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들이 부처님 오신 날인 오는 27일 파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이어 올해 두번째 파업이다. 이들이 하루 일당을 포기하면서 요구하는 것은 9년째 3,000원으로 동결된 기본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해달라는 것이다.
배민의 운송을 담당하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기본배달료를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 노사 간 임금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이에 배달의민족 라이더들로 구성된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 1일부터 우아한청년들 송파구 본사 앞에서 기본배달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지난 16일부터는 홍창의 노조 위원장과 김정훈 노조 배민분과장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에서 만난 홍창의 위원장은 "저희에게는 기본배달료는 월급과 마찬가지인데 9년째 그대로라는 것은 월급이 삭감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올해는 기본배달료 인상을 반드시 하도록 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처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플랫폼노조의 조합원들은 전업으로 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배달노동자들이다. 대부분 우아한청년들과 위탁 배송 계약을 맺고, 배민이 운영하는 배달서비스 '배민원(1)'의 배달을 맡고 있다. 이들은 배달 한건당 3,000원의 기본배달료를 번다. 여기에 배민이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통해 수입이 추가된다.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는 음식 배달 주문이 많아지지만, 반대로 라이더들은 배달에 나서기 꺼려진다. 배달 수요는 많고 배달을 할 라이더는 적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날에는 배민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기본배달료 외에 추가로 건당 몇백원에서 몇천원을 더 주는 프로모션을 통해 라이더들이 배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프로모션은 주문이 많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 악천후, 겨울 등에 주로 진행된다. 주문이 많은 지역에 따라서도 진행된다. 문제는 프로모션이 배민의 판단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프로모션을 할지 말지는 배민의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는 배달 비성수기다. 더구나 코로나19 종식에 고물가까지 겹쳐 배달 수요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배달 수요는 떨어지는데 배달로 생계를 이어가는 라이더들의 숫자는 그대로다. 배민으로서는 프로모션을 할 이유가 없다. 수입이 불안정해진 라이더들은 장시간 노동, 위험 운전에 내몰리게 된다.
홍 위원장은 "요즘 같은 비수기는 프로모션이 거의 없다. 배민은 프로모션을 안 주려고 하니까 전에는 10시간 일해서 20만원 정도 벌었다면, 요즘은 13~14시간 일해야 그 정도 벌 수 있다"면서 "언론에서는 라이더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는 나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생활이 쉽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인 예로 주 100시간 일하는 분도 있었다. 주 69시간 노동으로 말이 많은데 저희는 이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배달하는 기계냐'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들이 많기 때문에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배달 노동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들은 월평균 25.3일을 일하고 381만원을 번다. 이중 약 95만원을 보험료, 렌탈료 등으로 지출하고 있다. 주 5일을 일하는 임금 노동자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 실제로 가져가는 수입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286만원 수준인 것이다.
장시간 노동은 그 자체로 라이더의 건강을 헤치는 것은 물론 원래도 위험한 배달 노동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홍 위원장은 "주 100시간 일하셨다는 분은 실제로 그렇게 일하다가 얼마 안가서 교통사고가 나서 6개월을 쉬셔야 했다"면서 "운전하려면 시야가 넓어야 하는데 장시간 일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오토바이가 사고 나면 크게 다쳐서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려면 짧은 시간에 한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라이더들을 위험 운전으로 내몰기도 한다. 홍 위원장은 "한 시간에 한 건이라도 더 배달 해야 일당이 올라가기 때문에 신호위반이나 갓길운행, 차간주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면서 "저녁 시간이 배달이 몰리는 피크인데 도로에서 자동차가 가는 대로 운전하면 한 시간에 한 콜밖에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민은 오히려 배달료를 낮추는 새로운 배달요금 체계를 만들었다. 최근 배달앱 수요가 떨어지자 배민은 기존보다 저렴한 배달료를 내세운 '알뜰배달'을 도입했다. 묶음배달로 배달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소비자들에게 배달료 부담을 덜어주는 마케팅인데, 문제는 줄어든 배달료가 라이더만 희생하는 구조로 짜여진 것이다.
홍 위원장은 "(라이더들에게 주는) 기본배달료가 배민원은 3,000원인데 알뜰배달은 이걸 픽업요금, 전달요금으로 구분해서 배달료를 책정했다"면서 "픽업요금은 1,200원, 전달은 1,000원을 주는데, 사실상 기본배달료가 2,200원으로 깎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배달을 안 시키면 우리도 굶으니까 (소비자를 유도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배민은 1도 손해 안 보고 라이더들에게만 희생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보다 인구가 적은 지방은 사정이 더 어렵다. 기본배달료가 더 낮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으니 배달 수요도 적다. 홍 위원장은 "그래도 수도권은 양반이다. 부산 같은 경우에는 기본배달료가 2,600원으로 더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에게 배민이 받는 배달료 6,000원은 전국이 똑같다. 여기서 남는 돈으로 프로모션을 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배달료 인상, 소비자·자영업자 부담 늘리는 게 아냐"
배달플랫폼노조의 기본배달료 인상 요구에 일부 보수언론은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과 연관해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 높아진 배달료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데, 라이더들이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나 홍 위원장은 소비자나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라는 요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를 올리라는 요구가 아니고 배민이 프로모션을 할 돈으로 기본배달료를 올려달라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라이더들을 유인하기 위한 불규칙한 프로모션 규모를 줄이더라도 기본배달료를 인상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배민은 배민원에서 주문이 이뤄지면 해당 식당으로부터 메뉴가격의 6.8%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여기에 배달료 6,000원을 식당에게 추가로 받는다. 식당은 배민에 줘야하는 배달료 6,000원 중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율을 정할 수 있다. 식당이 배달료 3,000원을 부담한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3,000원이 되는 식이다. 라이더들에게 주어지는 기본배달료는 우아한청년들이 지급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홍 위원장은 "최근 배민이 배달비 6,000원에는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면서 "그런데 내용을 보면 서버비, 운영비 등을 배달비로 받은 돈으로 쓰는 거다. 서버운영 등에 쓰고 남은 돈을 우리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뉴 가격이 평균 3만원이라고 하면 배민은 여기에 6.8% 수수료로 건당 약 2천원 정도를 챙긴다. 배민원 주문이 월 1천만건 정도인데, 수수료만 해도 월 200억원"이라며 "배달비로 운영비용을 감당하고 수수료는 고스란히 배민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배달을 안 하면 그걸 못버는 건데, 그 이익을 우리에게 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241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757억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우아한청년들의 모회사다.
홍 위원장은 협상 과정에서 배민이 라이더들에 대한 처우를 비용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민이 다른 데와 비교했을 때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교섭하는 과정에서는 우리를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면서 "2020년에 노조가 생기고 배민과 단체협약을 통해 다른 배달플랫폼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것을 지원해온 게 있었다. 그러나 배민은 그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배민은 라이더들을 '파트너'라고 부르지만, 정작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으로만 볼뿐 함께 일하는 구성원으로는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우리를 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떡고물 정도 주는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교섭 과정에서도 배민은 정해둔 일정 범위 안에서 더 돈을 안 쓰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최종안을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거다. 14시간 일하는 것도 사람으로 대접받는 거라 할 수 있느냐"라면서 "이번 투쟁은 라이더들이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의 참여도 높다.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8.14% 찬성을 받아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지난 5일 파업 투쟁에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등 전국 3천여명의 라이더들이 참여했다. 홍 위원장은 "조합원들 대부분 배달을 전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시는 분들이라 배달료 인상에 대한 공감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가 예고한 27일 석가탄신일 파업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소비자 불편'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홍 위원장은 "배민이 점유율이 높지만, 다른 배달 플랫폼이 있어서 생각보다 불편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배달을 멈춰서 소비자에게 불편을 준다기보다 배민에 매출 타격을 주는 것이 파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평소 고혈압 증상이 있다는 홍 위원장은 "단식 농성에 들어가면서 고혈압약을 끊었다. 단식 농성도 3일째부터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아직은 괜찮다"면서 "목적이 있는 단식이라 의지를 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