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가 18일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한국은 18세까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라고 보도했다. 또 이 방송은 “이런 현상이 한국의 저조한 출생률을 설명해준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벨레가 인용한 연구는 중국 베이징 인구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의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는 자녀 한 명을 만 18세까지 기르기까지 3억 6,500여 만 원의 양육비를 지출했다. 이는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79배에 달하는 것으로 2위 중국(6.9배)과도 꽤 큰 격차를 보였고 3위와 4위를 차지한 일본(4.26배), 미국(4.11배)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높은 양육비의 원인은 사교육비였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사립 학원에 지출한 금액은 179억 유로(약 26조 원)에 이르렀다. 자녀 1인당 월 평균 361유로(약 52만 원)를 쓴 셈이다.
높은 양육비 부담은 낮은 출생률로 이어졌다. 도이체벨레는 “한국의 출생률은 0.7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이며 2000년 1.48명에 비해서도 급격히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인구학 분야 권위자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도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문제는 교육제도다. 지금처럼 서열화한 대학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으로도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진정시킬 길이 없다. 대학을 평준화하는 것은 물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탄탄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만이 사교육 시장을 진정시키고 출생률을 높이는 길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대학 진학률은 무려 70%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이 비율이 높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대학 평준화를 이룬 나라들의 대학 진학률은 기껏해야 30~40%다. 서열화한 대학 시스템과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사교육 제도를 대수술하지 않는 한 인구소멸 위협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저출생 현상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