한 간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당겨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 후속 조치’도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상시적으로 단속하고, 건설노조의 주요한 활동인 ‘조합원 채용’ 요구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게 골자였다. ‘노사 모두의 불법을 근절하겠다’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불법 하도급 등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내놨지만, 이 역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 배경에는 노조에 적대적인 건설사들의 줄기찬 민원 제기가 있었는데, 이에 정부가 맞장구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노조 조합원을 배제하는 일이 노골적으로 전방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건설사들은 ‘우리도 돈이 없어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왜곡된 건설산업 구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는 건설노동자들이 입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정부와 건설사의 태도를 지켜보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답이 있지 않느냐. 그런데 왜 노력을 안 하냐”, “문제 제기는 왜 우리만 하는 것이냐”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정부에서 이런저런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자 “그동안 건설노조가 투쟁해서 등 떠밀리듯 한 게 아니냐”고 황당해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조합원은 “(건설산업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정부나 업체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전문건설업체들이 최저가낙찰제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그럼 정부에 항의하고 투쟁하라. 저희가 같이 투쟁해주겠다”고 목소리를 힘껏 높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노조 탄압의 기구로 전락한 범정부 차원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해체하는 대신,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사용자, 정부,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건설노조 탄압을 멈추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 그리고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사용자나 정부는 이에 대해 답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